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구조적으로 풀어낸 골드윈의 새로운 공간

골드윈(Goldwin)의 첫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 '골드윈 서울(Goldwin Seoul)'

골드윈 서울의 공간 디자인은 일본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신소재연구소’가 맡았다.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해온 ‘자연에 몰입하고, 온몸으로 세상과의 연결을 느끼다(Life with Nature)’라는 문장을 구조적으로 풀어낸 결과다. 도산공원 인근 상업 지역에 위치한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완성했으며, 여러 차례의 증·개축으로 형성된 복합적인 구조를 그대로 수용한 채 그 위에 브랜드의 철학을 겹쳐 올렸다.

자연을 구조적으로 풀어낸 골드윈의 새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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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토대로 형태 실험을 확장한 컨셉 라인’Goldwin 0’의 2026 S/S 캠페인 이미지

1950년 편직 제조업체로 출발한 골드윈(Goldwin)은 스키웨어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활동 중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설계,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입체 패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교하게 다룬다.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GORE-TEX) 등 고기능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외형은 과장되지 않은 미니멀한 실루엣을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능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구조 안에 숨겨두는 방식, 절제된 선과 균형 잡힌 비율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접근에서는 일본 브랜드 특유의 섬세함과 정제된 미감을 읽을 수 있다. 봉제와 원단의 촉감, 착용 시의 균형까지 세밀하게 조율해 활동 중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극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었음에도 도시의 일상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러한 브랜드의 방향성은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약 173평, 2층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 붙지만, 이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크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철학을 어떻게 건축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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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 디자인은 일본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신소재연구소’가 맡았다.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해온 ‘자연에 몰입하고, 온몸으로 세상과의 연결을 느끼다(Life with Nature)’라는 문장을 구조적으로 풀어낸 결과다. 도산공원 인근 상업 지역에 위치한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완성했으며, 여러 차례의 증·개축으로 형성된 복합적인 구조를 그대로 수용한 채 그 위에 브랜드의 철학을 겹쳐 올렸다. 자연을 외부의 풍경이나 장식적 이미지로 차용하는 대신, 건축의 기초와 동선, 재료의 선택 안으로 끌어들였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석재 바닥은 실내 깊숙한 곳까지 이어지며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린다. 바위 틈에서 생명이 움트는 장면에서 착안한 바닥과 하부 구조는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공간 중앙에는 원환 형태의 구조물이 자리한다. 순환하는 자연을 상징하는 이 장치는 상공에서 내려다본 풍경 영상을 투사하는 원기둥 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매장의 동선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게이트로 기능한다. 방문객은 이 구조물을 통과하며 일상적 소비 공간에서 브랜드의 세계관 안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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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2층은 ‘음과 양’의 대비를 통해 또 다른 리듬을 만든다. 증축으로 천장이 높아진 영역은 빛이 가득한 ‘양’의 공간으로, 기존 구조의 낮은 천장은 고요한 ‘음’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장지를 통과해 스며드는 자연광은 맞춤 제작된 흰색 도판 위에 은은히 반사되며 공간 전체에 균일한 밀도를 만들어준다. 직접적인 조명 연출 대신, 빛이 머물고 퍼지는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기존 공간과 증축 공간의 경계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후스마 창호를 배치했다. 후스마는 일본 전통 가옥에서 방과 방을 구분하거나 문으로 사용하는 미닫이문으로, 나무 틀에 종이나 천을 바른 구조를 갖는다. 이번 공간에서는 이 전통적 구조를 차용하되 한국 전통 한지를 적용해 재해석했다. 열면 빛과 그림자가 부드럽게 섞이며 공간이 연결되고, 닫으면 대비가 또렷해지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공간의 밀도와 분위기를 조절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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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자연과 인간, 기존 건물과 새로 더해진 증축 공간, 일본의 모노즈쿠리 태도와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까지.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한 공간 안에 함께 놓여 있지만, 각자의 성격을 억지로 지우지 않는다. 대신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균형을 찾는다. 오래된 구조는 존중하고, 새로 더해진 부분은 또렷하게 구분한다. 전통적 개념은 차용하되 현재의 재료와 방식으로 다시 풀어낸다. 이런 조율 방식은 제품을 만들 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다루는 골드윈의 브랜드 철학과도 닮아 있다.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본에서 출발해 기술을 축적해온 브랜드가 서울이라는 도시적 맥락 안에서 자신만의 해석 방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품에서 이어져온 기술 중심의 설계와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은 이곳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곳곳에 배치된 섬세한 요소와 숨은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꼭 옷을 구매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공간 자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 근처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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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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