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전이 7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지난 2월 6일부터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동명의 귀국전은 베니스 전시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새로운 맥락에서 펼쳐 보인다.

202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전이 7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맞아 그 역사와 건축적 의미를 재구성한 이 전시는 탄탄한 큐레토리얼적 접근으로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 2월 6일부터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동명의 귀국전은 베니스 전시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새로운 맥락에서 펼쳐 보인다. 기존 전시는 한국관의 공간적 특성에 기반했던 것에 반해 이번 귀국전에선 현지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참여 작가와 예술감독 팀은 “베니스에서 고민하고 공유했던 감각과 내용을 하나의 과정처럼 풀어내는 방식으로 귀국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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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의 커미션 작업을 만날 수 있는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

이번 전시는 베니스 전시의 두 축이었던 ‘아카이브’와 ‘커미션’의 구성을 따르되 맥락이 다른 환경에서도 유연한 독해가 가능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제1전시실은 3개의 아카이브 섹션으로 나뉜다. 기존 전시의 핵심이었던 ‘언폴딩 아카이브 영상’에 더해 ‘레이어링 아카이브’와 ‘리빙 아카이브’를 새롭게 마련했다. 한국관 건축 아카이브와 현지 답사,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도큐멘테이션 영상이 한국관의 의미와 맥락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단서를 제공한다면, 이미지와 텍스트로 구성한 레이어링 아카이브는 그 과정에서 발굴한 이야기와 해석을 더욱 확장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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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의 의미와 맥락을 다양한 푸티지 자료로 기록한 ‘언폴딩 아카이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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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전시에서 파생된 다양한 담론을 심도 있게 파고들 수 있는 도서와 자료를 비치하고, 전문가와 함께하는 포럼과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한 리빙 아카이브 섹션.

이어지는 리빙 아카이브 섹션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베니스 전시에서 파생된 다양한 담론을 심도 있게 파고들 수 있는 도서와 자료를 비치하고, 전문가와 함께하는 포럼과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논의를 확장하도록 했다. 단순한 아카이브 열람 공간을 넘어 지식과 대화, 참여가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장을 만든 셈이다. 참여 작가의 커미션 작업은 제2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장소 특정적 작업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현지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제작과 설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비디오와 아카이브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각 작가의 리서치와 사고의 흐름을 하나의 전개도처럼 펼쳐진 패널로 정리해,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작업이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가도록 했다.

가령 김현종의 ‘새로운 항해’는 한국관 옥상을 모두에게 열린 전망대로 해석한 작업이지만, 현장에서의 규약과 안전 문제로 계획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미완의 상태를 다시 소환해 원안의 개념과 구상을 이미지와 텍스트, 모형으로 제시한다. 이다미의 ‘덮어쓰기, 덮어씌우기’도 결과물 대신 서사에 주목한다. 한국관의 나무와 고양이 등 비인간 존재를 화자로 설정하고, 그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편지, 일기, 콜라주 형식으로 재배치했다. 이렇듯 제2전시실은 완성된 설치를 재현하기보다 작업이 생성되는 맥락과 과정, 그리고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까지 아카이브하는 방식으로 커미션 작업을 새롭게 읽어낸다. 마지막 섹션인 에필로그에서는 한국관을 넘어 베니스비엔날레라는 제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관을 하나의 전시가 아닌 동시대 담론의 장으로 확장한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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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영
2025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귀국전은 베니스 전시를 그대로 재연할 수 없는 조건을 어떻게 푸느냐가 핵심이었다. 장소 조건이 달라질 때 작품과 전시 개념을 어떻게 재구성할지를 탐구했으며, 공간과 제도, 장소성이 예술의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리빙 아카이브 포럼이다. 아르코미술관 1전시실에서 진행할 포럼은 전시 제작 과정과 귀국전의 의미를 되짚으며 이에 응답하는 한국관 건축의 여러 쟁점을 다룬다. 또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지속 가능성, 건축과 전시 만들기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패널들과 함께 논의하며 전시에 미처 담기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3호(2026.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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