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체의 무한한 변주, 안체 프로젝트

안체 프로젝트는 AG 안상수체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이 안상수와 한글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전해왔다.

안상수체의 무한한 변주, 안체 프로젝트

AG 안상수체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안체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참여 디자이너는 AG 안상수체 모듈을 활용해 각기 다른 탈네모틀 한글꼴을 디자인하고,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는 디자이너가 한글 서체 한 벌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작 과정을 지원한다.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6일까지 두성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는 2024년과 2025년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자리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이 안상수와 한글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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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린 〈안체 프로젝트〉전. 2024년과 2025년의 작업을 한데 모아 소개했다.

하라 겐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자음과 모음에 기반한 조형 원리를 갖춘 한글은 라틴 문자, 일본 문자, 한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한글 디자인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건 안상수 선생의 접근 방식이 궁금해서였다. 그는 닿자와 홀자의 고유한 형태를 존중하면서도 전통적인 글꼴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안상수 선생의 관점을 빌려 한글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앞으로 타이포그래피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문자와 시대의 관계는 매우 직관적이고, 타이포그래피는 고립된 창작 활동이 아니라 역사의 확장이다. 실제로 현대 기술의 발전은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몇 년 전 글립스를 비롯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자 디자인을 접하게 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글꼴 디자인은 방대한 글자 수와 복잡한 구조 원리로 인해 여전히 작업 난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는 AI의 발전을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AI가 동아시아의 문자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형태에 대해 ‘생각’하도록 훈련된다면, 아시아 타이포그래피에서도 다양성을 실현하도록 돕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엠엠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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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라틴 알파벳과 한글의 교차점을 살펴보고 싶었다. 두 문자의 구조적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른데, 우리는 모듈식 접근 방식이 양자를 연결하는 개념적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제한된 요소의 집합을 통해 형태를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같은 방법론은 문화적·시각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문자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친연성을 드러낸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작년에 부산에서 선보인 개인전 〈사랑/마법♥/Mabeob M/Magie〉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안체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시에서 선보인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보다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었다.

‘M/M Magic’을 소개해달라.

원래는 동명의 타로 덱을 설명하기 위해 설계한 서체였다. 엄격한 그리드 시스템 내에서 디자인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유희적이고 유연해 보여도 구조가 굉장히 정밀하다. 모듈과 그리드가 만들어내는 자유와 통제, 그 가운데 발생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 쿨카르니

힌디어와 한글의 문자 체계는 어떻게 다른가?

인도의 힌디어는 ‘데바나가리’ 문자에 속한다. 여러 단어를 묶는 머리선(shirorekha)이 있는 게 데바나가리 문자의 특징인 반면 한글은 음절 단위로 모인다. 닿자와 홀자를 결합하는 규칙도 다르다. 한글에서는 홀자가 첫 닿자의 왼쪽이나 아래쪽에 붙고, 음절 단위 내에서 홀자 뒤에 받침 닿자가 이어진다. 반면 데바나가리는 홀자 부호가 닿자 또는 겹닿자의 상하좌우에 모두 붙을 수 있으며 홑자 소리는 항상 닿자와 겹닿자 뒤에 오는 게 원칙이다. 흥미로운 건 안상수 선생의 한글 시스템이 데바나가리 문자의 머리선처럼 상단에 정렬되어 있다는 것이다. 데바나가리 문자와 한글이 개념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완전히 다른데도 안상수체에서 익숙한 규칙을 발견했다.

앞으로 타이포그래피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타이포그래피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의 문자 실험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타이포그래피가 변화하고, 각 세대가 자신들만의 버전을 만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는 타이포그래피와 글꼴 디자인 분야에서 다중 문자 체계적 접근 방식이 점차 확장되기를 바란다.

네빌 브로디

‘레트로퓨처’를 소개해달라.

레트로퓨처는 내가 아트 디렉팅을 맡고 있는 매거진 〈아레나 옴므 플러스〉의 헤드라인에 쓰기 위해 만든 글꼴이다. 잡지에는 결국 다른 폰트를 사용했지만 언젠가는 이것을 활용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려왔다. 레트로퓨처는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기하학적 구조에 집중한 서체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맥락, 결합, 대비를 통해 가독성을 탐구한다. 작은 단위를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다시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글의 구조 원리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이번 작업에서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

나는 오랫동안 ‘자유형 타이포그래피’라는 개념에 주목하며, 글자의 객관적 정의와 주관적 의미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추상적으로 모듈화된 글자들이 결합하며 새로운 조합이 도출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글자의 리듬과 구조에 집중해 스토리텔링하듯 접근했으며,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시적인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3호(2026.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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