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겹쳐 만든 오브제, 희녹×고소미 협업 에디션

한지로 쌓은 마음, 희녹 2026 새해 에디션

희녹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섬유 아티스트 고소미와 함께 완성한 ‘새해 에디션’을 선보인다.

시간을 겹쳐 만든 오브제, 희녹×고소미 협업 에디션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공통된 염원이 자리한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소중한 인연과 새로운 기쁨을 쌓아가고 싶은 마음. 2026년의 첫머리에서 희녹이 꺼내 든 키워드 역시 ‘관계’와 ‘시간’이다. 희녹 바랄 희, 푸를 녹. 늘 푸르름을 기원하는 뜻의 이름처럼 빠르게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겹을 이루며 의미를 갖는 것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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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녹 2026 새해 에디션 © 희녹

희녹은 매년 새해를 상징하는 흰색을 테마로 작가 혹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한 에디션을 선보여 왔다. 올해는 한지와 삼베 등 전통 소재로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섬유 아티스트 고소미와 함께한다. 희녹 박소희 대표는 제주 스테이 휘소와 잔월, 북촌 노스텔지어 더블재에서 거듭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며 깊은 인상을 받아 이번 협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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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작가 © 희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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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작가의 작업실 © 희녹

고소미 작가는 13년간 일본에서 한지와 화지의 물성을 연구하며 독자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한지를 찢고, 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재료와 마주하는 시간을 중시한다. 그의 작업 중심에는 ‘소미사’가 있다. 한지를 물레에 돌리고 꼬는 기법을 사용해 만든 작가 고유의 실이다. 축적된 시간 속에서 천천히 완성된 한지는 단단하며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 속도보다 재료와 함께 머무는 태도를 지켜온 작가의 마음을 담아, 이번 에디션을 완성했다.



2026 새해 에디션은 ‘한지 패브릭 바구니’와 ‘소원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여러 겹의 한지를 겹쳐 만든 ‘한지 패브릭 바구니’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텍스처로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된다. 바닥에 두고 작은 조명을 넣거나 펜던트 조명의 갓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겹겹이 쌓인 한지 사이로 스며 나오는 빛은 공간에 온화한 분위기를 더한다. 희녹의 시그니처인 제주 편백 100% 탈취제 ‘더 스프레이 세트’를 비롯해 ‘더 핸드 세트’, ‘베스트셀러 세트’ 세 종류로 선보인다.

‘소원돌’은 크기와 형태가 다른 네 개의 한지 돌로 구성되었다. 한지를 얇게 바르고 떠내어 하나하나 완성한 이 오브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돌을 쌓으며 안녕을 비는 공통의 마음에 착안했다. 정해진 답 없이 각자의 호흡대로 쌓아 올리는 과정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의 모양을 닮았다. 에디션은 제주 편백 향을 머금은 편백 잎과 가지를 담은 나무 함에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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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개인전 〈종이와 직물의 집〉 전경 © 희녹

한편, 작가의 세계관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고소미 개인전 〈종이와 직물의 집〉이 1월 15일부터 20일까지 북촌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한지 조명 시리즈 ‘쉐이드’를 비롯해 소미사로 작업한 직물 회화를 통해 작가의 독창적인 미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물속에서 한지를 입체적으로 떠내는 ‘입체 초지’ 기법으로 완성한 조형물들은 균일한 형태보다 각기 다른 결을 드러낸다. “기준에서 어긋나면 하자품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차이에서 느껴지는 가치와 고유함 자체가 존엄하다”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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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미 개인전 〈종이와 직물의 집〉 전경 © 희녹

전시장 한편에는 춤추는 인물의 움직임을 포착한 연작이 놓여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공예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업으로, 한 사람의 춤 동작을 여섯 개의 순간으로 나누어 담아냈다. 고소미 작가는 춤을 시작한 순간과 끝난 순간이 과연 같은 사람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이 작업을 출발했다. 짧은 시간 안에서도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흔들리고, 감정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생각에서다.

작가는 이 ‘이행의 순간’을 통해 인간의 삶 전체를 바라본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 수없이 쌓이는 경험과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한순간의 판단으로 평가되거나 쉽게 매도되곤 한다. 그는 춤이라는 행위를 통해 변화의 과정을 시각화하며, 잘 된 순간에 과도하게 도취되지도, 무너진 순간에 스스로를 포기하지도 않는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겹겹이 쌓인 마음〉을 테마로 한 설치 작업이 이어진다. 2026 새해 에디션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한 설치 미술이 공간을 채운다. 거대한 소원돌탑 플로어스탠드는 ‘관계는 마음을 다해 쌓아갈 때 단단하게 연결된다’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방문객은 매장에 준비된 쪽지에 새해 소망을 적어 소원돌 안에 넣을 수 있다. 소중하게 품어온 마음들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희녹의 기원이 담긴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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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녹 2026 새해 에디션 ‘한지 패브릭 바구니’ © 희녹

고요히 쌓인 마음은 오늘의 관계를 지탱하고 내일로 이어지는 힘이 된다. 희녹과 고소미 작가가 함께 완성한 에디션은 그 마음을 새해의 오브제로 형상화했다. 호젓한 북촌 골목 사이로 겨울 햇살이 스며드는 1월, 희녹의 공간을 천천히 거닐며 저마다의 소망을 한 겹씩 더해보아도 좋겠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모여 마침내 단단하고 온화한 한 해가 되기를 함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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