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 예민함하우스

뉴욕 아파트먼트 독립 서점을 모티프로 탄생하다

뉴욕의 한 아파트를 옮겨온 듯한 예민함하우스는 책을 중심으로 커피와 와인, 오브제를 큐레이션 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장주완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더 빛나는 책의 힘을 믿으며, 단순한 도서 판매를 넘어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읽는 삶’을 제안한다. 이국적인 감각이 흐르는 이곳에서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새로운 독서 여정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읽는 삶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 예민함하우스

예민함하우스는 ‘뉴욕 아파트먼트 독립 서점’을 콘셉트로 커피와 와인, 꽃과 오브제를 함께 큐레이션 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책이 있다. 공간을 운영하는 장주완 대표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가 바로 책이라고 믿는다. 독서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그가 다시 책을 집어 든 이유다. 다만 높은 도서 판매량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이곳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고 읽는 새로움. 이것이 바로 복잡한 도시의 틈에서 예민함하우스가 다다르고자 하는 목적지, 즉 읽는 삶이다. 섬세하고 대범한 감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국적인 공간은 이 여정에 함께 나아갈 모두를 환대한다.


Interview

장주완 예민함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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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을 위한 도시의 틈

예민함하우스는 어떤 공간인가요?

‘뉴욕 아파트먼트 독립 서점’을 콘셉트 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입니다. 책을 중심으로 커피, 와인, 꽃, 오브제가 함께 놓여 있고 사람들이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집을 닮은 공간이에요. 전형적인 카페도 서점도 아닙니다. 도시의 빠름 안에서 잠시 속도를 낮춘 채 읽고 생각하며 대화하는 아파트먼트형 서재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뉴욕 아파트먼트 독립 서점. 콘셉트를 설명하는 특별한 미사여구 없이 글자 그대로 ‘뉴욕의 아파트먼트’와 ‘독립 서점’ 두 가지 키워드를 결합했습니다. 왜 뉴욕의 아파트를 공간 콘셉트로 삼았는지,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로 왜 책을 선택한 건지 궁금합니다.

뉴욕의 아파트는 제게 하나의 상징이에요.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순간 완전히 개인적인 세계가 펼쳐지죠. 그 밀도와 고립감이 인상 깊었어요. 매일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메가시티 안에서도 이런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민함하우스는 상업 공간이지만 아늑한 집처럼 느껴지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책은 느리지만 그 어떤 매체보다 가장 깊이 있게 정보를 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로도 보였고요. 예민함하우스는 읽는 사람을 위한 도시의 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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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공간의 주요한 모티프가 된 뉴욕이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부연해 주세요.

직접 경험하기 전 뉴욕은 막연히 정제되고 럭셔리한 이미지의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접한 뉴욕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하나의 단어, 문장으로 정형화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틀이 없고, 거칠고 투박한 질감도 그 자체로 멋이 되는 곳.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뒤섞인,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채로움이야말로 이 도시의 매력임을 느낀 거죠. 진짜 뉴욕을 경험한 뒤로 예민함하우스도 틀에 박히지 않고 더욱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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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뉴욕에서 느낀 바가 예민함하우스에 유무형의 형태로 구현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맞아요. 처음에 구상한 예민한하우스는 화이트톤의 세련된 무드였습니다. 하지만 뉴욕을 다녀온 후로 첫 기획의 방향성을 완전히 뒤엎었죠. 틀이 깨진 거예요. 과감한 색, 투박한 가구,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새롭고 신선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단순히 이미지적으로 뉴욕을 구현했다기보다는 도시가 품고 있는 정신, 스피릿에 크게 감명받은 것 같네요.

뉴욕의 스피릿을 품은 독립 서점이 어쩌다 연남동에 문을 열게 됐나요?

공원과 골목, 주거와 상업 공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동네가 연남동이죠. 뉴욕의 어느 동네와도 닮은 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조용하지만 문화적 밀도가 높고, 감각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동네라는 점에서 이 공간이 ‘목적지가 되는 곳’으로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상세한 기준을 세워 둔 건 아니고, 결국은 ‘여기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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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디테일을 감지하는 감각, 예민함

뉴욕 아파트먼트 독립 서점이라는 콘셉트만큼 공간 네이밍도 독특합니다. 예민함하우스. 사람에 따라 언어에 대한 감은 다르겠지만 ‘예민하다’고 하면 조금은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하잖아요. 어딘가 까칠한 페르소나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저는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대신 디테일을 감지하는 능력이고,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감각이라고 볼 수 있죠. 예민해야지만 진짜 숨은 아름다움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민함하우스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에요. 소리, 조명, 종이 질감, 커피 향, 꽃의 결까지 섬세하게 감각하는 사람들. 우리가 생각하는 예민함은 ‘결점이 아니라 감각’이죠.

영어 원서도 많이 보입니다. 주로 어떤 책을 큐레이션 하고 있나요?

상업적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책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을 책들을 선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넘어 옆에 두고 싶은 책을 선보이고자 해요. 구체적인 카테고리로는 예술, 건축, 디자인, 사진, 문학, 에세이, 소설 중심으로 서재를 채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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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책 이외에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도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죠.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민함하우스는 경험형 서재를 지향해요.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읽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가 되는 공간이길 바라요. 커피와 와인도 궁극적으로 함께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있는 거죠. 읽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그런 공간이 필요하고요. 예민함하우스는 읽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읽는 삶을 제안하는 공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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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정말 낮다고 해요. 이런 현상을 대표님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다행인 것은 요즘 MZ 세대 사이에 책 읽기를 섹시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텍스트 힙’이라고 하더군요. 트렌드로 소비되는 독서라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진 찍으려고 책을 샀어도, 결국 읽는 것을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읽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편하게 머물며 자기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글과 책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책하면 집중해서 각 잡고 공부하듯 봐야 할 것 같은 문화가 어릴 때부터 자리 잡은 듯해요. 예민함하우스는 여기에서 벗어나 느슨하게 읽는 방식을 제안해요.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 자유롭게 그루브 한 음악을 들으며 읽는 감각을 공유하는 거죠.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처럼 옆자리에 앉아서 책 읽고, “이거 어떻게 생각해?” 물으며 이야기도 나누고요. 독서를 매력적인 문화로서 바라보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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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대화하고 교감하는 장을 위한 디자인

공간의 평면은 직사각형 형태로 심플해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서점을 센스 있는 가구 배치와 공간 구획으로 리듬감 있게 완성했습니다.

동선과 시선의 흐름에 리듬을 주는 게 공간 구성의 핵심이었어요. 라이브러리/리딩 존은 도서와 읽는 행위에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소파를 비롯한 가구들은 화이트/그레이 톤으로 최대한 차분하게 조성했어요. 반대로 아일랜드 바가 있는 존은 상대적으로 펑키하고 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아직은 진행형인 공간인데요. 여기에는 저와 직원들의 컬러풀하고 사적인 취향을 좀 더 녹여내고자 합니다. 다음에 오시면 제가 좋아하는 미식축구 헬멧과 NBA 포스터가 툭툭 놓인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커뮤니티 보드에는 사람들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도 붙여두려고요. (웃음) 라이브러리/리딩 존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바이브가 느껴지게 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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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두 가지 이유로 가구는 빈티지로 채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요. 제가 빈티지 가구를 정말 좋아해요. (웃음) 두 번째 이유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예민함하우스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저는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민 가치이기도 하죠. 빈티지 가구는 오래 쓰고, 물려주고, 시간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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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공간을 채우는 요소 중 특별히 소개하고픈 것이 있다면요?

아이코닉한 비주얼로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바 테이블이요. 단순 조리 공간이 아니라 대화하고 교감하는 장으로 기능합니다. 물론 그 중심엔 책이 있죠.

메탈릭 한 디자인의 바 테이블은 예민함하우스의 가구 중 가장 파격적이지 않나 싶어요.

공간의 중심인 만큼 무언가 색다른 포인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공간 기획 단계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실장님께서 제 의도를 파악하고 제안해 주셨는데요. 힙하면서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타일로 외관을 감싼 디테일도 너무 좋았죠. (웃음) 여러모로 매력적이라 개인적으로도 바 테이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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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공간의 포인트로 바 테이블보다는 벽난로를 언급하실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네요. 예민함하우스 인스타그램 피드에 벽난로 사진이 유독 많이 보였거든요.

뉴욕의 아파트먼트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 구현하고 싶었고, 벽난로가 그러한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캐나다에 살 때도 거실 벽난로 위에는 항상 TV가 있었는데요. 그 레이아웃이 늘 좋았어요. 아쉽게도 책이 많은 공간이라 화재 위험으로 벽난로 형태만 구현하긴 했는데요. 그래도 많은 분이 사진도 찍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셔서, 만들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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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속도를 만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흥미로웠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소셜 나이트 ‘갤런타인데이(Galentine’s Day)’, 함께 풋볼 리그를 감상하는 ‘슈퍼볼 모닝(Super Bowl Morning)’ 등 서점이라는 틀을 깨는 기획으로 보였어요.

자신의 속 이야기도 편하게 하고, 나이 불문 아주 편안하게 의견도 피력하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가 표현하는 것에 있어 조금 조심스러워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공간이 옛날 프랑스 파리의 살롱처럼 가감 없이 토론하고 표현하는 곳이 되길 바라요.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문화적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언급해 주신 것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보고 있습니다. 예민함하우스의 직원들이 모두 외국인이에요. 저도 해외 문화를 경험했고요. 커뮤니티 프로그램 콘셉트도 저희의 이런 문화적 배경을 녹여 신선하게, 우리의 방식으로 하나하나 펼쳐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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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하우스
사람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데 음식이 빠질 수 없죠.

프랑스 국적의 직원과 함께 ‘진짜 프랑스 베이커리’를 준비했어요. 애플 타르트, 크레페, 타르틴, 잠봉. 낮에는 커피, 해가 진 뒤엔 와인과 페어링 하기 좋은 메뉴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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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바라세요?

결국 경험은 여길 찾는 분 각자의 몫인데요. 그럼에도 바람이 있다면 편하게 머물다가 자기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책의 한 문장이 오래 남거나, 공간의 디테일에 조금 더 나아진 기분을 느끼면 좋겠네요. 예민함하우스는 빠르게 흐르는 도시 생활에서 잠시 속도를 낮추는 공간이자 내 삶의 템포와 감각을 되찾는 집이었으면 해요. 이런 태도, 이런 삶의 방식도 가능하다는 걸 꾸준히 제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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