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매개로 한 새로운 감각의 식물 경험, 씨드키퍼
씨앗과 함께 더욱 단단해지는 나
씨앗을 키우는 경험에서 시작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브랜드 씨드키퍼. 송다혜, 문혜성 디렉터와 '씨드키퍼'라는 씨앗이 지금의 꽃을 피우기까지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싹을 펼치는 동안 식물을 기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씨드키퍼(seedkeeper)는 아주 작은 도움을 더해 식물의 생장을 함께하는 순간이 쌓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씨앗부터 키우는 즐거움을 나누고 이를 통해 스스로 돌보는 정서, 지기효능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 넓은 공간과 도구 없이도 현대인들이 ‘씨앗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씨드키퍼는 가드닝과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축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서 있다.
Interview
송다혜, 문혜성 씨드키퍼 디렉터
이름을 표기하지 않은 답변은 두 사람의 공통 답변입니다.
움트는 씨앗
‘씨드키퍼’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세요.
씨드키퍼는 씨앗을 매개로 새로운 감각의 식물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이자 스튜디오입니다. 씨앗이 가진 미묘함을 저희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가치들을 제품, 워크숍, 전시 등으로 구현하고 있어요.
직장 동료로 만난 두 분이 어떻게 함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문혜성 저희 둘이 같은 직장에서 일할 때 프로젝트를 함께 한 적은 없는데, 그때 함께 일한 동료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직장을 떠난 다음에도 어울려 지냈어요. 오랜 시간 사적인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 지내다가 둘 다 회사를 그만두고 쉬던 시기에 우연히 ‘씨앗 심기(Seeding)’라는 공통의 취미를 갖게 되었어요. 어느 날 다혜가 “이걸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면 좋겠다, 분명 우리와 공감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한 것이 씨드키퍼의 출발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특정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자연을 통해 얻은 위로와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죠.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브랜딩이 시작됐어요.
현재는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하세요?
송다혜 저는 브랜드 디렉팅과 전반적인 디자인을 하고, 혜성은 씨앗과 식물을 연구하고 키우며 데이터를 쌓고 있어요.
공교롭게도 씨드키퍼의 그로우 키트(씨앗키트)가 처음 출시되었던 게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이더군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플랜테리어가 주목을 받았는데, 씨앗이나 기르는 경험 자체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는 없었던 것 같아요. 꼭 씨앗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요? 당시 상황이 브랜드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궁금하고요.
당시 저희 역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고립되었다는 느낌 말고도 두 사람 모두 각자 인생의 저점을 지나고 있어서 위로가 필요했는데, 그 자리를 식물들이 메꿔줬어요. 정확히는 직접 씨앗을 발아시켜서 길러낸 식물들이요. 씨앗이 껍질 밖으로 하얀 뿌리를 뻗어내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이 삶에 어떤 울림을 주는지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시작의 계기가 명확했고, 직접 씨앗생활을 하면서 느낀 효용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굳이 다른 아이템을 일부러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팬데믹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지만, 우울하고 외로운 감정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퍼트릴 줄은 몰랐어요. 사실 첫 펀딩을 진행할 당시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노린 것도 아니었고 전적으로 우리의 필요와 관심이 계기였지만, 생각보다 씨앗과 식물이 주는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예요.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할 수 있었음에, 또 우리가 생각지 못한 시대적인 물살을 타고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음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씨드키퍼가 ‘씨앗생활’이라고 표현하는, 씨앗을 키우는 경험을 자기효능감과 연결 짓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씨앗은 약속을 어기지 않아요. 물과 공기, 적절한 온도, 그리고 자기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발아해요. 씨앗의 매력은 기다림 끝에 반드시 깨어난다는 것에 있어요. 물론 생명체이다 보니 각자의 발아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요. 사람은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아주 적은 도움만으로도 스스로 뿌리내리는 식물을 접하면 마치 스스로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보람을 느끼게 되지요. 일상에서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돼요. 저희는 그것이 씨앗이 선물하는 자기효능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씨앗을 심고 키우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정성껏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브랜드명에 쓰인 ‘키퍼’에 씨앗과 함께 스스로를 돌본다는 의미도 담겨있겠군요.
맞아요. ‘씨드키퍼’라는 이름에는 씨앗과 어린 식물을 돌본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씨드키퍼는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예요. 저희는 그것이 꼭 식물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 동물, 사람, 공동체… 그 무엇이 되었든 모두가 돌보는 사람이 되어 보기를 바라요. 뭔가를 돌본다는 것은 자기 이해와 다른 이를 향한 공감이 모두 있어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이런 마음과 태도가 지속가능함의 기본이자 가장 핵심이라 생각하고요.
디자인과 상품으로 꽃피다
내가 느낀 좋은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어 나누기까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아요. 첫 아이템이었던 씨앗키트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이런 달걀 패키지가 식물 생활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자재였는지도 궁금해요.
첫 씨앗키트를 만들 때 씨앗에 이어 가장 먼저 구성품으로 확정한 건 동그랗고 납작한 형태로 압축된 ‘피트펠릿’이라는 흙이었어요. 물에 불리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커져 씨앗을 발아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는 정말 간편하고 실용적인 도구예요. 씨앗키트의 패키지는 모든 구성품을 안전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분갈이 전까지 이 피트펠릿을 넣고 관리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길 바랐어요. 그럼 패키지를 넘어 씨앗의 임시거주지라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니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저희의 가치관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거죠. 펄프 소재라 분리배출이 수월한 건 덤이고요. 업계 분들이 씨앗 분실을 최소화하고 발아율을 높이기 위해 흔히 ‘모판’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계란판과 매우 닮아 있기도 해요.
씨앗키트 큐레이션부터 팟 메이트, 씨앗 팔레트, 씨앗페이퍼까지, 씨드키퍼가 선보이는 상품들 모두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잖아요. 상품을 구상할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모든 제품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태어났어요. 씨드키퍼라는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식물을 다루고 이야기하는 수많은 다른 기업이나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생각하고 자주 대화하며 서로 공유해요. 불순물을 걸러내듯 생각을 정제하다 보니 씨드키퍼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쌓이더라고요. 그렇게 쌓인 아이디어 조각들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자산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경험들이 자석같이 따라붙을 때 우리만의 특별한 제품이 됐어요. 산책하다가, 샤워하다가, 넷플릭스를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 사소한 생각들을 평소에 잘 저장해두면 그게 각자의 고유한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모인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 기준이 있다면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 자연을 불편하게 하는 재료를 배제할 것,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도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것, 씨앗이나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 일회성으로 소비되기보다 마음에 오래 남을 것…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도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것”이라는 부분에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식물을 상습적으로 죽이는 사람인데요. (웃음) 씨앗 팔레트나 씨앗페이퍼를 보면 여행지에서 기념 엽서를 사듯 하나씩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식물 킬러인 에디터님이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작전 성공이네요. 평소에 식물 키우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관심이 없어도 제품의 디자인으로 우선 그들의 호기심을 사고 싶었어요. 일단 갖고 싶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겠다고 느끼게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씨앗을 심고 발아를 시켜봐야 하니까요! (웃음)
사실 제품이 아름다워 보이도록 하는 몇 가지 작업은 외출하기 전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선택하고 살짝 뿌려주면 매력이 배가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만이 가진 체취를 가려버리게 돼요. 제품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방향성이 생기고, 적절한 디자인 재료도 밖이 아닌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나는 어차피 또 죽일텐데…’ 하며 망설이는 분들이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씨앗 팔레트를 만들었어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안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구만을 선택했고, 1구짜리 계란판이면 씨앗과 피트펠릿을 담는 패키지로 충분했어요. 다양한 씨앗들을 살펴보며 직접 고르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수십 개의 컬러풀한 씨앗택(tag)을 타공판에 걸어두는 디스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또 몇 가지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잘 지키면 누구나 그린핑거가 될 수 있거든요. 패키지가 작아 설명서를 실물로 담는 대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패키지 뒷면에 웹사이트의 TIP 페이지로 연결되는 QR 코드를 넣었어요.
씨드키퍼의 로고나 폰트에서는 클래식한 느낌이 들어요. 디자인의 지향점을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씨드키퍼는 초창기부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왔고, 그 가치관을 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자연스럽게 클래식한 느낌으로 연출하게 됐어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취미생활을 넘어 하나의 교양으로 자리 잡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기거든요. 그래서 성별, 나이, 취향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특정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는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클래식하면서도 씨앗과 식물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로서의 특별함은 유지해야 하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방식은 제품의 색만큼은 자유롭게 사용하는 거예요. 브랜드 로고와 서체는 세리프체로 차분함을 유지하되, 다양한 씨앗을 다루는 만큼 색상은 정말 원 없이 써보고 있어요. 아마도 그 지점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생명력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최근 오자크래프트와 함께 ‘씨앗페이퍼와 플레이트: 오래 지속되는 가치’를 출시했어요. 이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나요? 기존의 여러 브랜드와 함께한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다른 협업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협업은 대부분 다른 브랜드에 맞춰 씨드키퍼의 자원을 활용했다면, 이번엔 저희가 먼저 기획해서 제안한 협업이었어요. 오자크래프트가 만드는 아름다운 그릇 위에 놓인 씨앗페이퍼를 상상한 지는 꽤 됐어요. 작년에 오자크래프트 연남동 쇼룸에 놀러 갔다가 작고 귀여운 플레이트를 선물로 받아왔는데… 그때부터 이미 머릿속으로 아주 천천히 진행되어 온 것 같아요.
씨앗페이퍼는 씨앗키트와는 조금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로 초점을 맞춘 게 씨앗키트라면, 씨앗페이퍼는 사람들이 씨앗을 어떠한 필터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매개이기도 합니다. 흙이 아닌 종이에 씨앗을 심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하면서 씨앗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제품이니까요. 그래서 씨앗페이퍼 시리즈는 다른 물성을 가진 제품들과 어우러져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에요. 지금은 크게 엽서와 플레이트, 두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모두 씨앗페이퍼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짝꿍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리는 미래
지난 2월 스튜디오를 이사하셨다고요. 연희동에 새롭게 자리 잡은 스튜디오는 어떤 풍경인가요? 그곳에서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씨앗페이퍼가 하나하나 탄생하는 거겠죠?
이전 연남동 스튜디오처럼 이곳 또한 넓지는 않지만 알뜰살뜰 설계해 워크룸과 쇼룸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어요. 모든 제품이 만들어지는 워크룸, 그리고 벽장 너머로 그 제품을 직접 둘러보며 구매할 수 있는 쇼룸이 함께 있는 공간입니다. 연희동은 산책하기 좋은 동네인 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은 낮은 편이에요. 대신 풍성한 정원수들이 가득한 멋진 주택가를 천천히 걸어오며 느긋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요. 스튜디오에 난 기다란 창으로 걸어 올라온 풍경을 다시 내려다볼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예요.
씨드키퍼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큼 경험을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씨앗을 통해 나와 마주하기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씨앗 페어링 워크숍도 그렇고요. 지속적으로 이런 오프라인 워크숍과 ‘가장자리’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 손을 떠난 제품의 여정에 더 이상 저희는 개입할 수 없어요. 제품만 간단하게 판매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깔끔하긴 해요. 또 소비자가 지닌 배경과 경험에 따라 낯설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식물들의 리뷰를 보면 흥미롭고요. 한편 워크숍은 제품을 우리의 의도대로 마디마디 분절해서 더 깊숙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워크숍에서 이루어지는,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는 저희가 제품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씨드키퍼의 제품은 늘 스토리텔링을 동반하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곁들여졌을 때 고객분들의 반응이 180도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어요. 효율과는 거리가 멀지만, 굉장히 짜릿한 순간이에요. 그분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해졌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워크숍 이외에 연희동 스튜디오에서 상시로 경험을 나누는 일들도 이어지게 될까요?
송다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오픈 스튜디오’가 아닌 늘 열려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하지만 공간을 누구나 언제든지 방문 가능한 상태로 꾸준히 운영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할 여력이 되지 않아서 봄과 가을, 식물을 키우기 가장 좋은 계절에만 잠깐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길게 열어둘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올봄에는 이사와 맞물려서인지 오픈 스튜디오가 없었네요.
문혜성 연희동 스튜디오를 잘 오픈해서 더 많은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런 관계가 긴 호흡으로 이어져 나가길 바라요. 어떻게 씨앗생활을 하고 계시는지, 어린 식물을 돌보는 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득 처음 씨드키퍼를 시작할 때 씨앗으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거라고 예상하셨는지 궁금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던 건 그만큼 계산보다 실행이 앞섰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씨앗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자기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모든 재료가 들어있는 씨앗키트를 만들자!’라는 단편적인 생각이었는데, 브랜드로서 씨앗의 매력을 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알리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새 지금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된 거예요. 처음엔 당연히 상상하지 못했죠. 언젠가 씨드키퍼가 멈추는 날이 온다면, 이제껏 적어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이상 못한다는 사실을 아쉬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각각 담당하고 계신 역할처럼 씨앗생활과 앞으로 씨드키퍼라는 브랜드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들려주세요.
문혜성 저희는 요즘 한참 씨앗을 심고, 어린 식물들을 길러내는 중입니다. 겨우내 조용했던 스튜디오가 복작복작해진 느낌이에요. 소리 없는 식물이라도 직접 길러 보시면 나의 공간을 채워주는 존재감을 여실히 느끼실 거예요. 연둣빛 잎, 아직 가느다란 줄기, 그럼에도 제법 다 큰 식물처럼 오밀조밀 모든 기관을 갖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데요. 한 번쯤 꼭 씨앗부터 어린 생명을 길러내는 경험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상상했던 것보다 삶에 더 큰 변화가 찾아올 수 있어요.
송다혜 이래저래 씨앗만 생각하면서 지내다 보니, 싹을 틔우는 것 외에 다른 씨앗의 면면들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까도 까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건 양파만이 아니더라고요. (웃음) 씨앗을 심고 키우는 매력을 알릴 수 있다면 가드닝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더 큰 범주로 제품을 확장하고 싶어요. 저희는 신제품을 낼 때 고민이 많은 편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예민한 진심을 담아 좋은 제품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