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이 기대되는 건축물들
시간을 건너 완성으로, 건축이 이끄는 여정
2026년은 세계적인 건축물 완공 소식이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해일 듯. 100년이 넘는 공사를 마무리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비롯해 조지 루카스 감독의 아트 박물관 까지. 지금, 완공을 앞두고 주목받은 세계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붉은 말의 해’인 2026년에는 활기차게 달리는 말처럼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가 세계를 누비기 좋은 해로 꼽히는 이유는, 그동안 공사 중이던 주요 건축물들이 잇따라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사가 진행되며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아왔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드디어 완성을 맞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성당의 완벽한 모습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목적지로 삼는 여행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처럼 건축물의 완공 소식은 해당 지역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충분한 계기가 되고 있다. 한때는 그저 지역의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건축물이 이제는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명성과 더불어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서사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 가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여행의 동기가 되어줄 건축물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완공을 앞두고 여행자의 시선을 끌고 있는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144년의 기다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스페인의 아르누보 건축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인물로, 지금까지도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카사 비센스’를 시작으로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구엘 공원’ 등 다양한 건축물과 공간들이 바르셀로나를 찾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그의 여러 작품 중에서 독보적인 대표작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평생에 걸쳐 대성당 설계에 몰두했고, 건설은 1882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극도로 복잡한 구조와 구현의 어려움, 재정 문제 등이 겹치며 공사는 수차례 지연되었다. 심지어 건축가 본인도 살아있는 동안 완성시키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전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을 당시, 성당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모습마저 아름다웠기에,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가우디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며 성당이 완공될 예정이다. 완성에 가까워진 모습은 도시의 어떤 건물보다도 높은 위용을 자랑하며 웅장한 규모로 시선을 압도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최근 중앙 탑 일부가 설치되면서 전체 높이가 162.91m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최고 높이로 알려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울름 대성당 첨탑 꼭대기의 기록인 161.53m를 넘어섰다. 구조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외관과 내부의 정교한 장식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미의 완공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100여 년 동안 미완으로 남았던 건축물이 드디어 건축가의 바람대로 완성된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중동에 세워지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 구겐하임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에는 박물관, 미술관이 집적된 문화 지구인 ‘사디야트 섬(Saadiyat Island)’이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루브르 아부다비’다. 그리고 이 옆에는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건설 중에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미술관과 연계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착공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 ‘조각 같은 건축물’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가 설계에 참여하며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미술관의 총면적은 약 3만 제곱미터로 계획되어 있으며, 이는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의 시설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직육면체와 원통형 형태의 갤러리들이 군집을 이루듯 쌓여 있는 모습은 중동의 전통적인 안뜰 구조와 사막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사용되던 바람 탑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각각의 갤러리들은 지붕이 덮인 중앙 안뜰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구름다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건축적 맥락을 반영하는 동시에,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술관 부지는 섬 북쪽 해변을 보호하는 인공 방파제 역할도 겸하고 있어 건축과 인프라가 결합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1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공급 계약 취소, 승인 지연 등과 같은 문제를 마주하면서 개관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었다. 최종 개관은 올해로 계획되어 있으며, 2026년 1월 기준 공사 현장은 어느 정도 설계안과 가까운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10년 넘게 완공이 미뤄진 만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완공 이후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사디야트 섬의 현대 미술 및 문화 계획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브뤼셀에서 파리를 느끼다, 카날 퐁피두 센터
작년에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가 본격적인 보수공사 계획을 발표하며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2030년에나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쉬움이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반가운 분관 개관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휴관 소식과 동시에 공개된 ‘퐁피두 센터 프랑실리앙(Centre Pompidou Francilien – Fabrique de l’Art)’과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Centre Pompidou Hanwha)’ 개관 계획과 함께 주목해야 할 곳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카날 퐁피두 센터(KANAL – Centre Pompidou)’다.

브뤼셀-셸데 해상 운하 인근에 박물관을 건립하려는 계획은 2014년에 처음 구상되었다. 이어 2017년에 퐁피두 센터와 10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박물관 건립 계획을 추진했고, 국제 건축 공모전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했다. 2018년에는 ‘카날 브뤼트(KANAL Brut)’ 행사를 통해 사전 개관을 선보이며 공간의 가능성을 미리 공개했다. 이후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 문을 닫았다.

그리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카날 퐁피두 센터는 현대미술관 CIVA와 함께 옛 시트로앵 정비소를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개관은 11월 28일로 확정되었으며, 전시를 비롯하여 공연, 무용, 음악, 영화 등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의 공백을 채우는 동시에 브뤼셀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모든 것!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박물관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SF 영화의 대부로 자리매김한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이 박물관을 선보인다는 소식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이 미술관 건립의 중심에는 아리엘 인베스트먼트(Ariel Investments)의 공동 CEO 겸 사장이자 JP모건 체이스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멜로디 홉슨(Mellody Hobson)과의 협력이 있다. 이들은 스토리가 문화와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신념을 공유하며, 수십 년간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 영화 예술, 회화 등 다양한 내러티브 아트를 수집해 왔다.
이들의 행보는 그저 개인 컬렉션에 머무르지 않았다. 2010년에는 기부 서약에 서명하며 재산의 상당 부분을 교육, 특히 예술을 통한 교육 개선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신념과 실천이 축적되며, 하나의 공공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박물관의 건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박물관(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은 로스앤젤레스 도심 남서쪽에 위치한 엑스포지션 파크(Exposition Park)에 자리한다. 이 공원에는 이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 캘리포니아 아프리카계 미국인 박물관, 캘리포니아 과학 센터, 경기장을 비롯해 엑스포 센터 등 다양한 문화·교육 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루카스 박물관이 더해지면서 명실상부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MAD 아키텍츠(MAD Architects)가 설계한 박물관의 외관은 마치 외계 문명이 만들어낸 구조물처럼 보일 정도로 유기적인 곡선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이는 거대한 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건물 중앙부를 아치형으로 들어 올려 자연스럽게 광장이 형성되도록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올해 9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설립자 두 명의 방대한 컬렉션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개관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문을 여는 드리스 반 노튼 재단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프린트, 자수, 다채로운 텍스처를 과감하게 믹스 매치하며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온 디자이너다.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드리스 반 노튼 재단(Fondazione Dries Van Noten)’을 통해 베네치아 장인 커뮤니티와 협업하며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을 넘어 예술과 문화로 확장된 그의 행보는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런 행보의 연장선으로 재단의 상설 공간이 올해 4월에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리알토 다리와 카포스카리(Ca’ Foscari) 사이에 위치한 유서 깊은 ‘피사니 모레타 궁전(Palazzo Pisani Moretta)’에 둥지를 튼 재단은 장인 정신을 문화적 정체성의 중요한 언어로 기리는 프로그램과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15세기 후반 베네치아 고딕 양식인 피오리토 양식으로 지어진 피사니 모레타 궁전은 17세기 초 피사니 모레타 가문의 소유였다. 이후 1735년에서 1750년 사이에 로코코 양식으로 재단장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 세심한 복원 작업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지암바티스타 티에폴로(Giambattista Tiepolo), 자코포 과라나(Jacopo Guarana), 가스파레 디지아니(Gaspare Diziani) 등의 작품을 비롯해 당시의 가구와 예술품들이 보존되고 있어 그 자체로 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재단은 이러한 역사적인 내부 공간을 재단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베네치아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시간의 흔적과 현대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독창적인 믹스 매치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온 패션 디자이너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 공간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4월의 베네치아에서 전통과 문화 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을 즐기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