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티에, 도쿄 에비스에 스며든 고전적 미학
투티에(TOUT Y EST) 첫 번째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
고요한 주택가와 오래된 상점이 어우러진 도쿄 에비스. 한국 레더 브랜드 투티에가 이곳에 첫 해외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공간 설계는 브랜드의 오랜 파트너 스튜디오 OS가 맡았다.

도쿄 시부야의 활기와 한 걸음 멀어져, 나지막한 언덕과 고요한 주택가가 이어지는 곳. 에비스는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식당과 갤러리, 프렌치 무드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가 어우러진 동네다. 저마다의 색을 가진 가게들이 모인 거리는 취향이 선명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 정갈한 풍경 속으로 한국 레더 브랜드 투티에(TOUT Y EST)가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조용한 도쿄, 에비스에 안착하다
프랑스어로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라는 뜻을 가진 투티에. 2019년 서울에서 시작해 1960-70년대 빈티지 가방을 모티브로 오일 가죽과 브라스 장식을 시그니처로 다뤄왔다. 유행을 좇기보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절제된 감각을 선보인다. 이러한 미학적 태도는 제품의 작은 디테일부터 패키지, 공간까지 일관되게 관통한다.


에비스 주거 구역 코너에 3층 규모의 건물로 자리한다. 3면이 도로에 접해 있어 어느 방향에서든 한눈에 들어오는 곳. 산책하듯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던 브랜드의 의도가 담긴 사이트다. 상층부는 삼청동 매장에서도 쓰인 아이보리색 스타코 소재로 마감해 두 공간 사이에 조용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하단부에는 빈티지한 유광 블랙 타일과 볼드한 몰딩을 더해 무게감과 상징성을 확보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좁은 계단을 따라 3개 층을 오르내린다. 공사 중 작업자들이 서로 양보하며 지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도죠(どうぞ) 계단’이라 불렸을 만큼 폭이 좁지만, 높은 층고와 좌측면의 작은 창들이 개방감을 준다. 부드러운 곡면으로 처리된 벽면은 공간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며, 10개의 정사각형 창에 끼워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시간대에 따라 벽면에 주황빛 그림자를 드리운다.


질감으로 빚은 브랜드의 내러티브



전체 공간 설계는 투티에의 공간 정체성을 구축해온 스튜디오 OS가 맡았다. 디자인팀은 제품이 공간과 자연스럽게 한 몸처럼 느껴지는 방식을 고민했다. 입구의 얇은 블랙 프레임 아치 창호부터 두 가지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가구의 목재 몰딩과 금속 디테일 등 지나치기 쉬운 요소에 정성을 들였다. 방문객이 공간에 오래도록 머물며 브랜드의 서사를 체험하도록 유도했다.



아늑한 계단실을 빠져나와 각 층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감과 빛의 질이 달라진다. 5면 벽 모두에 위치한 창들은 크기와 형태가 전부 다르다. 큰 아치, 얇은 프레임, 패턴 글라스와 유리 블록이 층별로 고유한 분위기를 만든다. 투티에가 사용할수록 멋이 더해지는 오일 마감 가죽이나 고트 스웨이드를 사용하듯, 공간 마감재 역시 ‘새것’의 이질감 대신 시간을 머금은 질감으로 구현했다.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아닌, 점차 깊어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Interview
김수현 스튜디오 OS 대표
투티에와 2022년 더현대서울 팝업을 시작으로 삼청, 서촌, 도쿄 에비스까지 총 5개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브랜드의 공간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os-space.kr
더현대서울 팝업부터 도쿄 에비스까지, 브랜드의 미학을 공간으로 전환할 때 일관되게 지켜온 가치는 무엇인가요?
투티에는 보여주고자 하는 미학이 매우 명확합니다. 단정하고 구조적인 실루엣, 섬세한 디테일은 제품뿐 아니라 모든 요소에서 드러나죠. 공간 디자이너의 취향이 돋보이기보다 브랜드 색깔을 오롯이 반영하고, 제품을 진열했을 때 공간과 한 몸처럼 느껴지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투티에의 분위기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도쿄 에비스 플래그십은 브랜드의 첫 해외 단독 매장입니다. 설계 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브랜드 이미지를 일본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기존 매장과는 다른 발견의 재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전 오모테산도 팝업 당시 일본 고객분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숨어 있는 디테일을 직접 찾아내는 포인트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섬세한 요소들을 공간 곳곳에 심어두었습니다.

서울과 도쿄, 두 공간의 연결점과 차별점을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브랜드의 결은 유지하되 고유한 장소성을 반영했습니다. 삼청 매장은 첫 플래그십으로서 경복궁 맞은편이라는 입지에 맞춰 유럽 양식의 헤리티지와 무게감을 강조했죠. 반면 도쿄는 클래식한 결은 가져가되 비율과 무게감을 덜었습니다. 건물의 좁은 구조와 높은 천장고가 주는 아늑함이 있어요. 그 느낌을 살리고자 가구 디테일이나 창호 두께를 훨씬 섬세하게 다뤄 작은 포인트들이 돋보이게 했습니다.

서울과 도쿄, 두 공간의 연결점과 차별점을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브랜드의 결은 유지하되 고유한 장소성을 반영했습니다. 삼청 매장은 첫 플래그십으로서 경복궁 맞은편이라는 입지에 맞춰 유럽 양식의 헤리티지와 무게감을 강조했죠. 반면 도쿄는 클래식한 결은 가져가되 비율과 무게감을 덜었습니다. 건물의 좁은 구조와 높은 천장고가 주는 아늑함이 있어요. 그 느낌을 살리고자 가구 디테일이나 창호 두께를 훨씬 섬세하게 다뤄 작은 포인트들이 돋보이게 했습니다.

투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소재를 다룹니다. 공간 마감재에도 이러한 물성을 어떻게 녹여내셨나요?
새것 같은 인위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목재의 샌딩 정도와 착색 컬러, 브라스 소재의 약품 처리까지 미세하게 조절하며 수많은 샘플링을 거쳤습니다. 삼청 매장에서 원목 파사드와 대리석이 햇빛과 물에 닿으며 생겨난 빈티지한 멋이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도쿄 매장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방문객이 꼭 발견했으면 하는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층 입구 바닥에 타일로 만든 로고가 있습니다. 같은 바닥 타일을 쪼개어 만들었기에 한눈에 띄지 않지만, 발견했을 때 소소한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외부 계단 핸드레일 윗면에 새겨진 음각 사이니지도 있어요. 정면을 보고 올라가면 지나치기 쉬운 위치인데, SNS에서 이를 발견한 분들의 사진을 보면 참 반갑습니다.
이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어떤 경험을 가져가길 원하시나요?
좁은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다음 층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 안에서 브랜드의 따뜻하고 섬세한 결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숨겨진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투티에를 이해하는 즐거운 여정으로 남길 바랍니다.
투티에 도쿄 에비스
주소 Chome-7-14 Ebisu, Shibuya, Tokyo
운영 시간 11:00-20:00
공간 촬영 장수인 (@longevity.in)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