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동계올림픽 참가국들의 인상적인 유니폼 디자인 4

국가적 정체성과 미를 담은 아이티·몽골·미국·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경기만큼이나 참가국들의 유니폼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입고 등장한 유니폼들은 각국의 문화와 함께 저마다의 메시지를 풀어내 시선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인상적인 4개 팀의 유니폼을 살펴봤다.

2026 동계올림픽 참가국들의 인상적인 유니폼 디자인 4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경기만큼이나 참가국들의 유니폼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입고 등장한 유니폼들은 각국의 문화와 함께 저마다의 메시지를 풀어내 시선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인상적인 4개 팀의 유니폼을 살펴봤다. 언제나 ‘미국적인 클래식함’을 보여주는 미국,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생존하고 번성한 역사를 가진 몽골, 더운 기후로 동계 스포츠와의 연결고리는 많지 않으나 고유의 자긍심을 가지고 출전한 아이티와 브라질이다.

아이티

겨울이 없는 나라인 아이티는 동계 올림픽에서도 카리브해의 여름 풍경을 잃지 않았다. 재킷, 팬츠, 패딩 스커트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손으로 푸른 하늘과 무성한 숲, 그리고 생동감 넘치게 달리는 붉은 말을 그렸다. 덕분에 그 어느 팀과의 유니폼과도 뚜렷하게 대조되는 이 유니폼은 로마에서 활동하는 아이티계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텔라 진(Stella Jean)이 디자인했다. 전직 알파인 스키 선수 피에트로 비탈리니도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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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ellaJean

눈길을 끄는 이 손 그림은 아이티 작가 에두아르 뒤발-카리에가 18세기 아이티의 독립운동가 투생 루베르튀르를 그린 그림에서 영감받아 새롭게 그린 것이다. 루베르튀르는 노예 출신으로 노예제 폐지 및 아이티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스텔라 진은 원래 루베르튀르의 모습이 담긴 원작을 재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디자인이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유니폼 규정에 맞지 않아 인물을 뺀 버전을 급히 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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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ellaJean

국제사회에서 아이티는 부패, 지진과 같은 위기를 겪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스텔라 진은 이 유니폼을 통해 아이티가 그 이상의 면모를 가진 나라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카리브해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돌로미티의 심장부까지’ 담았다는 인스타그램 소개 글이 그의 의도를 대변한다. 스텔라 진은 모든 디테일이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을 실천한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그 또 다른 예가 여성복의 티뇽과 귀걸이다. 머리를 감싸는 티뇽은 과거 노예 여성들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도록 강요하는 도구였고, 귀걸이는 그 가운데 유일하게 허용된 장신구였다고 한다. 스텔라 진은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못하고 도리어 감춰야 했던 식민 역사를 강인한 생존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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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tellaJean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원본 버전 유니폼은 2월 말 개막하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몽골

고품질 캐시미어 제품을 만드는 몽골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 고욜 캐시미어(Goyol Cashmere)가 몽골 팀을 위해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유니폼을 만들었다. 몽골은 초원에서 자라는 염소 털에서 캐시미어를 얻는 캐시미어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고욜 캐시미어는 “통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몽골의 독특한 국가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선보이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몽골 의복 문화를 새롭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몽골 팀의 유니폼은 미학과 기능성 모두 국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기였던 13-15세기 몽골 제국의 복장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다. 활동성을 높이는 슬릿,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높은 칼라, 보온을 강화하기 위해 겹겹이 닫은 앞섶 등이 그 예다. 선수들은 부드러운 실루엣과 정교한 전통 문양 자수가 특징인 전통 의상 ‘델’을 걸치고, 전사들이 썼던 원뿔형 모자도 착용했다. 소재는 물론 대부분 몽골의 유목민들이 수세기 동안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준 몽골산 캐시미어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중앙아시아 고원의 끝나지 않는 겨울을 견딘 회복력, 지혜, 전사 정신”이라는 몽골 전통 문화의 정수를 전한다.

캐주얼 유니폼에서는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의 감성도 엿보인다. 고욜 캐시미어는 동일한 캐시미어 소재로 알프스와 산악 스포츠의 스타일을 반영한 니트 앙상블을 제작했다.

미국

Ralph Lauren Team USA Opening Ceremony Uniform
이미지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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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Ralph Lauren

20년 가까이 미국의 국제 스포츠 대회 대표팀의 유니폼 디자인을 맡아 온 랄프 로렌(Ralph Lauren)이 이번에도 랄프 로렌다운 미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스타일을 선보였다. 미국의 국기색인 빨강, 파랑, 흰색을 기본으로 하는 울 소재 터틀넥, 팬츠, 장갑, 모자에 가죽 벨트를 더하고 원목 단추를 단 토글 코트로 마무리한 것. 랄프 로렌 코퍼레이션의 최고 브랜드 및 혁신 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렌은 “대회가 열리는 패션의 수도 밀라노의 창조적 정신을 기리면서 동시에 랄프 로렌을 정의하는 변함없는 스타일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미국 팀의 유니폼을 소개했다. 또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열정과 낙관과 탁월함을 향한 끝없는 추구”를 표현했다고도 설명했다.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Kappa)가 미국 팀을 위해 제작한 스키 및 스노보드 경기복도 비슷한 미학을 보여준다. 미국 국기의 세 가지 색에 더해 별과 스트라이프 테마까지 차용하여 상징성을 강조했다.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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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Moncler

패딩 소재의 재킷, 스커트, 반바지, 케이프, 부츠가 돋보이는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은 브라질 출신 유명 디자이너 오스카 메차바흐트와 몽클레어가 공동으로 디자인했다. 흰색을 기본으로 브라질 국기를 연상시키는 짙은 파란색과 초록색을 포인트 컬러로 활용했으며, 별 디테일도 사용했다. 덕분에 세련되면서도 라틴 아메리카다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유니폼이 탄생했다. 모든 아이템에는 몽클레어가 1950년대에 K2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을 위해 개발한 카라코룸 재킷의 퀼팅 디테일이 반영됐다. 재킷과 케이프에는 더블 버튼, 외부 포켓, 후드 등 여러 기능적 요소 역시 빠지지 않았다.

기수가 입었던 흰색 패딩 케이프 안쪽에는 브라질 국기가 크게 프린트되어 있다. 메차바흐트는 이에 관하여 브라질의 정체성을 겉으로 소란스럽게 외치기보다는 주변 풍경에 스며드는 가운데 조용히 드러나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동계 스포츠와 관련성이 적은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이쪽 세계에 잘 녹아들면서 브라질인으로서의 자긍심 역시 품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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