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와 오브제로 바꾸는 1.2평 욕실의 장면
로얄앤코×스튜디오 워드, 씬(Scene) 컬렉션
복잡한 공사 없이 컬러와 오브제의 조합만으로 욕실의 인상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 답이 될 수 있는 컬렉션이 나왔다.

한국 아파트 욕실의 평균 면적은 1.2평(약 4㎡). 세면대, 양변기, 샤워기, 상부장이 한 벽면에 빼곡히 들어서고, 수도 배관까지 자리를 잡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가구와 조명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거실이나 주방과 다르다. 욕실은 여전히 대공사를 전제로 한 선택지가 대부분이다. 복잡한 공사의 장벽 없이 컬러와 오브제의 조합만으로 욕실의 인상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 답이 될 수 있는 컬렉션이 나왔다. 욕실 전문기업 로얄앤코와 스튜디오 워드가 협업한 ‘씬(Scene) 컬렉션’이다.

제품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장면’으로
씬 컬렉션은 욕실을 개별 제품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장면’으로 접근한다. 영화나 연극의 한 장면이 조명, 소품, 배치의 조화로 완성되듯, 욕실의 분위기 역시 단일 제품이 아닌 형태와 빛, 색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관점이다. 수전과 도기, 모듈형 수납장과 조명에 이르기까지 10여 종의 오브제는 하나의 시각 언어 아래 설계되었다.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워드(Studio Word) 조규형·최정유 디자이너는 서울과 유럽을 기반으로 가구, 제품, 공간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글로벌 디자인 듀오다. 에르메스 쁘띠 아쉬, 콘란샵 등 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하며 감각을 증명해온 이들이 욕실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젝트는 2024년 초 시작되어 약 2년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적 미감과 기능적 디테일의 조화
디자인의 핵심은 ‘차분한 활기’다. 밀도 높은 일자형 욕실에서 각 오브제가 너무 도드라지면 공간이 협소해 보인다. 반대로 너무 단순하면 힘이 빠진다. 스튜디오 워드는 수직과 수평을 기조로 하되 공예적인 곡선을 더해 경직된 인상을 풀었다. 특히 양변기는 달항아리의 비례를 빌려와 낮은 굽과 풍성한 볼의 조합을 구현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기둥형, 치마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하부에 여백을 두어 시각적 안정감을 더했다.

조명은 창문 없는 한국 욕실의 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베네시안 블라인드를 모티프로 한 벽부형 조명은 날개의 각도를 조절해 빛의 양과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명징한 직접광부터 은은한 간접등까지, 구조 공사 없이도 사용자의 루틴에 맞는 빛의 설계가 가능하다.

6가지 컬러 팔레트와 모듈 시스템
수납 가구는 6가지 모듈 구성과 6가지 컬러 팔레트로 출시된다. 올리브, 베이지, 브라운, 모카, 스카이블루, 버건디. 약 20가지 색상 후보에서 추린 이 팔레트는 어떤 색을 조합해도 조화롭도록 톤을 맞춘 결과다. 소재 면에서도 욕실 특유의 습한 환경을 고려해 습기에 강한 친환경 PS 보드와 부식에 강한 분체 도장 마감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Interview
조규형 스튜디오 워드 대표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욕실 인테리어를 했는데 사고 싶은 제품이 없었다. 웹사이트에서 보면 멀리서 볼 때 어느 브랜드를 가도 다 똑같아 보인다. 양변기는 기둥형 아니면 치마형, 위에서 보면 전부 계란 모양의 자유 곡선이다.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그 차이를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 두 카테고리 밖에서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한국 욕실 시장을 유럽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랐나
유럽에서 석사를 하고 7년 정도 디자인 활동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욕실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이 타원형 양변기였다. 유럽에서는 U자형 셰이프가 훨씬 보편적이다. 타일은 수직, 수평으로 정돈돼 있는데 양변기만 자유 곡선이면 전체 시각 시스템이 깨지는 느낌이 있다. 타일과 조화되는 절제된 형태가 중요했다.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보편적인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전제였다. 보통 욕실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라인을 호텔 공간으로 홍보하는데, 실제로 그 제품이 적용되는 곳은 우리 집이다. 일상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은 스케일 안에서의 정제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다. 궁극적으로는 루밍 같은 디자인 편집숍에서 팔릴 수 있을 만큼의 디자인 완성도를 목표로 잡았다.
6가지 컬러는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욕실 타일이 보통 흰색, 그레이, 웜그레이 세 톤이라 그 배경과 어울리는 것에서 출발했다. 화이트와 베이지, 브라운을 기본으로 여기에 스카이블루와 버건디를 포인트로 더했다. 처음에 20가지 정도 제안했는데 제조 현실을 고려해 최종 6가지로 좁혔다.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어떻게 조합해도 배색이 괜찮도록 톤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