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벽 안에 탄생한 새로운 호텔
루카 구아다니노가 완성한 로마 ‘팔라초 탈리아’
루카 구아다니노가 색채와 기하학,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16세기 로마 팔라초를 현대적 부티크 호텔로 재해석했다.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색채와 기하학, 장인정신으로 16세기 로마 양식 팔라초를 현대적인 부티크 호텔로 되살려냈다. ‘영원의 도시’ 로마 중심부에 자리한 팔라초 탈리아(Palazzo Talìa)는 16세기에 지어진 역사적 팔라초로, 인문주의자와 추기경, 귀족들, 그리고 고대 로마 신화의 신들까지 품어온 유서 깊은 공간이다. 3년에 걸친 섬세한 리노베이션을 거쳐 호텔로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본즈 앤 올〉(2022), 〈챌린저스〉(2024)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오스카 후보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설립한 인테리어 건축 스튜디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studiolucaguadagnino)’의 첫 호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가 2017년에 설립한 인테리어 건축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는 최근 로마에서 첫 호텔 프로젝트를 공개했는데, 이는 역사적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지적으로 탐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스몰 럭셔리 호텔 오브 더 월드(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의 멤버인 ‘팔라초 탈리아’는 16세기에 지어진 건물에 자리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학자와 귀족, 교황들이 교육을 받던 나차레노 학교(Collegio Nazareno)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다. 호텔 인테리어 디자인과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이 직업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표현 중 하나일 것이다. 장식 예술은 투숙객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향유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즉 색채 콘셉트, 기하학적 형태 구성, 그리고 장인정신을 완전히 체화해 호텔에 구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스튜디오가 보유한 모든 역량과 전문성, 그리고 경험을 하나의 작업에 온전히 적용할 수 있었던 매우 흥미롭고도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깊은 역사를 지닌 공간에 어떻게 개입하고, 완전히 새로운 맞춤 의복을 입히듯 궁전을 새롭게 되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 프로젝트 리더 파블로 몰레순
공용 공간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는 팔라초 탈리아 내 트라마에 레스토랑(셰프 마르코 코폴라가 운영하며 로마식 돌체 비타), 바 델라 무사, 그리고 웰니스 스파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이 공간들은 전반에 걸쳐 시대를 초월한 화려함과 색채미, 장인정신을 기념하듯 구현되어 있다. 건설 및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페데르치(Federci) 가문이 팔라초 복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내부 공간은 진정한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로마 특유의 장엄함과 세련미를 고스란히 담아낸 독보적인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 팀의 첫 호텔 디자인 작업으로, 방문객들은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중앙 계단과, 공간을 따라 이어지는 장대한 플로럴 카펫을 만나게 된다.

역사적인 현관 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색채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그 변화는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를 위해 나이젤 피크(Nigel Peake)가 디자인한 웅장한 카펫 위를 걸을 때 발아래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핑크와 옐로 톤 위에 기하학적 패턴과 플로럴 모티프가 어우러지고, 여기에 짙은 블루와 와인 레드가 대비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색채는 위층에 위치한 바와 마냐 홀(Magna Hall)의 원래 천장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구아다니노 팀은 화가 가스파레 세레나리(Gaspare Serenari)의 18세기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248㎡ 규모의 마냐 홀(Magna Hall) 역시 세심하게 복원했다. 이곳은 웅장한 분위기의 대표적인 이벤트 공간이다. 마냐 홀은 압도적인 천장 높이, 체스판처럼 배열된 석재 바닥, 그리고 벽을 따라 늘어선 고대 로마 흉상들로 특히 인상적인 공간이다. 건물의 상당 부분이 문화재 보호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프레스코화와 코니스(몰딩), 그리고 목조 구조물과 같은 건축 디테일은 모두 원래의 색조에 맞춰 복원되어야 했다.

객실
팔라초 탈리아에는 총 26개의 객실만이 마련되어 있으며, 모든 객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다. 객실 디자인은 MIA 홈 디자인 갤러리의 마리아나 루브라노 라바데라와 라우라 페롤디 스튜디오가 담당했으며,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는 특별한 테라스 스위트의 디자인을 맡았다. 테라스 스위트는 최상층에 위치한 맞춤형 객실로, 복숭아나무 패널 마감과 함께 66㎡ 규모의 식물로 가득한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이 테라스에서는 팔라초의 역사적인 내부 안뜰과 산 안드레아 델레 프라테 성당의 장엄한 전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열대 식물로 가득한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팔라초의 안뜰은 조경 예술가 블루 맘보르(Blu Mambor)가 세심하게 연출했으며, 바와 야외 레스토랑 좌석을 갖춘 활기찬 라운지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하지만 이 호텔에서 가장 인상적인 객실은 단연 탈리아 스위트다. 250㎡ 규모의 이 공간은 주니어 스위트와 그랜드 주니어 스위트로 구성되어 성인 네 명과 어린이 두 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두 공간은 아름다운 마냐 홀로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높이 11미터에 달하는 천장이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프레스코화, 고대 대리석, 그리고 목재 합창석까지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나머지 24개의 객실 역시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맞춤 제작된 유일무이한 수제 가구들이 고대 대리석과 콜레조(Collegio)의 조각상과 나란히 배치되어, 고전과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한다.
“나는 항상 영화감독으로서 스크린 속 이야기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과는 별개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즐겨왔다. 이제 우리는, ‘팔라초 탈리아’의 신성한 홀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루카 구아다니노
디테일까지 살아 있는 장인정신


공용 공간 곳곳에서는 사용된 소재가 지닌 촉각적 질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웰니스 공간에는 스페인의 장인들이 제작한 그린 컬러 마욜리카 타일이 사용됐다. 내부 안뜰의 정원에는 거대한 야자수와 다양한 식물이 심겨 있어, 지중해와 열대의 분위기가 교차하는 오아시스 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 정원은 조경 예술가 블루 맘보르(Blu Mambor)와의 협업으로 조성됐다. 바(Bar) 공간을 위해 스튜디오는 시칠리아의 세라믹 전문 장인에게 의뢰해, 바 카운터와 테이블 상판에 미세하게 물결치는 듯한 텍스처를 더했다.

소파와 의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구는 맞춤 제작되었다. 스튜디오는 내부 안뜰을 조망할 수 있는 독특한 유리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일부 가구는 폰타나 아르테(Fontana Arte)와 데다르(Dedar)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역사적인 컬렉션에서 선별된 작품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입구에 설치된 기념비적인 샹들리에로, 이는 1940년대 나폴레오네 마르티누치(Napoleone Martinuzzi)가 무라노 유리로 제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