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빈티지한 매력을 가진 아웃도어 자동차들
캠핑카 트렌드를 보여주는 일본의 레트로 튜닝 카 디자인 4.
매년 1월 열리는 도쿄 오토 살롱Tokyo Auto Salon은 다양한 커스텀 자동차들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모터쇼다. 일반 승용차와 화물차는 물론이고, 레이싱카, 태양열 동력 자동차 등 크기와 종류를 불문한 튜닝 카들이 이곳에 모인다.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캠핑과 차박 여행이 인기를 모았다. 도쿄 오토 살롱에서도 아웃도어에서 탈 수 있게 커스터마이징한 자동차들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 트렌드는 단연 ‘레트로’다. 복고풍으로 커스터마이징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차들을 모았다.
랜드로버 디펜더를 재현한 경차 캠핑카
경차에서도 정통 오프로드 자동차인 랜드로버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면? 모던하고 미니멀한 미니 캠핑카들 사이에서 독특한 매력을 드러낸 캠핑카가 있다. 일본의 대중적인 경차, 스즈키 사의 에브리Every를 튜닝한 스즈키 에브리 ‘리틀 D’ Suzuki Every ‘Little D’다. ‘리틀 D’는 일본의 자동차 커스터마이징 기업 DAMD가 선보인 여러 캠핑카들 중 하나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도쿄 오토 살롱에서 공개된 후, 중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운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리틀 디’의 본체인 에브리는 경차 사용자가 많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 중 하나다. 1960년대에 출시된 캐리Carry가 리뉴얼되어 1982년 에브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되었다는 긴 역사도 있다. 상용차인 에브리를 승용차로 변형한 에브리 웨건Suzuki Every Wagon도 사랑받는다. 에브리와 외모가 몹시 닮은 한국 차 다마스는 스즈키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모델이기도 하다.
복고풍인 전면부 디자인, 그리고 카키와 헤이즐이 섞인 색감이 눈에 들어오는 ‘리틀 디’는 사실 클래식 랜드로버 디펜더Land Rover Defender의 디자인을 참고해 만들었다. ‘리틀 디’의 ‘D’는 디펜더에서 따왔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랜드로버 디펜더는 그 소유주들이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 등이 랜드로버 디펜더를 캠핑카로 커스터마이징해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한다.
‘리틀 디’는 에브리의 현 6세대 모델에 루프탑 텐트를 얹고, 차의 전면부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외부에는 랜드로버 디펜더 스타일의 펜더와 범퍼, 범퍼 그릴을 장착했다. 내부 계기판도 교체했다. 헤드라이트와 떨어진 채 하단에 위치한 안개등도 검은 범퍼로 감싸 최대한 클래식 디펜더의 느낌을 살렸다. ‘리틀 디’의 스펙은 일본의 경차 기준에 따라 660cc 배기량에 최대 63마력이다. 무게는 약 910kg 정도, 폭은 1.475미터로 매우 작고 가볍다. 오프로드에 어울리지 않는 스펙 같지만, 좁은 협곡을 빠져나가야 할 경우에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DAMD는 소개한다. 내부에는 싱크대, 전기 코드, 선반, 의자, 폴딩 테이블, 폴딩 베드와 커튼이 설치되어 있다. 폴딩 베드는 펼치면 앞 좌석 뒤쪽 공간을 완전히 차지한다. 지붕을 열고 팝업 방식의 루프탑 텐트를 펼치면 차 안에서 보통 키의 성인이 서있을 정도의 층고가 확보된다.
1980년대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처럼 여행하는 법
올해 도쿄 오토 살롱에서는 또 다른 자동차 커스터마이징 기업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이 선보인 ‘카리카Carica’도 주목받았다. 도요타Toyota 사의 대형 승합차 하이에이스HiAce를 캠핑카로 튜닝한 것인데, 1980년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디자인을 응용했다. 차체는 짙은 민트와 화이트를, 범퍼 그릴은 크롬을 사용하는 등 옛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속 미니버스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차의 이름인 ‘Carica’는 “캘리포니아 드리밍 카California Dreaming Car”의 줄임말이다.
여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차인 만큼, ‘카리카’는 내부에 엔터테인먼트 장비를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썼다. 앞 좌석에는 운전에 필요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용 11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뒷좌석에도 12.8인치 디스플레이와 스테레오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폴딩 베드와 함께, 뒤로 펼쳐 야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확장형 텐트도 포함됐다.
아이스크림 트럭을 닮은 빈티지 캠핑카
‘아마호Amaho’는 지난해 도쿄 오토 살롱에서 전시됐던 커스터마이징 캠핑카다. 1960년대에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출고되고 있는 다이하츠Daihatsu의 하이젯Hijet 트럭의 비교적 최근 모델을 튜닝했다. 일본 캠핑카 제작 기업 다이렉트 카즈Direct Cars는 ‘아마호’를 바다색과 어울리는 민트, 브라운, 화이트 컬러로 칠했다. 일본 경차 특유의 박시한 차체가 빈티지한 색감을 만나면서 놀이공원에 온 듯 향수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붕에는 잠을 자거나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팝업 루프탑 텐트가 달려 있고, 텐트의 바깥 면에는 태양열 패널이 부착되어 있다. 내부에는 소파를 겸하는 폴딩 베드, 싱크대, 탈착식 테이블, 전기 코드 등이 갖춰져 있다. 탈착식 테이블은 차체 외부의 사이드나 뒤편에 꽂아 고정할 수도 있어서 다양한 활동이 용이하다.
여름날의 드라이브를 위한 자동차
‘스바루 360’은 1958년 출시돼 1971년 단종된 일본 최초의 경차 모델이다. 사진 속 차의 이름은 ‘FAF 비치 밴’으로, 스바루 360을 출시 당시의 시대상에 맞는 레트로 콘셉트로 튜닝한 재미있는 차다. 차의 시트커버에 프린트된 선명한 오렌지와 화이트의 스트라이프 패턴은 여름 느낌이 가득하다. 내부에는 복고 분위기를 더할 목재가 주자재로 사용됐다. 대시보드는 짙은 톤의 통으로 된 목재로 가구와 같은 안정감을 준다. 지붕은 햇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밝은 톤의 목재 슬레이트로 덮어 반쯤 오픈된 구조를 택했다. 뒤편의 트렁크를 열면 흔하디흔한 카펫이 아닌, 목재를 깐 평탄하고 단단한 테이블 공간 겸 수납공간이 나온다. 안에서 두 다리를 뻗고 차박을 하기는 어렵지만, 해변에 드라이브하러 갈 때 탈 ‘비치 밴’으로서는 훌륭하다. 1950년대적인 레트로를 재현한 디테일들이 단점을 상쇄한다. 차를 만든 포레스트 오토 팩토리Forest Auto Factory는 ‘FAF 비치 밴’으로 지난해 도쿄 오토 살롱에서 경차·콤팩트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