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언제 완공될까?

1882년부터 착공에 들어갔으나 140년 넘게 건설 중인 건축물.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착공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완성될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언제 완공될까?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한다면, 필수로 가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ília’이다. 이 성당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설계했으며, 198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에서 유명한 건축물이 되었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바르셀로나에는 카사 비센스,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도시 전체에 세계적인 건축가의 손길이 남아있기에, 어떻게 보면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테마파크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이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크고 섬세하게 설계된 건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1882년부터 착공에 들어갔으나 14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 건설 중에 있다.

2023년 공사 진행 상태: 갈색으로 된 부분이 아직 지어지지 않은 부분이다. 출처: wikipedia

성당 하나를 짓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나 싶지만, 실제 성당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이해가 간다. 건물의 모든 부분이 섬세한 조각상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유기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조각들로 덮여 있는 외부와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마치 숲속에 있는 분위기를 선사하는 내부를 보면 역시, 가우디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성당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면 뭔가 모를 감동이 느껴진다. 이 성당 존재 자체가 계속 바르셀로나를 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성 요셉 축일인 1882년 3월 19일에 착공을 시작한 이 성당은 처음부터 가우디가 설계를 한 것이 아니다. 첫 설계자는 가우디의 스승인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였으며, 1877년부터 설계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착공 1년 만에 건축 기술고문과 의견이 맞지 않아 결국 사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임에 가우디가 들어오면서 우리가 아는 역사가 비로소 시작된다.

가우디는 40년 동안 성당 건축에 몰두하며 열정을 불태웠으나 들였던 시간에 비해 성당의 일부만 완성시킬 수 있었다. 지금 봐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설계에, 건축 자금을 후원자들의 기부금만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던 듯 보인다. 가우디 본인도 살아생전에 완공을 하지 못할 것을 예측한 듯 보였다고 한다. 주변인들에게 후손들과 다음 건축가가 이 건축물을 완성시키고 이곳에 빛을 내려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요인들로 공사가 멈출 때가 많았던 점도 공사 지연의 이유 중 하나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는 스페인 내전이 있었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쑥대밭이 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 시기의 성당은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되어 있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폭동으로 인해 성당 지하에 있던 성당 모형 등 건축 관련 정보들이 소실되는 아픔도 겪었다. 이런 시련을 겪고 공사가 재개된 것은 1953년부터이며,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사가 이어져 오고 있는 중이다.

출처: wikipedia

공사가 재개된 이후 성당은 순조롭게 완공을 향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처음부터 시 당국에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구청이 행정 절차를 요청했지만 가우디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에도 구청, 바르셀로나 시, 카탈루냐 주 정부 어디에서도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채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 문제는 가우디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축가는 1926년에 73세의 나이에 사고를 당해 사망하게 되었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공사가 진행되어 왔다.

장례식 모습. 출처: wikipedia

건축가가 사망한 사건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노면 전차에 치여 사고를 당해 치명상을 입은 건축가는 볼품없는 차림새 때문에 거지로 오인받아 여러 번 병원에 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 병원에서도 의사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기본적인 치료만 한 탓에 결국 사망하게 된다. 건축가와 친분이 있었던 신부가 병원에서 방치된 그를 보고 신속히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건축가는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죽겠다며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성이 있었지만 오로지 건축에만 노력을 쏟다가 어이없는 사고로 사망하게 된 건축가를 기리기 위해 그의 시신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지하묘지에 안장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가우디 사후에는 여러 건축가들이 설계도를 참고하여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법 건축물로 과태료와 관련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건물의 70%가 완성된 상태에서도 이 성당이 부동산 등기부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법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탓에 건축 관련 규제를 지키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문제는 136년이 지난 2018년에 해결되었다. 성당은 시 당국과 2년에 걸친 협의를 통해 100여 년 간의 과태료를 납부하기로 결정하며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태료가 자그마치 3,600만 유로(약 495억 원)에 달했기에, 이들은 10년간 과태료를 나누어 납부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를 통해 ‘세계 최장기 불법 건축물’이라는 오명은 사라지게 되었다. 시에서는 이 과태료를 성당 진입 경로, 대중교통 및 주변 도로의 재개발 등 관광 사업을 위한 인프라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한때 팬데믹으로 인해 공사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사가 재개되고 있다. 고난을 이겨낸 만큼 성당의 건설에 박차가 가해지는 모양새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가우디는 2082년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또 한 번 문제가 벌어지면서 그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성당의 주요 출입구가 될 ‘영광의 파사드’가 완공되려면 출입문 입구에 있는 주택들을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살아 있을 당시에 입구 앞은 공터였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공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주택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현재 이 주택가에는 3천여 명이 살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몇십 년 동안 살아왔던 이들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건축물의 완공 때문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사실 가우디의 원래 설계도가 스페인 내전으로 파괴되었기 때문에, 진짜 주택을 철거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를 통해 2023년 5월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2018년에 성당이 과태료를 납부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이 문제도 누군가의 확고한 결단력이 있어야만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

착공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이 성당에 있었지만, 결국은 완성이 될 것이다. 전체가 완성될 경우 성당의 규모는 가로 150m, 세로 60m가 된다. 성당의 가운데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첨탑이 가장 높게 위치할 예정이며, 높이는 172.5 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로 알려진 독일의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의 기록을 깨게 된다. 웅장한 규모이지만 섬세하고 유기적인 아름다움으로 완공되기도 전에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이 성당이 완공된다면 얼마나 더 멋져질지 궁금해진다. 2026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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