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시대에 다시 센스를 논하다

지식 구독 서비스 ‘롱블랙’의 첫 책이 나왔다. 일본 TBWA하쿠호도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호소다 다카히로의 〈더 센스: 당신도 센스가 있다〉다. 데이터와 논리가 모든 선택을 대신하는 시대에 이 책은 ‘센스’라는 감각의 힘에 다시 주목한다. 호소다에게 지금 왜 센스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감각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물었다.

논리의 시대에 다시 센스를 논하다
‘센스’를 주제로 책을 펴냈다. 이 시대에 왜 센스가 필요할까?

나는 센스를 ‘감각을 논리로 연결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사실 현시대에 이 감각을 제대로 사용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우리는 감각에 의존해 판단했다. 길을 걷다 풍겨오는 간장 냄새, 카운터에 앉아 있는 손님들 표정, 오랜 세월 손때가 묻은 문손잡이 같은 단서를 통해 가게의 미의식과 태도를 읽어냈고, 과거의 경험과 비교해보고 ‘여기에 들어가자’고 결정했다. 직관에서 출발해 논리로 이어지는 판단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부터 꺼내 리뷰와 평판을 확인하고, 그 선택이 ‘정답’임을 증명할 근거를 수집한다. 감각보다 논리가 앞선다. 이런 소비 방식이 확산되자 가게들 역시 논리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통계적으로 선택받기 쉬운 외관과 인테리어, 이미 검증된 메뉴, 인스타그램에서 잘 보이는 장면들만 반복된다. 그 결과 어디서나 비슷한 가게, 비슷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최적화는 사회를 점점 획일화시키고, AI는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가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의 상상력과 감각, 가치관, 편애와 집착 같은 ‘감각의 힘’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다시 센스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감각이겠지만 특히 디자이너에게 센스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디자이너는 현존하는 직업 중 가장 감각을 활용한 문제 해결을 기대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센스를 활용한 문제 해결, 즉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휴스턴 공항이다. 이 공항은 한때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많은 불만이 제기됐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전문 분야의 컨설턴트들이 모여 직원 간 협업 구조를 개선하고, 수하물 분류 시스템과 컨베이어 벨트 배치를 재설계하는 등 합리적으로 고려할 만한 모든 해결책을 실행했다. 하지만 대기 시간은 10분에서 8분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후 또 다른 팀이 전혀 다른 접근을 제시했다. 큰 예산이나 설비 투자 대신 승객들이 수하물 수령장까지 6분 정도 더 걸어가도록 동선을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실제 대기 시간은 그대로지만, 승객이 체감하는 대기 시간은 2분 정도로 줄었고 불만은 사라졌다. 문제의 핵심은 객관적인 시간이 아니라 주관적인 시간 감각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각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의 고유한 가치다.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는 이러한 발상은 AI가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시대일수록 디자이너에게 센스는 더욱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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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다카히로. 일본 대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TBWA하쿠호도에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맡고 있다. 글로벌 광고제 칸 라이언즈 금상을 비롯, 30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컨셉 수업〉 〈컨셉 언어 수업〉이 있다.
센스가 문제 해결을 넘어 브랜드의 성공에 기여한 사례도 있을까?

타월 브랜드 이케우치 오가닉을 예로 들겠다. 타월은 공산품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농업 제품이기도 하다. 수확된 해의 면 품질에 따라 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타월을 모두 똑같은 제품으로 인식해왔다. 이에 이케우치 오가닉은 그해 수확한 포도의 맛을 즐기는 보졸레 누보처럼, 타월로 그해의 면 감촉을 즐기는 브랜드 ‘코튼 누보’를 개발했다. 타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탄생한 순간이다. 디자이너는 보이는 것을 책임지는 직업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브랜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비가시적 태도와 관점까지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재상상再想像, 세렌디피티, 뉴 렌즈, 시그널 등 책에서 센스를 기르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그널’을 추천한다. 말에 의존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정하고, 이를 말이 아닌 감각으로 전달하며 불필요한 노이즈를 줄이는 것이다. 센스의 기본적인 활용법이 여기에 담겨 있다. 나이키 에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기를 주입한 쿠션을 솔 내부에 넣어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로, 처음에는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기술을 말로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가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 구조를 드러내는 디자인을 고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로 노출된 쿠션을 통해 사람들은 한눈에 기술의 의미와 재미를 이해했고, 나이키 에어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직관에 호소하는 것은 천 마디 말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일상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훈련법도 있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 한 명을 정하고, 그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말로 정리한 뒤 그것을 말에 의존하지 않고 전달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감각으로 전달하는 데 익숙해지면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훌륭한 크리에이터란 모든 지식을 갖추고도 마지막에는 감성에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센스 또한 방대한 레퍼런스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방법이 있나?

많은 레퍼런스를 쌓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사례를 점으로 보지 않고 선으로 잇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은 만화를 레퍼런스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좋아하는 만화의 특정 장면이라는 ‘점’에 머문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만화를 보면 하나의 경향이 보인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메이저 스포츠의 영웅이 주인공이 되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연구회, 일본 전통 카드 게임 동아리처럼 비교적 주변부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점들을 선으로 연결해보면 가치관이 다양해지고 모두가 마이너리티가 된 시대상이 드러난다. 메이저한 존재에는 공감하기 어렵고, 영역은 달라도 마이너리티로서 자기 길을 가는 인물에게 공감이 모이는 시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별과 별을 연결해 자신의 안에 별자리를 많이 만들어보길 바란다. 그것이 센스를 키워줄 것이다.

‘나는 센스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센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센스를 활용하는 사람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문제에 직면하면 먼저 머리로 생각하지만, 감각을 먼저 사용하는 시간, ‘필링 퍼스트feeling first’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길 권한다. 수하물 수령장에 문제가 있다면 공항에 가서 직접 경험해보고,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분석에 앞서 사용자로서 직접 써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솔직하게 마주해보는 것이다. 그 감각을 힌트로 삼아 사고하면 전혀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불편함’이라는 감정 역시 재프레이밍해보길 추천한다. 모든 불편함을 세렌디피티의 근원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불편하다고 느낄 때 그것을 미지와의 만남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 지금 시대는 모두가 완벽한 공략본을 들고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게임을 하면 과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인생이 데이터라는 타인의 경험 맞히기로 점철되어도 괜찮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스스로 느껴보고 깨닫는 것, 그 과정에서 당신만의 독창성이 자라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1호(2026.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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