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목해야 할 베를린의 신규 레스토랑

반전을 더한 미니멀리즘 레스토랑 3곳

베를린에 새롭게 문을 연 세 곳의 레스토랑은 절제된 미니멀리즘에 섬세한 소재와 디테일을 더해 공간과 요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환경적 맥락과 공간의 정체성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구현하며, 최근 변화하는 베를린 레스토랑 신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베를린의 신규 레스토랑

이것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베를린에서 최근 세 곳의 레스토랑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이들의 인테리어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으면서도 그 자체로 매우 정교하다. 그곳에서 제공되는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트위스트를 더한 미니멀리즘, 그 성공적인 구현을 이 세 곳의 레스토랑 신규 오픈이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 미니멀리즘은 때로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바로 그 점을, 엄선된 소재와 디테일에 집중하고 이를 영리하게 기획해 정교하게 구현한 세 곳의 새 레스토랑이 증명한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최근 레스토랑 신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공간이 지닌 환경적 맥락과 공간의 DNA, 나아가 제공되는 요리에까지 인테리어 디자인을 조화롭게 맞추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1 세련된 절제미: 스튜디오 마크 란델(Studio Mark Randel)이 디자인한 ‘St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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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Cook

절제미가 살아 있는 인테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오랜 기간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에서 디자인 디렉터이자 파트너로 활동해 온 마크 란델일 것이다. 이는 그의 최근 베를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레스토랑 ‘Stoke’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악셀 슈프링어 고층 빌딩 인근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일본 요리를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야키토리 치킨 꼬치가 중심이다. 닭 한 마리를 부위별로 빠짐없이 활용해 일본산 숯을 사용한 오픈 파이어에서 구워낸다. 메뉴에는 이외에도 오리, 장어, 참치와 함께 시이타케 버섯과 가지 같은 채소 요리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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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Cook

이 레스토랑은 1911~12년에 지어진 문화재 보호 대상의 (코너)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세월의 흔적이 묻은 석재 외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총탄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 사무실, 임시 거처, 갤러리 등으로 사용되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이러한 맥락은 스튜디오 마크 란델에게 환기, 방화, 배기 설비 등 기술적 과제뿐 아니라 디자인적 과제도 안겼다. 그 귀결점은 이 공간에 어색하게 끼워 맞춘 듯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건물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어 가면서도, 동시에 정통 야키토리 경험을 둘러싼 특별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새로운 요소를 기존 구조에 일관되게 통합한다”는 것이 마크 란델의 디자인 콘셉트였으며, 그는 이를 섬세하고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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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e Cook

객석 공간은 전체 높이와 깊이, 그리고 너비가 온전히 체감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최소한의 보수만 거친 콘크리트 바닥과 노출된 콘크리트 리브 천장은 산업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여기에 PSLab의 조명 설계가 더해져 공간을 완성한다. 벽면 디자인 역시 과거와 현재를 거의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묘하게 오간다. 벽의 중간 높이까지는 거친 석회 미장으로 마감해 빛을 분산시키고, 그 위쪽 면들은 세월의 파티나가 드러난 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코너 형태로 배치된 공간의 중심에는 현장에서 타설한 콘크리트 카운터가 자리하는데, 마치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듯한 인상을 준다. 이곳에서는 숯불 그릴이나 피자 오븐을 사용해 손님들 눈앞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해당 블록 위로는 맞춤 제작된 환기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 환기 시스템은 공간의 성격을 무디게 하지 않으면서 공기를 정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라고 건축가는 설명한다. 나무 연기의 은은한 단내와 그릴 요리의 향은 그대로 남아, 손님을 끌어들이는 ‘감각적 앵커’ 역할을 한다. 이 인테리어는 장인정신에 기반하고 본질적이면서도 질 높은 재료에 집중한 이 레스토랑의 요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목재, 콘크리트, 석회, 리넨처럼 촉각적 특성이 뚜렷한 소재들을 절제된 색조 팔레트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Kinto, 옐로 노즈 스튜디오를 비롯한 여러 도예 공방에서 제작한 테이블웨어 역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www.stokeberlin.com

#2 일본의 정취: 브링크워스(Brinkworth)가 디자인한 ‘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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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

가오루 이리야마는 학생 시절 도쿄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했으며, 오래전부터 요리와 일본 음식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개인적인 열정이 직업으로 이어진 것은 우연한 계기 덕분이었다. ZDF 촬영 현장에서 일본 요리의 거장 고야마 히로히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그 대가 앞에서 말 그대로 압도되었다고 회상한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외쳤어요. 고향의 이 훌륭한 요리 전통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요!” 그는 고야마의 초대를 받아 그의 요리 아카데미에서 가이세키 요리의 정수를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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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

베를린으로 돌아온 이후 이리야마는 외식업계를 위한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요리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을 일본 요리의 ‘대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그의 최신 프로젝트다. 그는 호스피탈리티 전문가이자 ‘에스트렐(Estrel)’ 공동 소유주인 막심 스트렐레츠키와 함께 베를린 미테에 레스토랑 ‘OKA’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일본에서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 오니기리를 선보인다. 두 창립자에 따르면, 오니기리는 살아 있는 문화이자 언제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께 불러오는 음식이다. ‘OKA’에서는 쌀을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며, 김은 손으로 엄선한다. 속재료는 전통적인 일본 레시피와 자체적인 창작 메뉴를 오가는데, ‘스파이시 아보카도’와 ‘데리야키 치킨’ 같은 조합도 포함된다.

Instagram @oka.onigiri

#3 이탈리아적 정체성: 스튜디오 다비데 리초(Studio Davide Rizzo)가 디자인한 ‘Bard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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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ieger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한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적은 디자인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한지를, 스튜디오 다비데 리초는 베를린 미테에서 보여준다. 원래 수퍼 클럽에서 출발한 레스토랑 ‘Bardele’에서는 카포나타 에스티바, 카초 에 페페, 판나코타 같은 이탈리아의 클래식 요리를 선보인다. 다비데 리초에 따르면, 수석 셰프 타일러 한세는 이 공간이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고 한다. 동명의 스튜디오를 이끄는 건축가이자 창립자인 리초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는 이 프로젝트에서 결코 사소한 요소가 아니다. 리초는 처음으로 한세의 요리를 맛보았을 때 곧바로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만들던 음식이 떠올랐고, 그 순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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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ieger

인테리어는 가족의 부엌이 주는 포근함을 담아내면서도, 풀을 먹인 하얀 테이블보와 냅킨이 놓인 ‘전통적인 밀라노식 레스토랑의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고. 실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절제되어 있으며, 스튜디오 다비데 리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고 파티나가 쌓이는 소재에 주목했다. 바닥은 작은 색석을 함께 타설한 화이트 테라초로 마감되었고, 벽면 패널과 빌트인 가구는 우아한 월넛 목재로 제작되었다. 형식적인 엄격함은 입구에서 레스토랑 후면까지 길게 이어지는 곡선형 벤치 시트로 완화된다. 이는 ‘공동체적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라고 건축가는 설명한다. 여기에 리초는 우아한 곡목 의자와, 베네치아 유리 공방 베니니를 위해 카를로 스카르파가 디자인한 화려한 샹들리에를 더했다. 코모 호수를 묘사한 단색조의 벽걸이 태피스트리는 절제된 브라운과 베이지 컬러 팔레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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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ieger

아우구스트슈트라세에 위치한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적인 측면을 넘어, 베를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이탈리아적 정체성(Italianità)을 곳곳에서 풍긴다. ‘Bardele’의 공동 창립자이자 외식업 종사자인 벤 버먼 역시, 폴렌초에서 수학한 수석 셰프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와 깊은 유대를 지니고 있다. 그의 가족은 토스카나에서 농장과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바와 레스토랑은 삶이 펼쳐지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다른 공간들이 쉽게 해내지 못하는 방식이죠.”라고 그는 말한다.

www.bardeleberl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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