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시반이 만든 프래그런스 브랜드의 첫 뉴욕 팝업

‘츠 랑예 요르(Tsu Lange Yor)’가 뉴욕에 세운 작은 방

​‘츠 랑예 요르 (Tsu Lange Yor, 이하 TLY)’는 호주 출신의 아티스트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설립한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자아와 휴식처 (Self and Sanctuary)’를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 그는 음악과 비주얼 작업을 통해 꾸준히 탐구해온 미묘한 관찰의 미학을 브랜드 세계관으로 확장해, 향과 공간, 패키지 디자인을 하나의 감각적 언어로 연결한다.

트로이 시반이 만든 프래그런스 브랜드의 첫 뉴욕 팝업

​‘츠 랑예 요르 (Tsu Lange Yor, 이하 TLY)’는 호주 출신의 아티스트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설립한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자아와 휴식처 (Self and Sanctuary)’를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 그는 음악과 비주얼 작업을 통해 꾸준히 탐구해온 미묘한 관찰의 미학을 브랜드 세계관으로 확장해, 향과 공간, 패키지 디자인을 하나의 감각적 언어로 연결한다. TLY는 단순히 향 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하루 중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을 시각 및 후각적으로 제안하는 감성적 플랫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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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Y는 매년 연말 시즌을 기념하며 호주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에는 멜버른 기반의 시각 예술가 ‘에비 케이어(Evie Cahir)’의 작품 ‘HOME WORDS I’을 패키지에 적용한 아로마틱 캔들 세트와 오 드 퍼퓸 세트를 내놓았다. 에비 케이어는 빛과 색채, 공간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작가이다.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색이 캔버스나 천, 배경 위에서 어떻게 스며들고 흡수되며 움직이는지를 관찰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색의 흐름, 농도, 빛의 스펙트럼은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며, 이는 TLY의 가치관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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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노드스트롬(Nordstrom) 플래그십 스토어 한 켠에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 TLY의 팝업이 진행됐다. 뮤직비디오와 아트 디렉팅에서 빛과 공간의 요소를 중요하게 다뤄온 트로이 시반은 TLY 뉴욕 팝업을 통해 자신만의 ‘쉼’을 공간으로 구현해냈다. 반투명 패널과 웜톤 조명, 여백 중심의 구조로 그의 차분한 세계관을 고스란히 공간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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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호주에서 말하는 ‘자기 돌봄(self-care)’의 철학을 더 깊고 섬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품은 건축 요소와 정제된 조명 설계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TLY 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바탕으로, 팝업 및 상업 공간 제작 전문업체인 Coffee House Industries가 전체 구조와 설치를 주도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적인 분위기를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번잡한 쇼핑몰 한가운데에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은신처와 같은 팝업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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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건축양식에서 차용한 ‘쇼지(장지문)’ 구조에 기반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격자 패널은 폭이 좁고 길게 세워진 하나의 방처럼 공간 밖과 안을 부드럽게 구분한다. 일반적인 상업 공간이 고객을 최대한 유입시키기 위해 개방감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TLY의 팝업 공간은 반투명 패널을 이용해 내부를 품듯 감싸는 형태를 택했다. 이는 명확한 경계 없이도 안과 밖을 부드럽게 구분하는 쇼지의 성격과 닮아 있으며, 은은한 ‘드러남’을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의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라는 슬로건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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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지 패널 내부에는 균일한 백라이팅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패널 뒤에서 조명이 확산되며 마음이 둥글어지는 듯한 매우 부드러운 빛을 조성하고, 직사광선이나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함으로써 방문객의 시선을 편안하게 만든다. 조명의 색온도는 약 2700K~3000K 사이의 따뜻한 톤으로 조절되어 있어, 실내 조명 특유의 인위적인 느낌을 지우고 마치 한지 너머로 들어오는 자연광처럼 보이게 한다. 이 덕분에 공간은 명상실이나 전통 찻집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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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내부는 좁은 복도형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내부로 흘러 들어가는 경험을 유도한다. 입구는 목재 프레임으로 강조해 마치 작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이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좌측으로는 일체형 선반이, 우측에는 의자와 러그로 구성된 작은 라운지 공간이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제품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혼자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를 상징적으로 마련한 것처럼 설계되어 있다. 가구 구성 역시 매우 절제되어 한 개의 라운지 체어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식물 몇 점이 전부인데, 이는 공간 내에서 시각적 휴식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브랜딩의 철학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색채의 조화 또한 이 팝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반투명 패널의 크리미 베이지 톤, 목재 프레임의 따뜻한 월넛 브라운, 바닥 러그의 어스톤(earth tone), 그리고 전체 조명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황금빛 톤이 은근한 무게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컬러 팔레트는 호주식 내추럴 미니멀리즘과도 닮아 있는데, 자연에서 온 색채를 기반으로 하지만 과도하게 자연주의적이지 않고 도시적인 절제를 함께 품고 있다. 덕분에 공간은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전통적이면서도 매우 세련된 이중적 매력을 가진다. 또한 색조 대비를 최소화해 시각적 피로를 줄이고, 자연스럽게 제품 패키지와 시선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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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을 위한 구조적 디테일에서도 디자이너의 의도가 읽힌다. 예를 들어, TLY 로고가 들어간 헤더 프레임은 마치 가게의 간판이 아니라 작은 안식처의 입구 표식처럼 보이도록 크기와 위치가 정교하게 조절되어 있다. 이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인 일상의 과도한 자극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안식처를 제공하는 일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선반의 배치 방식은 제품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방문자의 눈높이와 동선에 맞추어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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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면서 TLY 팝업은 브랜드 개념을 정교하게 공간으로 구현했다. 이 팝업은 브랜드 경험을 상업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간이 하나의 향기처럼 조용하게 퍼지고, 방문객은 쇼핑몰의 소음 속에서도 잠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경험한다. TLY의 뉴욕 팝업은 브랜드 정체성을 정교하고 아름답게 풀어낸 작업으로서,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뉴욕에 ‘쉼’의 미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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