키워드로 살펴본 2026 디자인 트렌드

핀터레스트 & 캔바 트렌드 키워드를 통해 본 디자인 흐름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지금, 2026년의 트렌드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감각적으로 비틀고 재해석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핀터레스트와 캔바가 각각 제시한 2026년 트렌드 키워드를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시각적 흐름을 짚었다.

키워드로 살펴본 2026 디자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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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바는 10개의 2026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했다. 사진 출처 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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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는 21개의 2026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했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불확실성에서 탄생한 비현실적인 비주얼

경제 침체, 기후 위기, 기술 변화의 속도. 무엇 하나 예측 가능한 것이 없는 현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시된 트렌드 키워드는 의도적으로 어긋나고 현실을 비트는 비주얼에 주목한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안정된 미래를 전재로 한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거의 없을 터. 그렇기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메시지보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완성되지 않은 감각에 더 큰 공감을 느낀다. 현실을 왜곡하고 과장한 비현실적인 장면은 불확실성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 불확실함을 미감으로 전환해 새롭게 창작하는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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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가 제시한 ‘Extra Celestial: 초월적 셀레스티얼’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가 제시한 키워드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흐름은 ‘Extra Celestial: 초월적 셀레스티얼’, ‘Cool Blue: 쿨 블루’, ‘FunHaus: 펀하우스’다. 그중 Extra Celestial은 이름 그대로 우주적이고 미래적인 비주얼이 두드러진다. 홀로그램 홈 액센트, 달의 먼지를 닮은 오팔빛 아이섀도, SF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코즈믹 실루엣까지.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결과는 현실을 벗어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이는 과학적 우주가 아니라 감각과 판타지가 확장된 상상 속 우주에 가깝다.

누구에게도 쉽게 온기를 허락하지 않는 색 Cool Blue. 2026년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패션과 뷰티를 넘어 푸드와 셀러브레이션까지 모든 영역에서 ‘영하의 세련미’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컬러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한 발 물러서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미감을 완성하는 것. 차가운 색감은 냉담함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견디기 위한 감각적인 거리두기로 해석된다. 홈 트렌드로 읽은 키워드 FunHaus는 연극적 과장과 유머를 절제된 감각으로 풀어낸 미학의 의미가 담겼다. 서커스에서 영감을 받은 데코 스타일로 대담한 스트라이프, 조형적인 실루엣, 그리고 광대 같은 위트까지 과장된 현실을 그린다. 여기에 중요한 건 밸런스를 맞추는 일. 하나의 팁은 절제된 컬러 팔레트를 매치하여 공간의 밀도를 높이고 유머와 감성만 남겨 한층 정제된 인상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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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바가 선정한 키워드 ‘Reality Warp: 리얼리티 워프’와 ‘Drama Club: 드라마 클럽’ 비주얼. 사진 출처 캔바

캔바가 제시한 키워드 가운데서는 ‘Reality Warp: 리얼리티 워프’와 ‘Drama Club: 드라마 클럽’이 눈에 띈다. Reality Warp는 초현실적인 왜곡과 이질적인 이미지, 꿈같은 구성을 통해 인식의 규칙을 유연하게 비튼다. 매끈하고 완벽한 화면보다 다소 어긋난 장면을 통해 미래가 오히려 조금 이상하지만 그렇기에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유쾌하게 상기시킨다. Drama Club은 대담한 세트 연출과 시네마틱한 타이포그래피로 일상을 한 편의 TV 쇼처럼 연출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커질수록 드라마적 장치를 극대화한 콘텐츠는 더욱 자주 등장할 전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

눈으로만 소비되는 이미지에 대한 피로가 쌓인 지금, 비주얼은 다시 ‘촉감’을 호출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이 중요해진 것. 말랑말랑하고 늘어지며, 눌렀다 놓으면 반동이 느껴질 것 같은 젤리 질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귀엽거나 유희적인 표현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점차 사라졌던 감각을 되살리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젤리처럼 촉각을 연상시키는 질감에 대한 선호는 감정적 안정과도 맞닿아 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형태보다 부드러운 표면은 무의식적으로 위로처럼 다가와 감각적으로 머물게 만든다. 여기에 CGI와 3D 툴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질감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기에 텍스처를 전면에 내세운 비주얼이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최근 SNS에서 사물을 젤리나 유리처럼 변형해 움직임을 부여한 영상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 결국 이 트렌드는 텍스처를 통해 ‘보는 디자인’에서 ‘느끼는 비주얼’로 이동하는 흐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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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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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는 ‘Gimme Gummy: 기미 구미’를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휘어지는 폰 케이스, 탄력감이 느껴지는 치크 틴트, 씹는 순간 탱글하게 되살아나는 프로바이오틱 간식 등 고무 질감의 네일 아트와 3D 주얼리는 촉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집착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 ‘기미 구미’는 화면 안에서도 감각이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비주얼이 다시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캔바는 ‘텍스처 체크: Texture Check’를 트렌드 키워드로 꼽았다. 텍스처 체크는 접근성이 높아진 CGI 툴을 바탕으로 디지털 디자인에 물성을 부여한다. 왁스처럼 매트한 종이, 액체처럼 흐르는 유리, 빛을 머금은 유광 플라스틱까지. 화면 너머에서도 손끝이 먼저 반응할 만큼 지나치게 리얼한 질감이 비주얼의 중심에 선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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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캔바

느린 속도의 매력, 아날로그가 주는 특유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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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즉각적인 반응이나 완성된 결과보다 손이 머무는 시간과 과정 자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핀터레스트가 제시한 키워드 가운데 ‘Pen Pals: 펜 팔스’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핀터레스트는 2026년을 ‘편지 쓰기의 르네상스’로 표현하며 느린 우편이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하나의 퍼포먼스 아트로 소비될 것이라 전망했다. 정성스럽게 꾸민 봉투와 특별한 문구류, 다양한 우표 등 편지와 관련된 스테이셔너리 역시 새로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캔바 역시 손맛이 느껴지는 감각을 강조한 ‘Zinegeist: 진가이스트’를 트렌드 키워드로 내세웠다. 진가이스트는 촉각적 감각에 보내는 멕시코의 러브레터로 대형 타이포그래피와 레이어드된 텍스처, 에디토리얼한 드라마를 결합해 디지털 디자인에 다시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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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캔바

아날로그적 감성은 특정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에 제시된 키워드들 가운데 레트로 무드를 대표하는 트렌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핀터레스트는 ‘Glamoratti: 글래머라티’를 패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하며 화려한 룩의 부활을 예고했다. 조각처럼 각이 살아 있는 숄더의 테일러드 수트는 한층 더 과감해지고 퍼널 넥은 스타일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는다. 주얼리는 더 두껍고 대담한 볼드 스타일이 주목받으며 맥시멀리즘의 귀환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었다. ‘Laced Up: 레이스 업’ 역시 마찬가지. 2026년 도일리 레이스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오며 일상적인 아이템에 의외의 우아함을 더한다. 봄버 재킷에는 레이스 칼라가 덧대어지고 반다나는 부드러운 스티치로 새롭게 완성된다. 심지어 폰 케이스까지 크로셰로 감싸지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에 대해 핀터레스트는 이렇게 덧붙였다. 많을수록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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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파티와 그래니웨이브의 키 비주얼. 사진 출처 캔바

이러한 레트로 감성의 확장은 시각 언어 전반으로 이어진다. 캔바가 제시한 ‘Block Party: 블록 파티’는 지역성과 전통을 보다 대담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트렌드.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이 키워드는 전통 유산에서 시작한다. 콜라주 기법과 채도 높은 색감을 통해 지역의 상징과 일상의 순간을 다시 끌어올리며 역사를 과거의 기록이 아닌 지금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한편 ‘Grannywave: 그래니웨이브’는 절제를 거부하는 표현으로 문화적 유산을 담아낸다. 인도의 시각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이 트렌드는 크고 겹겹이 쌓인 구성과 선명한 색채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반짝이는 색감과 과감한 패턴, 밀도 높은 레이어는 향수를 장식처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과함이야말로 정답’이라는 메시지는 미니멀리즘 이후의 피로감에 대한 명확한 반응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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