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건축, 감각의 조향 전 〈BOUTIQUE MANSION〉전

예술과 공간, 감각이 교차하는 새로운 경험

동시대 주목받는 한국의 현대미술가와 함께 미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맨션나인’에서 전에 없던 감각의 전시를 선보인다.

향의 건축, 감각의 조향 전 〈BOUTIQUE MANSION〉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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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나인

동시대 주목받는 한국의 현대미술가와 함께 미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맨션나인’에서 전에 없던 감각의 전시를 선보인다. 신사동 한 골목의 6층 규모 건축물에서 열리는 <BOUTIQUE MANSION>이 바로 그것으로 본 프로젝트는 ‘취향의 건축, 감각의 조향’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엮는다. 조향이 키워드에 담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는 시각과 후각이 결합한 다층적 감각 경험을 제안한다. 개성 가득한 시각 예술 작품, 섬세하게 조향된 향, 과거의 시간을 품은 빈티지 가구가 풍경에 스며들어 독특한 미감을 그린다. 감각의 산물이 채워진 도시 속 맨션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취향이 거주하는 하나의 ‘부티크적 건축물’을 구현한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부티크’는 소수의 취향을 위한 고유한 미학을, ‘맨션’은 그 취향이 층층이 축적되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구조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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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양대원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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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김산, 양민희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고헌, 양대원, 김산, 양민희, 이선미, 이효선, 이동구 7인의 참여 작가는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의 맨션에 섬세한 미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같은 층이 아닌 서로 다른 층에 배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영지 큐레이터는 “작가들의 작품이 서로 섞여 희석되기보다는 그들만의 세계가 또렷하게 각인되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전시의 중요한 목표”라고 전했다.

첫 기획 단계에서는 한 층 안에서 여러 작가의 작업이 섞이며 서로 다른 작업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BOUTIQUE MANSION>은 각 층이 하나의 ‘완결된 장면’으로 보여지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한 층마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 관람객이 시각적으로 작품을 탐미하는 동시에 그 공간의 분위기와 감각을 함께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각 층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향기와 음악, 그리고 공간의 밀도까지 포함된 하나의 장면을 향유하는 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아티스트의 작업을 가장 깊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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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이선미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각 층의 평면 구조는 유사하지만, 공간을 채우는 작품 세계가 층과 동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니 계속해서 낯선 경험으로 다가온다. 변주하는 시각적 장면을 마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작가별 미학을 ‘향기’로 조향한 후각적 경험은 맨션 내부를 오르내리는 단순한 행위를 더 입체적이고 특별한 시간으로 만든다. 이 외에도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 가구와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오감을 자극한다. 시간을 머금은 가구들은 작가들의 현대적인 작품과 조화를 이루며 ‘취향’이라는 것이 시대를 초월하여 연결되는 것임을 상징한다. 작품의 배치, 동선 설계, 전시 요소의 조화로움까지 구성의 디테일에 관해 최 큐레이터는 언급했다.

지상과 지하, 층고와 채광, 공간의 온도가 주는 인상은 분명히 다르므로, 각 작가의 작업이 가장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위치를 고민했습니다.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며 경험하게 될 감각의 흐름까지 함께 고려했죠.
관람객이 한 층을 지나 다음 층으로 이동할 때 시각적인 전환뿐 아니라 향기나 분위기, 음악의 결이 서서히 바뀌며 감각이 환기되기를 바랐어요.
그렇게 층마다 다른 리듬을 느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집을 거닐며 각 공간의 서사를 차례로 경험하는 흐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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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이효선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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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고헌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필자는 지하 1층에 전시된 고헌 작가의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다. 알루미늄 철판 1세대 작가인 그는 알루미늄 표면에 반복적으로 상처를 내고, 그 틈에서 날카롭게 반짝이는 빛을 포착한다. 작품 자체가 지닌 강렬한 오라도 분명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 작품과 마주했을 때의 경험이었다. 고헌 작가의 작품을 모두 감상한 후 전시장을 나가고자 몸을 돌렸을 때, 막상 입장할 땐 보지 못한 ‘Pulse 2440-2445’ 작품이 필자를 압도했다. 모든 작품을 감상한 게 아니었다. 동선 설계와 긴밀하게 맞물린 예측하지 못한 만남은 공간과 작품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깊은 시각적 잔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최영지 큐레이터는 “지하 1층 고헌 작가의 작품처럼 들어올 때는 인식하지 못했다가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장면”이며 “이미 작품 감상과 공간 경험을 충분히 거친 상태에서 음악과 분위기가 겹쳐진 채 작품을 다시 마주했을 때 오는 감정까지 염두에 두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작품이 잘 보이는 위치를 정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큐레이터의 말에서 관람객이 어떤 순간 어떤 작품과 조우하고 감응하게 할지 치밀히 설계한 흔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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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이동구 작가 전시 전경 ⓒ맨션나인

시각 작품, 향, 빈티지 가구, 음악 등의 요소가 촘촘하게 레이어를 쌓으며 완성한 감각적인 풍경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밀도 높은 예술적 경험의 순간이 완성된다. 최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거창한 해석이나 정답을 가져가기보다는, ‘잠시 머물다 나온 하나의 집’을 떠올리는 기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시간이 깃든 가구를 경험하고 동시대 시각 예술 작품을 탐미하면서 공간을 채우는 무형의 음악과 향기를 통해 함께 저마다의 서사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어느 순간 마음에 걸리는 장면, 오래 남는 이미지 하나 정도를 품고 나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감정이 훗날 다시 작품을 떠올리게 하거나 자연스레 작품 소장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BOUTIQUE MANSION>은 관람의 문턱은 낮추되 경험의 깊이는 가볍지 않게 남는 전시이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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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나인

한편, 전시를 기획한 맨션나인은 기존 전시장 운영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을 걷고 머무르며 감각과 서사를 함께 경험하는 다채로운 아트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BOUTIQUE MANSION> 역시 전통적인 전시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며 예술과 공간, 감각이 교차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기획사의 북극성에 맞닿아 있다. 전시가 진행 중인 맨션은 종료 후 동일한 쓰임으로 다시 활용되지 않을 예정이라 하니, 예술이 선사하는 가장 감각적이고 호화로운 경험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전시는 오는 3월 6일까지.

<BOUTIQUE MANSION>
장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3-37 ​
기간 2025년 12월 26일 – 2026년 3월 6일
시간 11:00-17:00 (화-토) (공휴일 휴무)
주최 및 기획 맨션나인(MANSION9)
참여 작가 고헌, 양대원, 김산, 양민희, 이선미, 이효선, 이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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