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처럼 펼쳐지는 함부르크의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새로운 풍경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수변에 새 국립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선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한 건축사무소 'BIG'의 동심원 형태의 테라스식 정원으로 이루어진 ‘섬’ 개념의 설계안이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물결처럼 펼쳐지는 함부르크의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
1 1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함부르크의 하펜시티 수변에 새 국립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선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한 건축사무소 ‘BIG’의 동심원 형태의 테라스식 정원으로 이루어진 ‘섬’ 개념의 설계안이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덴마크의 스타 건축가 비야케 잉엘스(Bjarke Ingels)가 설계한 이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하우스는 국립 오페라와 함부르크 발레단을 위한 현대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광범위한 수변 개발 지역인 하펜시티의 바켄회프트(Baakenhöft) 반도에 위치할 예정이며, 담토어슈트라세(Dammtorstraße)에 자리한 중세기 양식의 기존 오페라 하우스를 대체하게 된다. 이로써 항구의 열린 수평선과 문화 건축을 결합해 온 독일 도시 함부르크의 오랜 전통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건물은 실제로 운영되는 오페라 하우스이자 시민을 위한 경관 공간으로 구상되었으며, 총 4만5,000㎡ 규모 안에 제작, 리허설, 공연 공간과 함께 강변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공공 공원을 통합한다. 이 오페라 하우스는 계단식 녹색 지붕으로 이루어진 섬 형태의 건축으로 구상되며, 함부르크 수변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결절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BIG의 제안은 주요 문화 기관의 요구와 하펜시티의 유동적인 도시 조직을 조화롭게 결합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함부르크시, 퀴네 재단,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건축 설계 공모 과정에서 덴마크 건축사무소의 설계안은 네 개의 다른 경쟁안을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후원자인 클라우스-미하엘 퀴네는 화상회의 플랫폼 팀즈를 통해 심사 회의에 참여했고, 지난 2월 초, 함부르크 시 정부와 퀴네 재단은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 건설을 위한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에 따르면 시는 하펜시티 바켄회프트 부지의 토지를 제공하고 기반 시설을 조성하며, 퀴네 재단은 그 위에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한 뒤 완공 후 이를 시에 기증하게 된다. 억만장자 클라우스-미하엘 퀴네는 신축 오페라 하우스를 위해 최대 3억4,000만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기초 공사와 홍수 방지 등 부지 특성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1억4,750만 유로를 부담할 예정이다.

2
(왼쪽부터) 퀴네 재단(Kühne-Stiftung)의 요르크 드래거Jörg Dräger, 건축가 비야케 잉엘스Bjarke Ingels, 함부르크 시장 페터 첸트셔Peter Tschentscher가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의 애니메이션 앞에 서 있다. ©Bertold Fabricius

초반부터 염두에 둔 것은 ‘겸손한 아이콘(humble icon)’, 즉 절제된 상징성을 지닌 건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절제야말로 이번 설계안이 정확히 구현하고 있는 가치다. 이 건물은 하펜시티의 다른 상징적인 건축들과 경쟁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주변에 스며들며, 오페라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 장소를 만들어낸다.

퀴네 재단(Kühne-Stiftung)의 요르크 드래거Jörg Dräger
6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동심원 테라스로 이루어진 BIG의 풍경

건축가 비야케 잉엘스는 이 설계를 ‘동심원 형태의 테라스 풍경’으로 설명하며, 메인 홀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퍼져 나가는 물결처럼 바깥으로 확장된다고 말한다. 건물의 지붕선은 항구를 향해 열리는 연속적이고 원형적인 기하를 이루며, 여러 방향에서 접근 가능한 일련의 테라스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조성된 조경 동선은 정원과 광장, 전망 지점을 엮어 전체 부지를 하루 종일 주민과 방문객에게 개방되는 입체적인 공원으로 전환시킨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전이는 유연하게 이어진다. 공원에서 사용된 석재 포장은 로비 내부까지 연장되어, 대지와 건축을 하나로 묶는다. 목재로 마감된 이 대형 홀은 도시의 거실과 같은 역할을 하며, 상부 층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중심 계단을 통해 활기를 띤다. 각 주요 층은 외부 테라스와 직접 연결되어, 엘베강과 도시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보며 행사를 열거나 비공식적인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3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조형적인 목재 레이어로 구성된 객석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의 중심에 위치한 메인 객석은 수평으로 겹겹이 쌓인 목재 띠로 둘러싸여 시야와 음향을 동시에 조율한다. 목재 표면은 따뜻한 음색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발코니와 벽체를 하나의 유려한 형태로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BIG의 파트너 야코프 산트(Jakob Sand)는 “메인 홀은 이 프로젝트의 심장이다. 최첨단 음향과 무대에 대한 완벽한 시야를 갖춘 공간”이라고 말한다. 동심원 형태의 목재 링은 홀과 발코니의 형태를 규정하며,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4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곡선형 지붕의 돌출부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건축 안에서 퍼져 나가는 소리의 파동이자, 주변을 감싸는 물결이다.

건축가 요르크 잉엘스

인프라로서의 풍경

어떤 이들은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의 당선 설계를 보는 순간, 두툼한 잎들이 서로 겹치며 중앙에서 꽃이 우아하게 피어나는 수련을 떠올린다. 혹은 엘베강 위에 우아하게 자리한 요트를 연상케 하거나, 어떤 이들에게는 곡선형 날개를 펼친 채 공원 풍경 속에 내려앉은 선(禪)적인 UFO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야케 잉엘스의 이 설계안은 단연 눈길을 끈다. 그 이유는 건물이 덩치 큰 매스로 전면에 위압적으로 나서기 때문이 아니라, 사방을 향해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초록 속을 거닐 수 있는 하나의 집과도 같은 이 건축은, 뱀처럼 유연하게 굽이치는 지붕의 겹침을 통해 하펜시티를 향해 미소 짓는다. 그리고 내부와 외부, 현실과 무대,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서서히 흐릿하게 만든다.

7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소규모 스튜디오 무대, 리허설실, 워크숍을 포함한 지원 공간들은 메인 홀 바로 뒤에 배치되어 준비 과정과 공연 사이의 동선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이러한 평면 구성은 건물을 전면과 후면이라는 고정된 위계로 나누기보다, 서로 연결된 활동의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BIG의 지속적인 탐구를 반영한다. 파트너 데이비드 자흘레(David Zahle)는 이러한 개방성을 강조하며 “방문객들은 파사드를 따라 이동하며 로비와 리허설실, 무대 뒤 공간, 사무실 내부를 엿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실제로 운영되는 오페라 하우스 이면의 복합성을 드러내게 된다”고 설명한다.

5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BIG 랜드스케이프의 설계는 오페라의 디자인 언어를 주변 공원으로 확장한다. 홍수 관리는 테라스, 식재된 사구, 습지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통해 통합되어 물의 흐름을 흡수하고 완화한다. 빗물 저류지는 유출수를 모아 정화하며, 지역 식생과 동물을 위한 서식지를 형성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엘베강의 조수 변화에 대응하는 회복력 있는 생태 구역이 조성되며, 오페라는 자연의 움직임에 의해 형성되는 살아 있는 풍경 속 건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8
©BIG & Yanis Amasri Sierra, Madrid, Spain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