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중심부에 문을 연 프랑스 최대 규모 사우나, 상 로크
절제와 대비의 미학으로 완성한 웰니스 공간
2026년 웰니스 트렌드로 사우나가 부상한 가운데, 파리 1구에 열 치료 기반의 웰니스 공간 ‘상 로크(Sant Roch)’가 문을 열었다. 퓨처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이곳은 고온 사우나와 저온 풀을 오가는 ‘대비 요법’을 통해 신체 회복을 돕는다. 고대 로마 목욕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극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2026년 웰니스 트렌드의 중심 키워드로 떠오른 ‘사우나’. 면역력과 노화 방지에 대한 관심, 디지털 피로에 대한 반작용이 맞물리며 전 세계인의 회복 리추얼로 각광받게 되었다. 프라이빗 세신 숍부터 사교의 장으로 확장된 소셜 사우나까지, 그 형태와 방식 역시 다양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3월 문을 연 상 로크(Sant Roch)는 파리의 새로운 웰니스 데스티네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리 1구, 튈르리 정원 맞은편에 자리한 상 로크는 ‘대비 요법(contrast therapy)’을 기반으로 한 공간이다. 대비 요법이란 높은 온도와 극저온 상태를 오가는 열 치료법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의 회복을 돕는 방식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 약 400㎡ 규모의 공간에는 80~90℃의 대형 사우나와 3~8℃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 플런지 풀이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은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가는 열 치료의 리듬 속에서 신체 감각을 재정렬하고, 점진적인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고대 로마 목욕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상 로크는 따뜻한 목재와 어두운 석재, 절제된 빛이 대비를 이룬다. 여기에 예술적으로 연출된 조명과 사운드, 향을 더해 공감각적인 럭셔리를 구현했다. 이동 동선에 따라 극적인 감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이곳을 디자인한 퓨처스튜디오(Futurestudi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리 맥퀘이드 미첼(Ali McQuaid Mitchell)에게 상 로크가 제안하는 공간 경험에 관해 들어봤다.
Interview
알리 맥퀘이드 미첼 퓨처스튜디오 디렉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설계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특별히 강조한 요소가 있다면?
이곳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줄스 부스카텔(Jules Bouscatel)과 클로에 부스카텔(Chloé Bouscatel) 부부가 설립했다. 피트니스 그룹 먼데이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며 프랑스 전반에 새로운 운동 문화를 확장해온 인물들이다. 클라이언트 부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었다. ‘안정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어딘가로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파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공간을 원했다. 설계 초기부터 ‘리추얼(ritual)’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었으며, 공간을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몸과 감각이 천천히 전환되는 과정을 담는 데 집중했다. 보다 느리고, 의도적이며, 깊이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캐나다, 미국 등에서 여러 웰니스 공간을 지속적으로 설계해왔다. 이러한 경험이 상 로크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양한 웰니스 공간을 설계해온 경험은 사람들이 열 기반 공간을 어떻게 이동하고,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쌓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절제’에 더욱 집중했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시각적 요소를 덜어내는 대신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방문객이 공간을 이동하며 어떤 감각적 전환을 경험하길 기대했나?
우리는 ‘순서와 대비’라는 구조적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이를 절제된 현대적 재료와 디테일로 번역해 보다 간결하고 동시대적인 공간으로 풀어냈다. 공간은 두 개 층으로 구성되며, 점진적으로 긴장이 완화되는 흐름을 따른다. 보다 사회적이고 활기 있는 영역에서 시작해, 점차 조용하고 내면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각각의 전환 지점에서는 빛과 재료, 음향이 미묘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지되기보다 먼저 몸으로 감각되도록 의도했다. 방문객이 이 공간에서 자신과 타인과 다시 연결되었다는 감각, 그리고 속도를 늦추었다는 느낌을 얻기를 바란다. 이곳이 방문하는 장소를 넘어, 하루의 나머지 시간에도 여운으로 남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목재를 비롯한 자연적 소재가 두드러진다. 재료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과 철학을 적용했는지 궁금하다.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으며, 촉각적으로 매력적인 재료에 끌렸다. 과도하게 가공되거나 인위적인 느낌의 소재는 배제했다. 목재는 공간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더하는 동시에, 보다 묵직한 구조적 요소들과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재료를 통해 시각적인 인상뿐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까지 함께 설계하고자 했다.
온도 변화 큰 공간에서는 재료의 물성과 촉감을 어떻게 고려했나.
항상 내구성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료는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동시에, 사람에게 어떤 감각을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물과 온도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영역에서는, 적절한 재료를 정확한 위치에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했다. 낮고 간접적인 광원을 사용해 깊이와 그림자를 만들고, 공간이 보다 친밀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사람을 직접 비추기보다 ‘행위’를 비추는 방식을 택해, 사용자가 보다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의 숨은 디테일을 꼽는다면?
곳곳에 숨겨진 조명. 코브 조명과 천장 구조 안에 삽입된 선형 조명, 그리고 브론즈 미러를 활용해 빛이 부드럽게 반사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빛이 퍼지며, 깊이감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향후 웰니스 공간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 보나.
웰니스 디자인은 점점 더 ‘의도된 경험’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미적인 공간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과 감정을 형성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공간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보다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