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가구에서 시작해 전시와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한 석운동은 지난해에만 20개가 넘는 전시를 디자인했다. 우후죽순 늘어난 전시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제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꾸준한 의뢰는 실력에 대한 방증이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1 MINH704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MINH7046-832x1248.jpg)
최근 전시 디자인에서 눈여겨볼 이름이 있다면 바로 석운동이다. 자칫 사람 이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석운동은 디자이너 김지원과 임정연, 제작자 남어진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다. 김지원은 목공소에서 익힌 기술로 가구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지인들의 의뢰로 가구에서 벽, 벽에서 공간으로 점차 하는 일의 영역이 늘었다. 65㎡ 남짓한 작업실을 마련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작업실이 있던 동네가 바로 경기도 성남시 석운동이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2 20251224 06485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857-832x555.jpg)
목공소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물건이든 가구든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작업실 환경만으로는 원하는 수준을 구현하기 어려워 제작 업체를 찾던 중 밀양에 생산 공장을 둔 제작자 남어진을 만났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추며 서로의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4년 전 손을 맞잡았다. 그때부터 석운동은 디자인과 제작을 아우르는 내실 있는 스튜디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작은 스튜디오가 제작까지 도맡는 일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작업의 전 단계를 책임진다는 점은 오히려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단시간 안에 디자인과 제작, 설치와 해체가 이루어지는 전시 디자인에 특화된 작업 방식이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3 20251224 06415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154-832x555.jpg)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임민욱 개인전 〈하이퍼 옐로우〉 공간 조성 및 아트 프로덕션. 전시 공간을 거대한 지형으로 변화시켰다.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가구에서 시작해 전시와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한 석운동은 지난해에만 20개가 넘는 전시를 디자인했다. 우후죽순 늘어난 전시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제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꾸준한 의뢰는 실력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석운동의 강점은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적합한 방식을 찾아내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말이나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맥락과 조건을 면밀히 분석해 사용자를 설득한다. 설득에는 결국 논리가 필요한 법이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4 20251224 06424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243-832x1248.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5 20251224 064243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243-1-832x555.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6 20251224 06433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331-832x555.jpg)
석운동은 디자이너로서의 테제를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찾는다. 첫째는 접근성, 둘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다른 관점으로 공간을 탐구하는 세미나 ‘짓기와 거주하기’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하철 시위가 한창이던 2021년, 이동권 투쟁이 일상의 풍경과 맞물릴 때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공간이 어떤 몸들을 배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았다. 그간 만든 의자와 테이블, 계단이 누구에게 열려 있고 닫혀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였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있다면 공간이 누군가를 배제하지는 않는지 묻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7 20251224 06435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357-832x554.jpg)
성수동의 짜이집 ‘높은산’의 공간 및 가구 디자인. 기존 공간이 창으로 연결되고, 좁은 공간에 바람과 빛이 잘 들도록 샷시와 큰 문을 설치했다.![[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8 20251224 06441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419-832x1248.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9 20251224 064419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419-1-832x555.jpg)
최근 몇 년간 전시에 집중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빠르게 만들고 사라지는 전시의 굴레 속에서 폐기물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에 전시장에 사용하는 가벽, 좌대, 벤치 같은 구조물을 해체와 재사용이 용이한 방식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동일한 가벽을 여러 전시에서 각기 다르게 활용하거나 조립식 구조로 무게를 줄여 다시 쓸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10 20251224 064450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450-1-832x1248.jpg)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석운동 11 20251224 064450](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0251224_064450-832x1248.jpg)
이처럼 석운동은 주어진 여건 안에서 가장 적합한 길을 고민한다. 정답을 전제하기보다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고, 기꺼이 실패하고, 다시 헤맨다. 헤맨 만큼 결국 자기 땅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석운동의 다음 행보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