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신호승 로하우스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뮤직비디오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전 세계에 K-POP의 위력을 보여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공간의 물리적 속성을 잊어버리게 하며,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킨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2026년을 사는 우리는 음악을 귀로 듣고, 눈으로 봅니다. 청각으로 느꼈던 음악이 공감각적 예술이 된 것이죠.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는 K-POP은 그를 잘 보여줍니다. 블랙핑크의 <GO>의 뮤직비디오는 2026년 3월 기준으로 조회수가 5910만 뷰를 넘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영상미학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아이브, NCT, 에이티즈 등 국내 K-POP 뮤지션과 그룹의 뮤직비디오의 미술을 담당한 로하우스의 신호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뮤지션의 곡과 그안에 담긴 메시지를 공간으로서 표현하고 전달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작업 환경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물을 내보이는 그의 원동력과 작업 과정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PLUS 1. 무모하지만, 확실하게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 20260325 09225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2257/20260325_092253-832x555.jpg)
감독님과 로하우스의 작업 범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뮤직비디오, 광고에 등장하는 공간 외에도 팝업 같은 오프라인 공간과 공연 무대도 디자인하고 있어요. 물리적인 공간 외에 3D와 VFX를 활용한 작업도 하고요. 음… 공간이라는 개념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기 때문에 작업 범위, 명칭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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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과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공간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나요?
네. 졸업하고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했고, 1년 간 인테리어 현장 기사로도 일했어요. 그 다음엔 스타트업을 창립해서 정부 지원 사업을 운영했고요. 꾸준히 공간을 디자인했지만, 미술 감독이라는 직종이 있는지 모르고 이 분야로 뛰어들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미술 감독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29살 때, 일을 정리하고 작가로서 활동해보자는 결심이 섰어요. 지금까지 쌓은 인프라는 있으니까 하고 싶은 작업을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을 완성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보니까 이를 촬영해 줄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무작정 포토그래퍼, 영상 감독님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나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이런 작업도 할 수 있으니 서로 도우면서 작업해보자고요.
용기있는 시도였네요.
겁이 없었던 거죠. 업계에서 실력이 잘 알려진 분들한테 연락했거든요. 잘 몰라서 앞뒤 재지 않고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분들이 제 작업을 마음에 들어해서 촬영해주셨고, 심지어 상업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시기도 했어요. 지면 촬영의 작은 세트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네요.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루트를 실제로 해내신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세트 미술 관련 회사에서 역량을 키운 후에 독립해서 자기만의 스튜디오를 차리죠. 그에 비하면 저는 모르는 상태에서 업계에 뛰어든 거라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이 제 강점을 이뤘더라고요. 저와 로하우스 멤버들은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저희가 고안한 디자인을 완벽하게 설계하고자 해요. 구현 여부는 그 다음 문제예요. 처음부터 부딪치며 이뤄냈기 때문에 작업에 한계를 짓지 않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PLUS 2. 비물질을 물질로 표현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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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세트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K-POP 팬이라면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연출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는 것부터 시작이죠. 보내주신 연출 기획안과 스토리를 살펴보고 저희가 잘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나 흥미가 생기면 하기로 결정해요. 그 다음엔 곡과 연출 기획안을 분석해서 기획안과 무드보드를 제작해서 연출 감독님과 전체적인 방향과 세부 사항을 정해요. 그리고 3D 프로그램으로 세트 설계안을 제작해요. 최종으로 연출 감독님, 기획사와 뮤지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요.
덜어내는 과정이 중요하겠어요.
노래와 춤에 어울리지 않거나,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방해된다면 아무리 멋있는 조형물이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에요. 그래서 뮤지션의 동선, 선호하는 액팅과 동작, 음악과 춤의 결, 카메라 앵글, 조명 등 전체 구성 요소를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해요.
연출 기획안과 콘티를 봐도 상상이 안되는 장면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바로 연출 감독님께 회의를 요청해요. 일하다보면 서로의 생각을 못 알아준다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서로의 생각을 잘 듣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트를 디자인할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곡과 공간의 조화요. 노래와 비주얼이 따로 인지되는 세트와 미술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째는 춤의 결이에요. 춤이 역동적인데, 정적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면 둘 다 힘을 잃으니까요.
생각보다 춤이 꽤 큰 영역을 차지하네요.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표현할 수 없다면 불필요한 공간이죠. 그래서 세트를 기획하기 전에 기획사와 퍼포먼스 팀에게 춤의 최소 반경과 최대 반경을 물어봐요. 그래야 세트의 크기를 정할 수 있거든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6 20260325 093444](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445/20260325_093444-832x46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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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과 노래에 대해서도 조사하시나요?
곡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에 곡의 음률, 가사를 계속 듣고 분석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해요. 최근 작업한 블랙핑크의 는 수 백번 들은 것 같아요(웃음). 촬영 콘티도 시험 공부하듯이 봐야해요. 콘티를 보면서 전체 흐름과 앵글을 확인하고, 뮤지션이 어떤 연기를 하는지도 파악하죠. 카메라 앵글에 따라 세트를 해체했다가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때에 따라선 저희가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기 위해선 세트가 잘 보이는 것이 좋으니 이렇게 앵글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라고요.
말씀처럼 뮤직비디오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선 뮤지션, 연출, 촬영, 조명, 미술, 후반 작업 등… 정말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의견이 충돌하거나, 각자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할 때도 있을텐데요. 이럴 때,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설득도 필요하지맘 무엇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작업해야 해요. 제일 중요한 건 뮤지션과 그의 음악이니까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기획사와 연출 감독님의 기획과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거고요. 미술 감독의 역할은 각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듣고, 그를 최고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8 20260325 09355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553/20260325_093551-832x353.jpg)
뮤직비디오나 광고 촬영은 제작 기간이 짧고 빠르다고 들었어요. 보통 제안을 받아서 기획안을 짜고, 세트를 지어 촬영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나요?
프로젝트마다 천자만별이라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한~두 달의 시간이 주어져요. 세 달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많지 않아요. 짧게는 2~3주 안에 기획부터 조율, 세트 설치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계속 내야 하는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비법이 있으신가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해요. 전시를 보거나, 좋은 공간을 견학하는 것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해서 작업에 대해 생각하고, 평소 레퍼런스를 많이 보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보통 기획안을 두, 세번 정도 갈아엎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저는 이 과정을 일명 ‘접시를 깬다’고 표현하는데요. 접시를 깨뜨리려면 수많은 레퍼런스를 보고, 그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가능해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9 20260325 093645](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647/20260325_093645-832x913.jpg)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3D나 AI로 영상 전체를 만들어도 될 정도죠. 그럼에도 실제 세트를 지어서 촬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실제로 만든 세트와 100% 디지털로 만든 공간은 차이가 나요. 특히 인물과 맞닿은 공간은 후반 작업을 많이 할수록 부자연스러워서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느껴요. 만약 VFX를 적용한 화면이 연출 방향과 맞지 않으면 최대한 실사 촬영 부분을 살리려고 하죠. 그렇지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서 후반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에요. 실제 촬영에서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은 VFX로 작업해야 하니까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0 20260325 093722](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722/20260325_093722-832x626.jpg)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1 20260325 09373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731/20260325_093731-832x626.jpg)
화면 속 공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디테일의 싸움이죠. 결국 디테일은 감독인 제가 얼마만큼 이 작업에 대해서 생각했는지가 녹아들어서 나타나는 결과고요. 한편, 연출 기획안을 보고서 고민한 생각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밀도는 올라가요. 미국 뮤지션 Keshi의 같은 경우도 기존의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적게 들 수 있었는데, 저희가 해석한 화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돌멩이 하나까지도 설정해서 표현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밀도가 올라갔어요. 탄탄한 기획력이 밀도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PLUS 3. 영역의 확장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2 20260325 093819](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823/20260325_093819-832x1040.jpg)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3 20260325 093819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823/20260325_093819-1-832x1040.jpg)
광고와 지면 작업도 하시잖아요. 그 두 작업은 뮤직비디오와 차이가 있나요?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뮤지션과 노래라면, 광고는 제품이 주인공이에요. 아무리 멋지고 유명한 모델이 등장해도 제품이 잘 보여야 하해요 그래서 배경과 공간, 소품 등 화면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제품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표현되어요. 지면(화보) 같은 경우, 피사체가 정적이고 클로즈업도 많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나 광고와 달리 움직임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셋 중 어떤 작업이 더 잘 맞으세요?
셋 다 재미있지만, 뮤직비디오는 한계가 없어서 조금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작업할 땐 표현하고 싶은 것을 생각 이상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아이디어와 시안을 끝없이 발전시켜요. 반면, 광고는 욕심을 부리면 제품을 해할 수도 있기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해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4 20260325 093907](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3908/20260325_093907.jpg)
작년, 국립극장의 무용극 <미인>의 무대 미술을 담당하셨어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어떠셨나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걱정 반, 설렘 반이었어요. 그럼에도 로하우스가 영상 미술만 하는 팀이 아니고, 우리만의 기획력과 창의력으로 공간을 풀어낼 수 있는 곳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제안에 응하게 되었어요.
영상과 무대의 공간디자인은 어떻게 달랐나요?
뮤직비디오나 광고는 편집, 후반 작업을 통해 3~4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데, 무대 미술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편집없이 계속 이으면서 동시에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전환시켜야 한다는 점이 달랐어요. 또, 영상 속 공간은 실제로 구현되지만, 카메라에 찍히고 나면 철거해야 하니까 빠르게 휘발되거든요. 우리가 만든 공간을 직접 보여줄 기회도 적고요. 그래서 안타까웠는데 무대는 관객이 한 공간에서 우리 작업을 긴 시간동안 볼 수 있잖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5 20260325 094032](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033/20260325_094032.jpg)
<미인>의 무대를 디자인하면서 무엇에 제일 신경을 기울였나요?
무용극이기 때문에 안무가 제일 중요했죠. 그래서 리허설 현장에서 안무 구성과 동선 변화를 직접 파악하고 전체 흐름에 집중하여 안무와 동선 그리고 무대가 변화하지만 이어질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한국의 미학을 표현해야 했기에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한국의 미학을 표현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 문화의 교차점을 피하고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한국 고유의 여백의 미를 최대한 녹여내고자 했어요
무대 이미지를 보니까 간결함과 고요함이 느껴졌어요.
무용수는 춤을 통해 자신의 기(氣)를 표출하기 때문에 무대 미술은 그 기운과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전체 안무도 잘 보여야 하죠. 그래서 최대한 덜어내는 방법으로 무대를 디자인하고, 제일 먼저 태양과 달을 떠올렸어요. 대부분의 한국 무용은 태양과 달을 기본 주제와 이야기로 다루기 대문에 중심 키비주얼을 삼고, 극 전반에 녹여내려고 했죠.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6 20260325 09420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204/20260325_094203.jpg)
무대는 공간 너비가 정해져 있죠. 이런 한계점도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그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 해 국립극장에서 가장 크게 투자하는 공연였기에 부담이 컸거든요. 그래서 극장에 직접 가서 무대 구조와 공간을 살펴보며 엄청 공부했어요. 기본 구조를 파악해야 우리가 작업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또, 관련 감독님들과 소통을 자주 했어요. 저희만의 색이 드러난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서 각 감독님들께 협조를 많이 구했죠. 특히 조명 감독님과 긴밀하게 협업했어요.
PLUS 4.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책임감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7 20260325 094256](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302/20260325_094256-832x555.jpg)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작업을 훑어보면 모던하고 심플한 구조에서 화려하고 복잡한 구조로 변하는 것 같아요.
이젠 K-POP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뮤직비디오도 음악에서 시각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주얼적인 면에서 차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대중의 눈도 높아졌기 때문에 곡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잘 풀어내서 풍성하게 표현하려고 하니 점차 복잡하고 화려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는 비주얼이 중요하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화려함만 남을 수 있죠. 연출 의도와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이 되기 위한 감독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뮤지션과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연출 감독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저만의 해석을 거쳐서 작업하는 것이 껍데기만 남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는 방법이죠. 그리고 작업의 밀도는 시간과 비례해요. 하지만 뭐든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죠. 그러니까 최대한 집중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들일 수 밖에 없어요.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더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K-POP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었고, 그로 인해 보여주는 디자인도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가야 해요. 실제로 기획사와 뮤지션, 관련 감독님들 모두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의 작업을 보고 해외 디자이너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K-POP 뮤지션들은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실제로 영향력도 있는데 디자이너가 제대로 작업하지 못해서 해외 아티스트와 비교당하고, 비난받는다면 업계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플 것 같거든요
높아진 K-POP의 위상만큼 해외에서 함께 작업하자는 요청도 많이 들어오나요?
네. 확실히 해외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와요. Keshi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할 땐, 담당 크리에이티브 팀이 한국으로 왔는데 할리우드 세트장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은데, 시간과 비용도 효율적이라고 칭찬을 하고 갔어요. 과거의 K-POP은 음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시각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시각을 담당하는 다양한 분야의 감독님과 아티스트가 주목받고 있고요. 그 모습을 보면 선배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모든 건 필요한 과정이었구나 싶어요.
머릿 속의 그림을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는 비법도 궁금해요. 상상의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뮤직비디오 속 공간은 비현실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2~3배 이상 걸려요. 이를 제 시간에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저희 팀원들 덕분이에요. 서로 맡은 파트를 책임감을 가지고 소화하고 있어요. 저희는 단순히 연출 감독님의 기획안에만 맞춰서 디자인하는 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만의 생각과 방향이 뚜렷하고 그를 기준으로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기 때문에 많은 감독님들과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어요. 이런 고집 때문에 ‘시안 그대로 구현되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8 20260325 09471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718/20260325_094713-832x555.jpg)
천군만마 같은 로하우스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그래픽, 공간, 제품, 순수 미술 등 전공이 다양해요. 제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모두 실력자라는 사실이죠. 능력이 뛰어난데, 제 생각과 철학에 공감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키기 위해서 타협하지 않는 근성도 있고, 저희가 추구하는 미학을 책임감있게 지켜나가려고 해요.
무대 미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작업이 일로 느껴지는 순간, 저희 일은 할 수 없어요. 저도 일하기 싫을 때가 있죠. 하지만 공간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감독님들과 만나서 회의하고… 이 모든 과정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저 너무 하고 싶었고 좋아했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할까요? 꼭 무대 미술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든 버티는 것조차 힘든데, 그 이상에 오르려면 일처럼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중요한 자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모험심인 것 같아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19 20260325 094757](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804/20260325_094757-832x555.jpg)
감독님이 생각하는 공간이란 무엇인가요?
‘채워지지 않은 비어진 상태’요.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도 공간이 있고, 하물며 작은 소품에서도 공간이 나올 수 있죠. 그 비워진 상태를 조립하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면서 채워 나가는 과정이 공간 디자인인 것 같아요.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호승: K-POP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20 20260325 09482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3/25184827/20260325_094821-832x555.jpg)
공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셨잖아요. 앞으로 새롭게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저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 가지 자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창의력도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체력 향상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처럼, 창의력도 훈련해서 기초를 쌓아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준비하는 자체 프로젝트는 창의력을 단련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죠. 아마 올해 안으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로하우스가 무대/영상 미술만 하는 팀으로 남지 않길 바라요. 저희는 강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크리에이티브 하우스로 나아갈 지점을 찾아내서 결과를 맺는 해가 되었으면 해요.
PLUS LIST
신호승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재료들
–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
무대/촬영 미술 업계에 들어왔을 때부터 구조적인 형태와 디테일을 풀어내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과거 조형물, 특히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크고 작은 기계에 관심이 많아요. 이 시기의 기계들은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서 디자인을 간과했는데, 그것이 엄청난 미학적 가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현대의 기계는 미니멀한 외형을 지키고자 내부에 많은 요소를 넣어 복잡하잖아요. 하지만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와 제품은 외부에 기능이 다 드러나 있어요. 그 기계들의 유기적인 짜임새에 영감을 받아 공간을 디자인할 때가 있어요.
– 에스 데블린(Es Devlin)
영국 출신의 무대 미술 디자이너에요. 이 업계로 들어오기 전부터 좋아했던 작가죠. 에스 데블린의 작업 외에도 다양한 이미지들을 레퍼런스로 찾아서 봐요. 셰프들이 최상의 요리를 내기 위해 새벽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구해오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많은 매체를 통해 이미지를 많이 보고 선별하는 연습을 해야해요.
– 자연
자연물에 숨겨진 의외성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 같은 종의 물고기여도 각자 비늘의 모양이나 색깔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환경에 따라 진화하고, 퇴화한 결과로 의외성이 만들어 지고, 그로인해 형성되는 세부 요인들이 재미있어요. 작업할 때도 그런 부분에서 참고를 하는 편이에요.
TIPPING POINT
많은 사람이 멋진 디자인은 하늘에서 뚝딱! 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수많은 시간의 레이어가 쌓인 결과다. 그렇기에 신호승 감독은 끈기와 집중력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스튜디오와 현장을 바삐 오가며 이전과 다른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시에 K-POP의 비주얼을 이끄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길에 도전하고, 연구하고 시도하는 모습 역시 신호승 감독과 로하우스의 작업을 남들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연 어떤 것을 더 보여줄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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