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큘레이터의 반란, 엠아이디자인 문준기 대표가 말하는 제작 과정

한국의 디자인 회사에서 걸출한 생활 가전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엠아이디자인M.I DESIGN에서 기획, 디자인, 제작까지 맡아 탄생시킨 ‘엠아이 서큐팬20’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국산 서큘레이터의 반란, 엠아이디자인 문준기 대표가 말하는 제작 과정
엠아이 서큐팬20
무소음에 가까운 19데시벨로 조용한 바람을, 14 인치형 날개로 풍부한 바람을 전달한다. 부드럽게 멀리 바람을 보내주는 공기역학 기술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탠드형(39만 8000원), 플로어형(37만 8000원) 두 가지다.

한국의 디자인 회사에서 걸출한 생활 가전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엠아이디자인M.I DESIGN에서 기획, 디자인, 제작까지 맡아 탄생시킨 ‘엠아이 서큐팬20’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홈쇼핑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채널에서 동일 제품을 4일 간격으로 방송한 것은 드문 사례다. 성과도 좋다. ‘엠아이 서큐팬20’은 첫 방송에서 1000대, 두 번째 방송에서는 1300대가 팔렸다.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 네임 밸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온전히 만듦새의 승리다. 문준기 대표는 3년 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들이 하다가도 그만둔다는 제조업을, 남들이 하다가도 그만둘 50대 후반에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문준기
대학에서 기계 설계를 전공하고 이후 이탈리아 도무스 디자인 석사 과정을 거쳐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1996년 엠아이디자인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제품· 서비스 디자인을 진행해왔다. 3년 전부터 생활 가전 브랜드, 엠아이디자인을 준비해왔으며 엠아이 서큐팬20을 출시했다.
잘나가는 디자인 컨설팅 기업의 대표로 남부러울 것 없이 22년간 지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2013년으로 기억한다. 집을 이사하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선풍기를 사러 갔다. 내 눈에 들어오는 잘 만든 국산 선풍기가 하나도 없더라. 고가의 외국 브랜드와 저가의 중국산으로 딱 나뉘었다. 내가 알기로는 1997년에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생활 가전 사업을 접으라고 권했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는데, 중소기업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나도 20년 넘게 제품 디자인 컨설팅을 해와서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건지도 모른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아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결심했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의 원천을 생각해보니, 어느 시점에 해야 할 일을 안 했던 것이었다.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만들지 않으면 10년 뒤의 나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결심한 것이 2016년이고, 다른 프로젝트들을 대부분 정리하고 시작했다.

청소기를 제일 잘 만드는 다이슨처럼 하나의 생활 가전을 제대로 만드는 브랜드를 만들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시간과 돈이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 5년가량을 버텨야 하고 개발비도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든다. 특히 한국은 제조 인프라가 부족하다. 가령 서큘레이터 하나를 보자. 내부에 들어가는 수백 개의 부품에 대한 금형을 모두 새롭게 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두면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로 특허를 획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공기 역학 관련 발명 특허를 2개나 받았다.

서큘레이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바람. 이것을 해결해서 제품에 반영하면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바람이 20m까지 날아가는 국산 제품은 우리밖에 없다. 서큐팬에 장착한 그릴 디자인으로 발명 특허를 획득했다. 느린 바람과 빠른 바람, 두 바람의 기둥을 모아 바람을 부드럽게 멀리 보낼 수 있는 형태를 개발했다. 일반적인 서큘레이터는 날개가 보통 10~12인치인데 14인치 대형 날개를 달았다. 날개가 커야 당연히 풍부한 바람을 내는데 이것을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내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한 게 있다. 경쟁사가 카피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도록 제품의 질을 끌어올리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계절만 앞서 가자. 그들이 다 뜯어보고 똑같이 만들어낸다 해도, 그땐 또 한발 앞선 제품을 내놓을 테니 자신 있다.

홈쇼핑에서 판매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1년 동안 2000대밖에 못 팔았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엠아이디자인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잘 모르니 당연한 결과였다. 백화점과 가전 매장에서 판매했는데 매장 직원들이 어떤 제품인지 잘 설명하지 않는다. 제품을 잘 설명해줄 사람을 찾는 게 수순이었다. 엠아이디자인의 서큘레이터를 실제로 접한 홈쇼핑 관계자들이 확신 의사를 표해왔고, 방송을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제 성공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정도라 생각한다. 100개의 계단 중 두 번째 계단쯤 될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다음 제품으로 가습기를 가을쯤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세 번째 제품까지 론칭할 것인데, 시장의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3년을 버티면 번듯한 디자인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의 본업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일 잘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제품은 모두 공통적으로 공기, 수면과 관련된 것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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