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틈에 세운 수직 마을, 더한섬하우스 서울
‘머무름’을 설계한 한섬의 공간 전략
한섬이 네 번째 거점으로 서울을 택했다.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 지하 1층부터 8층까지 수직으로 뻗은 이 건물은 리테일 시설을 넘어 주거 지역의 일상 동선 속 생활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한섬이 광주, 제주, 부산에 이어 네 번째 거점으로 서울을 택했다.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 지하 1층부터 8층까지 수직으로 뻗은 이 건물은 리테일 시설을 넘어 주거 지역의 일상 동선 속 생활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간의 성격을 재정의하는 전략에 있다. 시스템, 타임, 마인 등을 전개해온 패션 기업의 공간이지만, 규모의 확장 대신 기능의 밀도를 높였다. 전체 면적의 약 절반을 F&B, 뷰티, 문화 콘텐츠로 채웠다.구매가 아닌 ‘머무는 경험’을 중심에 두었다.

Interview
한섬 인테리어팀, 매스스터디스
도시 맥락 속의 수직 마을
더한섬하우스 서울은 ‘수직 마을’이라는 콘셉트 아래 기하학적 매스를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다. 타임카페 2호점부터 오에라 스파, 두 개 층에 걸친 VIP 라운지까지. 각 층의 프로그램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건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매스 사이에 둔 ‘틈’은 단일 건물의 폐쇄성을 극복하고자 의도한 설계다. 그 덕분에 마치 마을의 골목을 탐험하듯 층을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더한섬하우스 서울이 한섬의 오프라인 공간 전략에서 갖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한섬 인테리어팀(이하 ‘한섬’)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한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습니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카페, 스파, 라운지 같은 비판매 공간으로 채웠어요. 판매 중심의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이 머무를 수 있는 영역을 넓힌 거죠. 한섬이라는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공간의 경험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구매하는 장소에서 머무는 장소로 인식되길 바랐습니다.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기하학적 매스가 층층이 쌓인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공간 콘셉트 ‘수직 마을’은 어떻게 설정됐나요?
한섬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기획 의도에 따라 설정한 콘셉트입니다. 도시적 맥락 안에서 단순하지만 특징적인 매스들을 쌓아 올린 구조인데요. 매스 사이에 의도적인 틈을 두어 공간과 도시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내부 역시 각 영역마다 콘텐츠 성격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했어요. 층별로 개별 개성이 드러나도록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 수직 마을의 다채로운 경험을 구현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섬 인테리어팀과 매스스터디스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었나요?
한섬공간의 용도에 맞춘 초기 기획은 한섬 인테리어 팀에서 진행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매스스터디스가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저희는 기획 의도가 건축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했고요. 가구는 매스 스터디스와 협의해 셀렉을 진행하되 일부는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 공사 PM과 조경, 아트피스 설치 등 여러 협력사와의 현장 조율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습니다.
빛과 물성이 만드는 전이
건물 디자인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물성과 빛’의 대비다. 외벽 노출콘크리트가 견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내부에서는 투명한 유리와 정교한 보이드를 통해 깊이감을 발견하게 된다. 13.2m에 달하는 보이드 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실내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빛과 계절감을 체감하게 하는 핵심 장치다. 밤이 되면 건물 전체가 반투명한 유글라스를 통해 빛을 내뿜는 하나의 ‘도시의 빛 오브제’가 된다.

저층 판매 영역과 상층 경험 공간 사이의 전환이 뚜렷합니다. 이 차이는 어떻게 설정하신 건가요?
매스스터디스 각각의 아트리움을 통해 개방감을 갖는 동시에 상반된 공간감을 부여했습니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저층부 리테일 아트리움은 투명한 곡면유리를 통해 정원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밝은 공간이에요. 기존 리테일 공간이 대체로 외부와 단절되는 것과 대비해, 정원과 매장 사이를 산책하듯 동선을 구성했습니다.

매스스터디스 반면 4층 이상 비리테일층은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공간입니다. 타임 카페 아트리움은 콘크리트 차양과 불투명 유리로 일사 유입을 차단하면서 인근 주민의 사생활까지 보호하고 있어요. 건물 형태 자체도 인접 건물의 일조권 확보를 위해 사선으로 계획했고요. 그 제약이 오히려 삼각형의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냈습니다. 5층 이벤트홀과 8층 VIP 라운지에는 유글라스 입면을 적용해 빛은 투과시키되 이용객의 노출은 방지했습니다.

건물의 입면 소재가 내부 공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점이 눈에 띕니다.
매스스터디스 입면을 구성하는 곡면유리, 유글라스, 노출콘크리트는 각각 투명, 반투명, 불투명의 성격을 가지는데요. 그에 맞는 공간에 사용됐습니다. 곡면유리는 주변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유글라스는 빛을 머금어 은은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노출콘크리트는 공간을 견고하게 에워싸며 영업 면적을 최대로 확보하죠. 차양과 안전 난간의 역할도 하고요. 세 소재 모두 균일한 백색 톤을 띠고 있어, 매 층 다른 기하학적 형태를 지니면서도 조화로운 마을의 인상을 완성합니다.
고정된 구조, 유연한 연출
바뀌는 것과 남는 것의 경계를 층마다 다르게 설정한 전략은, 이 건물이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갱신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다. 건축의 구조는 남고 그 안의 연출은 바뀐다. 한섬은 그 경계를 층별 성격에 따라 다르게 구분했다.



패션 공간은 시즌마다 VMD가 바뀌죠. 그에 맞는 가변성을 어떻게 확보하셨나요?
한섬층별 성격에 따라 전략을 나누었습니다. 1층은 고객이 처음 접하는 공간이자 팝업이 빈번한 층입니다. 고정된 연출은 빠르게 소모된다고 판단해 모든 집기를 이동형으로 계획했습니다. 2층은 편집 브랜드 무이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담아야 했기 때문에 이동형 가구와 화이트 파티션을 ‘캔버스’처럼 설정해 중립적인 베이스를 유지했고요. 반면 지하 1층과 3층은 각각 남성 브랜드, 캐릭터 브랜드로 확정된 공간이어서 접근이 달랐어요. 브랜드 고유의 무드가 동선과 구조, 밀도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고정된 틀 안에서 설계했습니다.

더한섬하우스 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도곡로 529
운영 시간 10:30~21:00
기획 한섬
건축&인테리어 매스스터디스
웹사이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