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도시가 되는 방식, 알울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의 고대 오아시스 도시 알울라AlUla는 지금 거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문화 이벤트의 집합이 아니다. 페스티벌, 공공미술, 디자인 레지던시, 디자인 어워드, 현대미술관 설립까지 모든 움직임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예술이 도시가 되는 방식, 알울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의 고대 오아시스 도시 알울라AlUla는 지금 거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문화 이벤트의 집합이 아니다. 페스티벌, 공공미술, 디자인 레지던시, 디자인 어워드, 현대미술관 설립까지 모든 움직임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알울라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for AlUla, 이하 RCU)가 있다. 2017년 설립된 RCU는 보존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기구로, 그 산하에 예술 전담 조직인 아트 알울라Arts AlUla를 두고 있다. 아트 알울라는 레지던시, 어워드, 공공 프로그램, 국제 협력, 미술관 설립까지 포괄하는 문화 생태계 전반을 담당한다. 알울라 아트 페스티벌은 이러한 구조가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플랫폼이다. 매년 1월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사막 협곡, 오아시스, 알자디다 아트 디스트릭트를 무대로 현대미술, 디자인, 음악, 퍼포먼스를 펼쳐 보인다.

알울라 아트 페스티벌, 플랫폼의 시작

지난 1월 16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린 데저트 X 알울라Desert X AlUla는 알울라 아트 페스티벌의 상징적 플랫폼이다. 사막을 전시장으로 삼는 이 국제 전시는 2020년 이후 45점 이상의 커미션을 진행했다. 2026년 4회 에디션은 ‘측정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주제 아래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시적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사우디 및 국제 작가들의 장소 특정적 작업을 선보인다. 하지만 데저트 X는 단지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와디 알판Wadi AlFann(예술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다. 65㎢ 규모의 대지미술이 펼쳐지는 공간은 알울라의 사막을 미술관 풍경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곳은 예술적 유산의 재활성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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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x 알울라 2026에 전시된 모하메드 알 살렘Mohammed Al Saleem의 작품. 초승달과 전통 건축의 발코니, 사막 식물의 가시 등을 모티프로 삼아 형식적 다양성과 개념적 참조를 드러낸 다섯 점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사진 ⓒRiyadh Art collection, The Royal Commission for Riyadh City

현대미술관의 등장, 제도적 전환점

알울라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알울라 현대미술관(AlUla Contemporary Art Museum)의 설립이다. 아직 건물이 완공된 것은 아니지만 기관은 이미 프로그램을 통해 작동 중이다. 2026년 2월 1일 개막한 〈아르두나Arduna〉전은 이 미술관의 프리-오프닝 전시로, 파리 퐁피두센터와의 협업으로 공동 기획했다. 오프닝 현장은 상징적이었다. 사막과 오아시스 사이에 설치된 임시 전시 공간에 국제 인사, 지역 장인, 젊은 학생들이 함께 모였다. 전시에는 피카소, 칸딘스키와 같은 근대 거장 작품을 포함했고, 사우디 및 MENA 지역 작가들의 신작 커미션을 병치했다. 〈아르두나〉는 단순한 블록버스터 전시가 아니다. 기후 변화, 인류세, 이동과 경계, 토지와 기억 등 여섯 개의 주제는〈아르두나〉가 미술관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이었다. 로컬과 글로벌, 과거와 미래, 제도와 풍경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결합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퐁피두센터는 단순한 전시 파트너를 넘어 알울라 현대미술관의 전략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2018년 체결된 프랑스–사우디 정부 간 협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알울라 현대미술관은 지역 작가의 전 생애적 작업을 아카이브 단위로 수집·보존하는 새로운 수집 모델을 제안한다. 초기 스케치, 연구 자료, 개인 기록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 수집’은 21세기 미술관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미술관은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리나 고트메Lina Ghotmeh가 설계를 맡아 7천 년 문명 층위를 반영하는 건축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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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울라의 오아시스. 사진 ⓒRoyal Commission for Al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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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두나 전시에서 선보인 마날 알도와얀Manal AlDowayan의 ‘O’Sister’. 마날 알도와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사우디관의 작가이기도 했다. 사진 Nick Jackson Photography

핵심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은 도시 전략의 핵심이다. 2026년 페스티벌 기간 디자인 스페이스 알울라Design Space AlUla에서 열린 〈물질의 증언: 내면에서 시작되는 디자인(Material Witness: Celebrating Design From Within)〉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전시는 알울라 디자인 레지던지- 디자인 에디션, 알울라 디자인어워드, 알울라 디자인애톤(AlUla Artist Residency – Design Edition, AlUla Design Award, AlUla Designathon), 그리고 지역 공예학교 마드라사트 아드데이라(Madrasat Addeera)의 연구 결과를 하나의 연속된 생태계로 제시했다. 디자인 레지던시는 ‘내면에서 출발하는 디자인(Designing Within)’을 주제로 3개월간 진행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야자 섬유, 천연 염료, 광물 안료, 석재 등 지역 재료를 탐구하며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이 과정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재료와 환경에서 사고를 출발시키는 실험이었다. 알울라 디자인 어워드는 ‘인간의 손이 만들어내는 창의성(The Ingenuity of the Human Hand)’를 주제로 수공예의 지능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수상작들은 단순히 전시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 및 판매 구조로 연결된다. 디자인은 상징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안에 편입된다. 즉, 알울라에서 디자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순환 구조다. 연구–실험–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는 문화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사막 위의 실험 알울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완성되는 개발 사업이 아니다. 유산과 제도, 자연 환경과 국제 네트워크를 함께 엮어 설계하는 장기 전략에 가깝다. 이곳에서 사막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제도와 담론이 생산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알울라 왕립위원회는 문화가 어떻게 국가의 미래 전략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하나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술과 디자인이 있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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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모랑Arnaud Morand AFALULA(프랑스 알울라 개발청) 예술·창조산업 총괄, 독립 큐레이터

“디자인을 오브제가 아닌 관계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행위로 확장하고자 한다.”

알울라의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나?

알울라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은 겉을 덧입히는 장식적 층위가 아니라, 훨씬 더 큰 문화 생태계를 조직하는 구조적 장치다. 퐁피두센터와 협력해 추진 중인 알울라 현대미술관, 대규모 랜드아트 프로젝트 와디 알판, 그리고 연중 운영되는 예술가 및 디자이너 레지던시 프로그램와 함께 디자인은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환경을 설계한다. 이 지역이 문자 그대로 ‘예술가에 의해, 예술가를 위해’ 형성되도록 토대를 만드는 역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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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울라 디자인 레지던시 과정을 통해 제작된 오리 오리순 메르하브Ori Orisun Merhav의 작품. 사진 ⓒRoyal Commission for AlUla and Lorenzo Arrigoni.
국제 디자이너들을 폭넓게 초대하고 있는데, 그 목적이 무엇인가?

단지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지역의 재료와 장인, 커뮤니티, 도시계획가와 협업하며 장소에 뿌리내린 해법을 찾는 데 있다. 외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끌어들이되, 현지의 맥락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디자인을 오브제가 아닌 관계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행위로 확장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프로토타입 제작, 공공 가구와 그늘 구조물 설치, 리서치 기반 오브제 개발 등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병행된다. 이는 완성된 조형물을 세우는 방식이라기보다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사막의 성격을 지우지 않으면서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연약한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방문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같은 질문을 공간과 물성으로 검증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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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레지던시 과정을 통해 제작된 스튜디오 더스댓Studio ThusThat의 작품. 사진 ⓒRoyal Commission for AlUla and Lorenzo Arrigoni.
결국 알울라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개발 방식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트 알울라가 AFALULA와 함께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 전반은 이 지역을 하나의 장기적 실험실로 전환한다. 예술가, 디자이너, 생태학자, 지역 주민이 협력하며 해법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구조물을 덧씌우는 대신 창의성과 대화를 통해 천천히 뿌리내리는 개발, 다시 말해 문화와 예술을 도시 전략의 중심에 두는 모델을 지향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3호(2026.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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