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인공지능이 이끄는 패션계의 모습은?

인공지능은 패션 산업의 전통적인 구조와 문법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패션계에 끼치는 AI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패션 업계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면서, 초반에는 거부감을 보였던 창작자 및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활발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도비, 셔터스톡이 나서서 저작권을 침범하지 않는 이미지 생성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선구자로 불리는 오픈 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같은 기업들도 활발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AI로 만든 글, 그림, 영상, 음악들이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자연스럽고 완벽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AI의 물결에 패션계 또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AI를 활용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제조 및 유통 과정도 AI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작년 4월에 개최된 세계 최초의 AI 패션위크(AIFW)로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생성형 AI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메종 메타(Maison Meta)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는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생성형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들이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패션 디자인의 중심이 된 AI

세계 최초 AI 패션위크에 이어 메종 메타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리볼브(Revolve)와 협업하여 패션위크에서 우승자로 선정된 세 명의 컬렉션을 실제로 제작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패션위크에서는 기상천외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나 실제로 제작된 옷들은 기성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제품들도 함께 구성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기존 패션계에서 진행해오던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뒤집었다는 평을 받았다.

두 번째로 진행된 패션위크 또한 첫 번째 만큼이나 놀라운 디자인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첫 시도와 달리 두 번째에는 화제성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AI를 통해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패션쇼를 준비하는 과정이 점차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늘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H&M 또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H&M 산하 기업인 크리에이터 스튜디오(Creator Studio)는 2021년 창립 후 일부 크리에이터를 위한 제품 제작 및 판매를 진행해왔다. 이어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는 것을 반영해 누구나 옷을 제작할 수 있도록 참여자의 범위를 넓혔다.

제작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고른 후, 프롬프트를 입력해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한 후 이를 옷에 입히면 완성된다. 원하는 경우 원본 예술 작품이나 스톡 이미지의 업로드도 가능하다고 한다.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CEO는 고객을 위해 어려운 단계를 무너뜨릴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으며, AI를 통해 빠르고 쉽게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것이 이런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광고 마케팅과 인공지능의 시너지

AI를 활용하면 옷을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홍보할 수 있는 룩 북, 광고, 팝업 스토어 등도 디자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해리 포터 바이 발렌시아가(Harry Potter by Balenciaga)‘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유튜버 데몬플라잉폭스(Demonflyingfox)가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영상에는 해리 포터의 등장인물들이 발렌시아가를 입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신선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영상은 뜨거운 인기를 얻었고, 이와 관련된 밈이 형성되며 해당 브랜드의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코치, 나이키 등과 같은 브랜드들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코치(Coach)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이들이 선보인 팝업 스토어들을 감상하며 독특한 디자인에 감탄하는 동시에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아예 컬렉션 캠페인을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브랜드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 캠페인 ‘미래 낙천주의자(Futuro Optimisto)’에서는 실제 모델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 여부를 따질 필요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 AI를 사용했지만, 기획에 있어서는 여느 캠페인 제작과 마찬가지로 스타일리스트, 조명감독, 세트 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AI 활용을 하려면 콘셉트부터 세부 디자인까지 어느 정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AI가 바꾼 패션 산업의 공식

AI는 트렌드 예측과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여 상품 기획 및 가격 전략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복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AI는 사람보다 더 신속 정확하게 패션 트렌드와 가격 등을 분석 및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유용한 기술이다. AI를 통해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패션 디자인과 아이템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AI의 활약으로 지금까지 지켜져 왔던 패션 산업의 공식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매년 ‘LVMH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진행하며 첨단 기술과 패션의 조화를 꾀하는 거대 패션 기업 LVMH 또한 적극적으로 기술을 반영하고 있는 중이다. 201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의 AI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소속 브랜드 프라다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 마케팅, 생산 관리 분야 등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와 더불어 이들은 2021년에 구글 클라우드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수요 예측 및 재고 최적화를 강화하여 비즈니스 운영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개인화를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는 중이다. LVMH 그룹 전무이사 토니 벨로니(Toni Belloni)는 “우리에게 개인 정보 보호, 개인화 및 럭셔리는 동의어이며 이는 항상 사실입니다.”라며 구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IT 인프라의 구성 요소를 현대화하고 비즈니스 목표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보안, 비용 효율성 및 규모에 맞는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아마존에서도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며 보다 나은 고객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는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쇼핑을 하더라도 실제 매장에서 옷을 고르는 것처럼 쇼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각 고객들이 어떤 스타일이라도 가장 잘 맞는 사이즈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리뷰 하이라이트, 보기 편한 사이즈 차트 등을 선보이며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AI 기술을 접목시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2년 LA에 문을 연 ‘아마존 스타일(Amazon Style)’에서는 피팅 룸에 있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AI가 추천하는 옷을 볼 수도 있고, 쇼핑 앱에 추가시켜놓은 옷을 현장에서 바로 입어볼 수도 있다. 온 오프라인 경계 없이 AI와 AR, IoT 기술이 접목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쇼핑 경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진품과 위조품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월등하게 사람을 뛰어넘는 분석력을 가진 AI는 상품을 판별하는 데에도 능력을 발휘 중이다. LVMH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을 통해 명품의 진품 여부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꾀했다. 그 결과로 블록체인 플랫폼인 아우라Aura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브랜드의 골칫거리였던 위조품 검증에 대해서 블록체인 기술과 AI가 디지털 인증 프로세스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LVMH 산하 브랜드의 제품의 진품 확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고객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인간이 아닌,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2020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마크비전(Marqvision)은 지식 재산권(IP) 비즈니스 인프라를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AI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위조 상품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술, ‘마크커머스’를 개발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1위 성장 보호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마크 커머스 외에 콘텐츠 보호 플랫폼 ‘마크콘텐츠’, 글로벌 상표 출원 및 감시 플랫폼 ‘마크폴리오’도 운영 중에 있다. 마크커머스는 1,500개 이상 이커머스,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에서 위조 상품을 탐지하고 제거하고 있으며, 위조 상품 제거 성공률(자체 추산)은 95%에 달하고 있다. 이런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LVMH, 포켓몬스터, 젠틀몬스터 등 10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서비스를 이용 중에 있다.


지금까지 패션계에서 AI가 활용되는 것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판매, 고객 경험 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AI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AI는 디자인과 기획 부분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사람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AI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되어 월등히 뛰어난 결과물을 내는 존재로 발돋움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라면 허용되던 실수가 AI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 기술은 점차 패션계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때문에 AI와 공존에 대한 효율적인 아이디어와 방법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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