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정다혜에게 디자인은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자신답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골조에 가깝다. 지금 디자인하는 대상이 무엇과 이어지고 다음 장면에서는 어떻게 흘러갈지, 그 질문이 작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1 20251220 16163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0_161635-832x1085.jpg)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트워크는 단일한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다. 하나의 비주얼은 아티스트가 구축해온 서사의 연장선 위에서 읽히며, 그 시점의 음악적 방향은 물론 이후의 행보와 팬덤과 맺는 관계에서도 작동한다. 그렇기에 이 분야의 디자인은 결과물 자체보다 시간과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정다혜는 이러한 구조를 실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는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 앨범을 왜 지금 이 모습으로 공개해야 하는지, 이 이미지가 팬의 경험에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에게 지금의 디자인은 완결된 답이 아닌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구간에 가깝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2 COR BrandIdentity](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COR_BrandIdentity-832x468.jpg)
이 같은 접근은 코르티스 BI 및 로고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분명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정다혜는 네이밍 단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팀과 레이블 내부에서 나눈 고민들을 시각 언어로 정리했다. 이름을 정하는 과정은 단순한 명명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갈지를 함께 상상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팀이 지닌 에너지와 활동의 폭이 클수록 시각적으로는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내려졌다. 이에 따라 코르티스 BI는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읽히는 구조를 목표로, 균일한 획의 산세리프를 기본으로 설계했다. 로고는 코르티스의 영문 앞 글자 ‘COR’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유연한 활용과 확장을 암시하도록 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3 20251220 16243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0_162435-832x832.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4 01 SLCG MachineBoy Artwork](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01_SLCG_MachineBoy_Artwork-832x832.jpg)
(오) 실리카겔의 〈Machine Boy〉 앨범 아트워크. ‘머신 보이’가 깨어나는 찰나를 포착한 듯한 장면을 표현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5 01 SLCG PA99 Physical](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01_SLCG_PA99_Physical-832x1040.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6 01 Filed FiledSS2020](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01_Filed_FiledSS2020-832x832.jpg)
(오) 파일드의 첫 전시 〈Filed SS 2020〉에서 선보인 사진집. 의류의 질감과 구조에 주목해, 평면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인식되는 방식을 실험한 작업이다.
그보다 앞선 실리카겔과의 작업에서는 서사를 읽는 방식 자체를 중심에 놓았다. 실리카겔은 하나의 큰 이야기를 설정하되 그 안의 감상과 해석은 팬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밴드다. 정다혜는 2022년 단독 공연 ‘Syn.THE.Size’ 포스터와 싱글 앨범 〈NO PAIN〉의 아트워크 작업을 거치며 이들의 세계관을 차분히 들여다봤고, 그렇게 쌓인 이해를 바탕으로 2023년에 발매한 정규 2집 〈POWER ANDRE 99〉 앨범과 공연 아트워크에서 본격적으로 그 세계관을 구현했다. 그는 앞선 EP에서 등장한 ‘머신 보이’가 이 앨범에서 ‘안드레’라는 이름을 얻으며 하나의 장을 마무리하고, 동시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라 해석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금속 열쇠 굿즈와 심벌의 스토리라인을 입힌 포스터는 세계관의 한 챕터를 정리하면서 다음을 향한 궁금증을 남기는 장치로 작동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7 04 BYR Pisces Physical](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04_BYR_Pisces_Physical-832x1040.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정다혜 8 01 BYR Pisces Physical](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01_BYR_Pisces_Physical-832x1040.jpg)
백예린의 싱글 앨범 〈물고기〉의 아이덴티티와 앨범 작업에서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이때 정다혜가 눈여겨본 것은 팬들의 관심사였다. 팬들은 각자의 ‘예린 존’을 만들고, 앨범을 쌓고 굿즈를 정리하거나 흩어놓으며 아티스트와 교감하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는 이 앨범이 팬들의 공간에 어떻게 놓일지를 상상하는 데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완성된 원형 틴 케이스는 수집의 대상이자 팬들의 공간을 구성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정다혜는 더 강한 이미지를 내세우기보다 더 단단한 구조를 남기는 데 관심을 둔다. 그에게 디자인은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자신답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골조에 가깝다. 지금 디자인하는 대상이 무엇과 이어지고 다음 장면에서는 어떻게 흘러갈지, 그 질문이 작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