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역사를 지닌 버스 터미널의 변신

교통량 끝판왕인 버스 터미널은 어떻게 진화할까?

올해 초 글로벌 건축사무소 '포스터 + 파트너스'가 뉴욕 맨해튼의 항만청 버스 터미널(PABT)의 새로운 설계안과 조감도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73년 역사를 지닌 버스 터미널의 변신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교통 관련 시설들이 존재한다. 버스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시 내에 많은 버스 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버스 터미널은 인구밀도, 교통량, 경제, 관광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아 규모와 디자인에 차이를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세계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에도 버스 터미널이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타임 스퀘어 주변,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항만청 버스 터미널(Port Authority Bus Terminal, PABT)’이 그 주인공이다. ‘미드타운 버스 터미널(Midtown Bus Terminal)’로도 불리는 이곳은 교통량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곳으로 꼽힌다. 평일에는 평균 약 8,000대의 버스와 225,000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며, 연간으로는 6,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장 큰 버스 터미널, PABT

뉴욕 뉴저지 항만청(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PANYNJ)에 의해 운영되는 이 터미널은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수많은 광역 버스는 물론 장거리 시외 버스 서비스의 종착점이자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일 큰 버스 터미널 알려진 이곳은 승차장, 하차장, 진입도로 등이 한 건물 안에 있으며 1,250개의 주차 공간, 상업 및 소매 공간을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기 때문에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을 찾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혼잡함을 자랑한다.

PABT의 역사는 1950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터미널이 만들어진 이유는 미드타운 맨해튼에 분산된 여러 개의 터미널을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각자 운영되고 있는 터미널을 통합했으니, 당연히 규모나 복잡함은 예상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최초로 문을 연 PABT는 4층짜리 건물에 500개의 주차 공간과 5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지금으로 봐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여유롭게 운영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점차 이용객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63년, 1981년에 건물이 차례로 확장되었다. 1970년부터는 버스 네트워크의 수용력을 늘리기 위한 혁신적인 계획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뉴욕과 뉴저지 사람들의 교통의 중심지이기에 현재까지도 복잡하고 혼잡한 상황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터미널의 노후화된 시설 정비와 수용 능력의 증강을 위해 PANYNJ는 끊임없이 시설을 보강했고, 노후화된 건물로 인한 범죄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또한 민관 협력을 통해 승객 시설을 확장하려 노력해왔으나 늘 어려움이 뒤따랐다. 2011년에는 예산 제약으로 인해 별관 건설이 연기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여러 난관을 헤쳐온 PANYNJ는 마침내 2021년, 기존 터미널과 동일한 부지에 경유 시설을 더해 시설을 재구축하는 계획을 밝혔다.


73년 만에 찾아온 변화의 바람

73년의 역사를 지닌 터미널의 재건축은 세계적인 건축회사 포스터+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더불어 A. 엡스타인 앤 선즈 인터내셔널(A. Epstein and Sons International Inc)이 항만청과 계약을 맺고 합작 투자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초 포스터+파트너스가 공개한 설계안 및 조감도를 보면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더불어 그동안 이 버스 터미널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설계안은 2022년 처음 선보인 버전을 수정한 것이다. 첫 버전이 공개된 후 PANYNJ의 주도 아래 지역 주민 위원회, 주를 대표하는 관료들을 포함한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피드백이 있었다. 이를 반영한 두 번째 설계안에서는 뉴욕과 뉴저지 사이에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연결을 이룰 수 있는 동시에 터미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추가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뉴욕시를 경험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포스터+파트너스의 새로운 터미널 디자인은 승객 중심의 디자인, 직관적인 길 찾기 및 투과성 있는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대중 교통을 더 매력적이게 느끼고 접근하기 쉽게 만듭니다.

나이젤 댄시(Nigel Dancey), 포스터+파트너스 스튜디오 책임자

100억 달러(약 13조 7,350억 원)가 투자되어 새롭게 변신을 꾀할 210만 제곱피트(약 19만 5천 제곱미터, 5만 9천 평) 규모의 공간은 2040-2050년 통근자 증가 예상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메인 터미널과 링컨 터널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사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건물의 외부를 향해 설계되는 소매점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건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거리에서도 건물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객과 지역 사회 모두에게 이익을 선사할 예정이다.

건물의 중심부에 만들어질 큰 중앙홀을 통해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되며, 이를 통해 도시를 위한 활기찬 공공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 홀은 거리로 나 있는 두 개의 주요 출입구와 지하철에 연결된 통로로 접근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 41번가의 일부 구역은 영구적으로 교통이 통제될 예정이다. 중앙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 계단 및 엘리베이터 및 다층으로 구성된 내부 구조는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야 할 곳을 명확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철과 버스 네트워크를 하나의 터미널로 통합하면서 미래의 교통 중심지를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이 디자인은 이용객을 최우선으로 하며 뉴저지와 뉴욕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안, 편안함, 포괄성의 최첨단에 있을 것입니다.

앙투아네트 나소풀로스-에릭슨(Antoinette Nassopoulos-Erickso), 포스터+파트너스 수석 파트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대두되는 친환경 트렌드 또한 새로운 터미널에 적극 적용될 예정이다. 항만청에 따르면 건물 내에 센서 기반 모니터 시스템, 구역별 냉난방 시스템, 열 회수 및 재사용과 같은 기술이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터미널에 들어오는 버스는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다. 덕분에 온실가스나 탄소 등을 배출하는 만큼 제거하여 존재하는 총량을 0으로 유지하는 ‘순 배출 제로(Net-Zero Emission)’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버스 터미널 재건축은 순차적으로 이루질 계획이다. 초기 단계인 2028년까지는 임시 터미널과 새로운 경사로를 완공할 예정이며, 이후 2032년까지 새로운 주 터미널을 완공한다고 한다. 사람과 환경, 도시 모두가 조화로울 수 있도록 고려한 디자인이기에, 최종 계획대로 완공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 버스 터미널에 영향을 미칠 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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