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현대미술의 새로운 성지, 쿤스트실로

최고의 북유럽 현대미술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술관 쿤스트실로(Kunstsilo)가 지난 5월 베일을 벗었다.

북유럽 현대미술의 새로운 성지, 쿤스트실로

노르웨이 남부 도시 크리스티안산에 자리한 쿤스트실로는 노르웨이의 기능주의 건축가 아르네 코르스코(Arne Korsmo)와 스베레 오슬란(Sverre Aasland)이 1935년에 완공한 곡물 저장고를 리뉴얼한 것으로, 건물 중앙에 1만 5000톤의 곡물을 보관하던 30개의 사일로가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2016년 국제 공모전 당선으로 리뉴얼을 담당하게 된 메스트레스 보게Mestres Wåge 건축과 MX_SI 건축 스튜디오는 37m 높이의 구조물 내부를 깎아 높이가 21m에 달하는 웅장한 바실리카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Alan Williams
쿤스트실로. 당초 2020년 완공 계획이었지만 4년을 더 기다린 끝에 올해 개관하게 됐다. ©Alan Williams

또한 오래된 콘크리트에 남은 과거의 흔적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거친 표면의 낡은 회색 벽을 그대로 노출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미술관은 3개 층에 걸쳐 총 25개 갤러리로 구성했다. 총 3300㎡ 규모의 갤러리 공간에는 191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전역에서 모은 아티스트 300여 명의
작품 5500점 이상을 전시하고 있다.

©Alan Williams
보수 작업을 거치지 않아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인테리어. ©Alan Williams

이처럼 방대한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티안산 출신의 노르웨이 금융계 재벌이자 세계 최대 ‘북유럽 예술’ 컬렉터인 니콜라이 탕겐(Nicolai Tangen)이 30년 넘게 모은 현대 노르딕 예술 컬렉션을 기증한 덕분이다. 한편 2층에는 젊은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프로젝션을 사용하는 디지털 갤러리도 조성했다. 사일로를 배경으로 야외 예술 작품을 설치한 4층과 테라스로 둘러싸인 옥상 바 또한 해양 도시 특유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개관전으로 기획한 〈북부의 열정(Passions of the North)〉에서는 역동적인 진화를 거쳐온 북유럽 예술의 여정을 만날 수 있다.

2층에 자리한 디지털 갤러리. ©Alan Williams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2호(2024.06)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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