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경험의 총체, 툴레 익스피리언스

지난해 11월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THEX 25/26’은 툴레가 지향하는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아웃도어 경험의 총체, 툴레 익스피리언스

스웨덴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툴레Thule가 자사의 폭넓은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운 이벤트 ‘툴레 익스피리언스’를 처음 선보인 지 2년이 지났다. 첫해 행사가 브랜드 앰배서더와 철학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난해 11월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THEX 25/26’은 툴레가 지향하는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버려진 기차역이 거대한 쇼장으로 변모했고 그 방대한 공간을 채운 것은 아이코닉한 툴레 제품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본격적인 쇼가 시작됐다. 무대 위에선 루프톱 텐트를 설치하고 유아차를 끄는 등 제품의 구체적인 쓰임과 활용법을 선보였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네팔 등산가 아파 셰르파, 윈드서핑의 개척자 로비 내쉬 등 전설적인 아웃도어인들이 런웨이를 걷는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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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레 테스트 센터 내부에 설치한 ‘크래시 랩’. 고속 충격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충돌 상황을 재현해 제품의 안전성을 가늠한다.

그러나 툴레 익스피리언스를 꿈같은 하룻밤으로 치부하면 오산이다. 한국, 일본,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의 관계자를 스웨덴 힐레르스토르프에 위치한 툴레 테스트 센터로 초대해 브랜드를 밀도 있게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툴레의 모든 제품은 이곳에서 혹독한 안정성과 내구성 테스트를 거친다. 35시간 만에 지구를 두 바퀴 도는 주행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유압 진동 테이블, 루프톱 텐트에 시속 40km에 달하는 강풍을 가하는 기계, 실제 충돌 상황을 재현하는 크래시 랩Crash Lab까지. 아웃도어 업계를 선도하는 툴레가 안전 기준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철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툴레가 내년에 이 행사를 다시 개최할지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올해 행사의 성공을 감안한다면 다음 행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Interview – 티나 리셀리우스

제품군이 아웃도어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전환 과정에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립하는 중인가?

아웃도어 장비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의 확장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근간에는 야외 활동에 대한 브랜드의 깊은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툴레의 모든 제품은 사람들이 온전하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브랜드를 확장하더라도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단기적인 마케팅보다는 앰배서더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통해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들은 단순한 홍보 파트너가 아니라 브랜드의 지향점과 궤를 같이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앰배서더들이 각자의 경험과 언어로 진솔하게 이야기할수록 툴레 역시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속 가능성은 수많은 동시대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큰 축이다. 툴레만의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을까?

기업의 태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제품 공급 체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만 툴레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하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제품에 되도록 긴 수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아웃도어 제품은 대체로 교체 주기가 길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환경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내구성과 수명에 집중하는 것이 곧 툴레가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핵심 전략이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툴레 익스피리언스’는 브랜드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 행사는 마케팅 측면에서 어떻게 유효한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트레이드 쇼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소개했다. 그러나 모든 제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게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THEX 쇼케이스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툴레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전달하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개별 제품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과거에는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소품과 연출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제품 자체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다. 쇼케이스는 소비자로 하여금 툴레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삶을 제안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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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스웨덴 말뫼의 버려진 기차역에서 열린 쇼 ‘THEX 25/26’. 툴레의 브랜드 스토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Interview – 헨릭 에릭슨, 엘렌 프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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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헨릭 에릭슨 툴레 글로벌 디자인 디렉터, 엘렌 프리히 툴레 글로벌 수석 디자이너
제품 개발 과정에서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안다. 제품의 기능성과 미학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

에릭슨 무엇 하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적 기준과 정체성을 반영해야 하고, 동시에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도 충실히 담아내야 한다. 두 요소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를 위한 정답이나 공식은 없다. 제품군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우리는 핵심적인 디자인 원칙과 미적 언어를 지켜나가며, 그것이 곧 툴레의 정체성이자 브랜드를 하나로 묶는 시각적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툴레 디자인 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타 부서와의 협업 과정도 궁금하다.

에릭슨 현재 글로벌 디자인 부서에서는 3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 디자인뿐 아니라 콘셉트 디자인, CMS, 표면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 기술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한다. 사전 연구 단계에서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작업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일은 부서 간 협업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테스트 엔지니어,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소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한다. 한 부서가 일을 마치고 다음 부서로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부터 개발까지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설계를 변경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로의 역량과 관점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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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레 테스트 센터의 테스트 현장.
신제품의 컬러 팔레트가 확장됐다. 컬러 선정의 기준이 있나?

프리히 영감을 얻는 곳은 다양하다. 리서치를 토대로 컬러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하지만, 툴레가 스웨덴 브랜드인 만큼 스칸디나비아 헤리티지의 관점에서 트렌드를 재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영감의 또 다른 원천은 바로 자연이다. 숲, 이끼, 돌 등 자연에서 추출한 색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아 오래 사용하기에 좋다. 물론 컬러를 선택할 때는 제품의 사용성도 고려한다. 예를 들어 밝고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는 유아차처럼 깨끗하게 유지되는 제품에는 잘 어울리지만, 지면과 가까워 오염이 잦은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더 어둡거나 흙색에 가까운 톤을 적용해 사용 환경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고객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면서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컬러다. 제품은 본질적으로 쓰기 편해야 하고, 컬러 역시 그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여야 한다.

최근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디자인의 일관성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프리히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는 건 흥미로운 도전 과제였다. 우리는 컬러를 핵심 도구로 삼아 전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연결하고자 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보든 자연스럽게 툴레를 떠올릴 만큼 일관된 인상을 주는 게 목표였다. 과거에는 백팩, 캐리어, 자전거 시트 등 각 제품군에 각기 다른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브랜드 차원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긴밀한 협업을 거쳐 전 제품군을 아우르는 컬러 전략을 구축해왔다. 그 결과 현재 툴레의 모든 제품은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각 제품의 특성을 존중하는 컬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그 결과를 선보이게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다.

에릭슨 툴레의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시각적 규칙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디자인 팀 내부의 공통된 합의를 토대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각 요소를 정립해나가는 중이다. 다른 모든 과정과 마찬가지로, 규칙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논의와 대화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1호(2026.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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