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로 지은 검은색 궁전, 루이스 네벨슨의 환상 세계
50년 만의 귀환, 루이스 네벨슨 유럽 최대 규모 회고전
퐁피두 센터 메츠는 20세기 조각을 몰입형 경험으로 확장한 루이스 네벨슨의 회고전 ‘미세스 엔의 궁전’을 개최한다. 프랑스 전시 이후 50년 만에 마련된 유럽 최대 규모의 전시로, 미술과 패션계에 영감을 주는 작가의 예술적 유산을 조명한다.

프랑스에서 열린 마지막 전시(1974년) 이후 50년, 그리고 작가의 타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퐁피두 센터 메츠는 루이스 네벨슨(Louise Nevelson)의 전시 ‘미세스 엔의 궁전(Mrs. N’s Palace)’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899년 키이우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며 1988년 생을 마감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유럽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본 전시는 동시대 미술계는 물론 패션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의 유산을 기념한다. 네벨슨은 20세기 조각을 하나의 총체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으로 확장시킨 인물이다.

Copyright: © Digital imag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Licensed by Scala / Diana MacKown
때로는 큐비즘, 구성주의, 혹은 다다와 초현실주의의 콜라주 실천과 연관 지어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의 작업은 이러한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 장 아르프(Jean Arp)가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를 자신의 ‘상상의 할아버지(imaginary grandfather)’라고 표현했다면, 네벨슨의 예술 세계는 무용과 퍼포먼스가 핵심적 역할을 차지하는, 보다 포괄적인 미술사의 흐름을 아우른다. 이러한 무용과 퍼포먼스의 차원은 이번 전시에서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 같은 면모는 ‘분위기’나 ‘환경’으로 구상된 전시 형식을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이는 조각의 영역을 급진적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러한 접근은 해프닝에 관한 앨런 캐프로(Allan Kaprow)의 이론과 ‘확장된 장(expanded field)’에 대한 로절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개념을 연상시킨다.
눈으로 보는 조각이 아닌, 몸으로 경험하는 공간
공간에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으며, 그 안에 무엇을 들여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고와 인식이 물들게 된다. 신체 전체는 공간 안에 존재한다. 우리는 곧 공간이다.
루이스 네벨슨

1958년 뉴욕 그랜드 센트럴 모던스(Grand Central Moderns)에서 그는 자신의 첫 대규모 환경 설치 작업인 ‘문 가든 + 원(Moon Garden + One)’을 선보였다. 이 작업에는 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벽’ 작품인 ‘스카이 캐서드럴(Sky Cathedral)’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그가 선택한 도시 뉴욕을 향한 수직적 헌사였다. 설치의 모든 세부는 철저히 계산되었으며, 작품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모두 배제되었다. 그는 특히 조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고, 이때 처음으로 일부 작품을 푸른빛으로 감싸 그림자를 극대화하고 어둠 속에서 관람자의 지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관람자는 신체 전체로 이 장면에 참여하도록 초대되었으며, 재구성된 연극성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 Estate of Louise Nevelson. Licensed by Artist Rights Society (ARS), NY/ADAGP, Paris Photo: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GrandPalaisRmn / Jacqueline Hyde
‘설치’라는 용어 자체가 아직 정착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이 초기 실험은, 1959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식스틴 아메리칸스(Sixteen Americans)’ 전을 위해 제작된 ‘던스 웨딩 피스트(Dawn’s Wedding Feast)’, 그리고 1961년 마사 잭슨 갤러리(Martha Jackson Gallery)에서 발표된 ‘더 로열 타이즈(The Royal Tides)’로 이어졌다. 이들 설치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재현되며, 그의 환경적 사고가 얼마나 깊이 있게 다학제적 탐구의 정점에 도달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New York,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70.68a-m Purchased with funds from the Howard and Jean Lipman Foundation, Inc. © Estate of Louise Nevelson. Licensed by Artist Rights Society (ARS), NY/ADAGP, Paris Photo: © Digital imag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Licensed by Scala
보면 알겠지만, 금은 땅에서 나온다. 태양 같고, 달 같기도 하다. 금 말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금의 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매일같이 태양의 광선이 닿는 어떤 반사 지점에서는 언제나 금빛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루이스 네벨슨

무용의 리듬과 멕시코의 신비주의가 빚어낸 생명력
그는 20년 동안 엘런 컨스(Ellen Kearns)와 함께 ‘유리트미(eurythmy)’를 연구했다. 유리트미는 생명 에너지와 창조적 힘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체 표현의 한 형태다. 여기에 1930년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에 대한 그의 강한 매혹이 더해지며, 움직임 속에서 관절이 분절된 춤추는 신체를 묘사한 초기 테라코타 조각을 시작으로 그의 삶과 작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1950년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경험한 것은 그의 작업에 기념비적인 차원을 불어넣었고, 기하학과 신비주의가 결합된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이러한 두 가지 영향 아래, 그의 환경 작업은 점점 더 거대해지고, 몰입적이며, 토템적이고, 성스러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는 마주해야 할 조각이 아니라 탐험해야 할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1960년대 미국 미술 지형 속에서 독자적인 궤적을 구축했다.

Photo: © Digital imag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Licensed by Scala

그를 명성으로 이끈 ‘벽’ 연작에서 그는 뉴욕의 버려진 잔해들을 수직적 조각으로 승화시켰다. 이 조각들은 단색의 외피 아래 하나로 통합되었는데, 대부분은 검정이었고 때로는 흰색이나 금색이 사용되었다. 스스로를 ‘빛과 그림자의 건축가’라고 표현한 작가에 의해 하나의 형상의 세계가 구축되었다. 재활용된 파편들은 추상적 기둥으로 변모하는 동시에, 재구성된 거주 공간, 즉 대안적 피난처이자 궁전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조형 언어는 1970년대 초 ‘드림 하우스(Dream Houses)’ 연작으로 확장되며 페미니즘 사상의 부상과 공명한다.

Photo: © Digital imag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Licensed by Scala
물론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집 안의 가구들, 집의 바닥들처럼 말이다. 시멘트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보도블록조차 나무로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내 눈은 수많은 세기를 기억하는 뛰어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루이스 네벨슨
그의 ‘벽’ 연작이 강한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그 작품들이 발산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있다. 각각의 환경은 신화적 인물과 풍경을 중심으로 그가 구성한 서사를 품고 있으며, 이러한 모티프는 이미 초기 판화 작업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는 지각이 잠시 유예된 순간에만 존재하는 세계를 열어 보이는데, 그곳에서 시간은 황혼과 새벽 사이, 낡은 것의 폐허와 새로운 것의 약속 사이로 접혀 들어간다.

최후의 성소, 미세스 앤의 궁전
1977년에 완성된 그의 마지막 환경 설치 작업 ‘미세스 엔의 궁전(Mrs. N’s Palace)’에서 그는 어쩌면 자신의 신화를 스스로 구축했다. ‘미세스 엔(Mrs. N)’은 맨해튼 이웃들이 그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하나의 전체이면서도 해체 가능한 작품으로 구상되었던 여러 몰입형 설치 작업이 해체되는 과정을 목격한 이후, 그는 13년에 걸쳐 이 기념비적 작품의 제작에 몰두했다. 현재 이 작품은 작가의 기증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실물 크기의 성소와도 같은 ‘미세스 엔의 궁전’은 관람자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총체적 경험을 통해 이 작품은 공간과 맺은 그의 관계를 응축해 보여준다. 퐁피두 센터 메츠는 이번 전시에서 이 작품의 제목을 차용함으로써, 작가의 장엄한 창작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
이번 전시와 함께 루이스 네벨슨을 다룬 최초의 프랑스어 단행본이 출간된다. 이 출판물은 퍼포먼스의 역사라는 관점을 통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되짚으며, 설치 미술의 등장 과정에서 그가 차지한 핵심적 역할을 조명한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에는 보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이는 특히 무용계를 중심으로,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을 기념하는 자리로 구성된다. 메리 비그만(Mary Wigman), 로이 풀러(Loïe Fuller), 마사 그레이엄에서부터 그의 친구이자 협업자였던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에 이르기까지, 현대 무용의 상징적 안무가들의 작업을 동시대 퍼포먼스의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