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에 담긴 ‘윤슬’ 단 하나의 12칠린드리
한국의 미를 재해석한 페라리 12칠린드리
페라리가 네 팀의 동시대 한국 작가들과 함께 한국을 기리는 단 하나의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를 완성했다.

페라리가 한국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Ferrari 12Cilindri Tailor Made). 말총 공예, 옻칠, 반투명 아크릴, 사운드 아트까지. 네 팀의 동시대 한국 작가들과 함께 한국을 기리는 단 하나의 12칠린드리를 완성했다. 2년에 걸친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 모델은 지난 1월 19일 서울 반포 전시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페라리의 최상위 퍼스널라이제이션 프로그램 ‘테일러메이드’를 통해 장인정신의 정수를 끌어올린 결과다. ‘전통에서 영감을, 혁신으로 추진력을(Inspired by Tradition, Powered by Innovation)’이라는 테마 아래, 한국의 예술적 언어를 페라리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며 ‘도로 위의 예술’을 새롭게 정의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쿨헌팅(Cool Hunting), 네 팀의 한국 작가가 함께한 협업은 아시아, 유럽, 북미를 잇는 대륙 간 프로젝트로도 의미를 더한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를 비롯해, 페라리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와 페라리 극동 및 중동 지역 지사장 프란체스코 비앙키(Francesco Bianchi)가 참석했다. 특히 페라리코리아의 새로운 총괄 티보 뒤사라(Thibault Dussarrat)가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환영사를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페라리의 가장 혁신적인 모델인 12칠린드리에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과 역동적인 현대성을 담아낸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나의 첫 공식 행사로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우승자인 정다혜 작가는 말총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통해 극강의 섬세함을 표현해왔다. 이번 12칠린드리의 대시보드에는 몽골 상공회의소 인증 업체의 말총으로 제작된 실제 공예 작품이 탑재됐다. 자동차의 실내 공간에 작품을 직접 통합한 시도. 작가의 시그니처 패턴은 시트와 바닥재로도 확장됐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소재 3D 패브릭을 통해 구현한 결과물이다. 글라스 루프에도 동일한 패턴을 스크린 프린팅으로 새겨 넣었다. 빛이 투과될 때마다 차 안에는 말총 직조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드리워지며, 공예의 언어가 실내 경험 전반으로 이어진다.



소재의 혁신을 통해 전통 오브제를 재해석해온 김현희 작가는 특유의 반투명 기법을 차량 곳곳에 적용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쉴드, 휠 캡, 페라리 레터링 엠블럼, 프랜싱 호스 로고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상징들이 작가의 터치를 통해 새로운 물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내에는 작가가 직접 전통 서예로 프로젝트명을 쓴 헌정 플레이트가 장착됐다. 트렁크에는 실제 러기지 케이스로 활용 가능한 한국 전통 함이 실렸다. 함 내부에는 페라리 키 형태의 오브제가 수납돼 오너에게 또 하나의 예술적 경험을 제안한다.


현대 미술가 이태현은 백색 옻칠 기법으로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 맥락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비전은 12칠린드리의 화이트 브레이크 캘리퍼와 시프트 패들로 구현되며, 화이트 컬러는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테마가 되었다.

외관 리버리는 사운드 아티스트 듀오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작업으로 완성됐다. 페라리의 상징인 V12 엔진 사운드를 시각화한 악보 패턴이 차체 위에 입혀지며, 소리가 무늬로 전환되는 장면을 만든다. 동일한 윤슬 페인트 위에 한 톤 어두운 색조를 더하는 공법으로 깊이감도 살렸다.

차량 전체를 감싸는 ‘윤슬’ 페인트는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다. 고려청자의 녹색 스펙트럼과 서울의 네온 불빛, 그리고 K-팝과 전자 음악의 리듬을 하나로 녹여냈다. 빛의 각도에 따라 녹색에서 보라색, 다시 푸른빛으로 변주하는 컬러는 바다 물결 위 반짝이는 햇살을 뜻하는 순우리말 ‘윤슬’ 그 자체를 차체 위에 구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로컬 모티프를 표면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작가의 공예 언어를 차량 제작 공정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였다. 말총이 대시보드로 확장되고, 반투명 아크릴이 엠블럼과 로고를 감싸며, V12 사운드가 리버리로 전환되는 과정. 그 안에서 한국의 미학은 페라리만의 독보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