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위에 열린 극장, 커넥천 파빌리온
오브라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파빌리온은 물리적으로 건너기 위한 구조물이기보다, 도시의 기억과 상상을 잇는 매개에 가깝다.

청계천 위에 또 하나의 다리가 놓였다.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 ‘커넥천 파빌리온’이 그 주인공이다. 오브라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파빌리온은 물리적으로 건너기 위한 구조물이기보다, 도시의 기억과 상상을 잇는 매개에 가깝다. 자유와 다원성이라는 민주적 가치에서 출발한 구조물은 관람과 이용의 경계를 허물며,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공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설계 개념은 단순하다. 기존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22개의 다리에 더해 ‘23번째 다리’를 상상하는 것. 파빌리온의 양쪽 교두보는 각각 영상과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서로 다른 ‘꿈의 세계’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도시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두 대의 프로젝터와 두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상영 시스템 역시 일방적인 정보 전달 대신 관람자가 스스로 해석하고 연결하도록 유도한다.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간결하지만 단단한 구조도 눈에 띈다. 프리패브 글루램 부재로 짠 삼각 트러스 형태의 매스팀버 프레임에 재활용 강철 커넥터를 결합해 가볍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스크린 패널은 단순한 스틸 앵글에 얹고, 최소한의 텐션 로드와 플리치 빔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네 개의 탈착식 기둥과 조절식 다리 위에 세워져 설치와 해체가 용이하며 철거 이후에는 기존 포장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다. 임시 구조물이지만, 도시 맥락에 남는 흔적은 최소화한다는 태도다.

프로그램 또한 디지털과 물리적 경험을 교차시킨다.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 환경·도시 문화·미래 기술 등 주제를 바꿔가며 운영되는 상영, 복원 전후의 기록을 병치한 아카이브 영상, 생태 데이터를 시각화한 인포그래픽, 그리고 전 세계 공모를 통해 수집한 도시 영화들이 이어진다. 건축가는 온라인 플랫폼과 지역 파트너십을 통해 주민, 기관, 글로벌 관객을 연결하는 연중 대화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렇게 이 파빌리온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 담론이 생성되는 미디어 허브로 자리한다.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은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오픈 서울Open Seoul’은 집단적 상상력을 구축하는 섹션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반(半)픽션적 비디오 페스티벌 형식을 취한다. 반면 ‘더 캐논The Canon’은 도시를 주인공 혹은 배경으로 삼은 작품을 선별해 상영하며 축적과 보존의 역할을 한다. 생성과 아카이브, 실험과 기록이 공존하는 구조다. 선정된 작품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어 물리적 현장을 넘어 더 넓은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제한된 예산과 수개월 내 완공이라는 빠듯한 조건 속에서 완성된 커넥천 파빌리온은 청계천의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공공성과 예술을 결합할 수 있을지 제안한다. 다리이자 극장, 스크린이자 광장. 이 가벼운 구조물은 도시 재생의 유산 위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겹쳐 놓으며, ‘함께 보는 공간’이 ‘함께 만드는 도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