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DDP디자인페어소상공인과 디자이너의 두 번째 만남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문 비즈니스 행사인 ‘2020 DDP디자인페어’가 2020 서울디자인위크 기간에 맞춰 11월 20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문 비즈니스 행사인 ‘2020 DDP디자인페어’가 2020 서울디자인위크 기간에 맞춰 11월 20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반가운 디자인 페어가 오랜 기다림 끝에 방구석 1열 앞에서 열린 것. 서울디자인재단은 2015년부터 5년간 진행해온 ‘을지로, 라이트웨이’를 비롯해 ‘동대문 스타일페스타’, ‘동대문 DDP디자인마켓’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도심의 제조 산업 및 디자인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2019년 이를 통합, 확장해 디자이너·소상공인들의 ‘론칭 디자인 비즈니스 페어’를 선보였다. 지난해 열린 첫 번째 페어는 조명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전시했다. 그리고 올해는 분야를 확장해 가구, 리빙 제품도 함께 개발해 국내의 론칭 디자인 전문 페어로서 다양한 분야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선보인다. 이번 페어의 주제는 ‘가능성이 현실로’이며 98명(팀)의 디자이너와 61명(팀)의 소상공인이 참여해 약 103종의 제품을 제안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전시는 연중 상시 오픈한다. 2021년의 트렌드를 제안하는 론칭 제품은 물론 SNS 채널에 공개하는 메이킹 스토리 영상을 통해 디자이너의 철학과 소상공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발상과 실험을 거쳐 탄생한 약 103종의 제품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달라질 기술과 일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월간 〈디자인〉은 이 중 5개 제품을 소개한다. 완성도 높은 제품, 새로운 탐험을 마친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의 협업에 관한 소감을 통해 온라인 관람 전 두 번째 페어를 미리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수 제품은 양산 지원을 통해 DDP스토어에서도 판매할 예정으로, 추후 만나볼 실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ddpdesignfair-ex.or.kr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
일시
2020년 11월 20일~연중 오픈
웹사이트
ddpdesignfair.or.kr(매칭)
ddpdesignfair-ex.or.kr(전시)
솔리드 피겨 테이블Solid Figure Table
에이스임업×왕현민
건축 인테리어 자재 기업인 에이스임업과 디자이너 왕현민은 상판과 다리 모두 합판을 길게 잘라 마구리 선이 상판 위아래에 보이도록 접합한 테이블을 선보였다. 2개의 다리는 수직으로 엇갈리게 디자인해 독특한 멋을 더했다.
하상엽
에이스임업 대표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국내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는 디자인이나 패턴으로 테이블을 제작하며 그중에서도 ‘패션 패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작 가능하다. 이번 협업으로 같은 소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느꼈다. 기존 틀을 깨고 제품의 질을 높인 경험은 앞으로 신제품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왕현민
디자이너
“그동안 자작나무 합판을 많이 썼는데 이번에 협업한 에이스임업도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자작나무 합판 테이블로 귀결됐다. 속을 비우거나 적은 양의 재료를 사용해 가볍지만 견고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데, 이번 협업에서는 에이스임업에서 만든 상판의 견고함에 어울리는 묵직한 테이블의 느낌을 내기 위해 속을 채우는 방식을 시도했다. 많은 양의 재료를 쓰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물리적인 부분에 대한 도전이 있었지만 혼자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에이스임업에서 채워줬다. 그 결과 상판과 다리의 디테일이 서로 어우러지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판 스툴
게릴라즈×STUFF
코리빙 하우스 프롭테크 스타트업 게릴라즈가 6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스튜디오 스터프와 뭉쳤다. 이들은 폐비닐 장판-업사이클링 스툴을 제작했다. 이 스툴은 도심의 폐업하거나 낙후된 숙박 시설을 공동주택으로 재생시키는 ‘게릴라하우스’에 설치된다. 1인용 가구로 제작한 스툴은 모듈러 형태로 제작해 다인용 가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염정업
게릴라즈 대표
“다른 공동주택과는 차별화된, 게릴라즈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통해 입주자들이 단기간 머물더라도 ‘내 집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페어 참여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협업으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건설 폐자재를 재생 가능한 다양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 점을 늘 고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윤정현
STUFF스터프 공동 대표
“이번 협업은 게릴라즈의 활동에서 힌트를 얻어 버려진 재료의 가치를 찾아 재생산해보자는 데에서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바닥 마감재인 장판 새활용upcycling에 초점을 맞춰 스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툴은 기본적으로 1인 가구지만 사람들이 모여 다인多人 평상이 되고 이로 인해 커뮤니티가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한옥에 사용했던 폐목재를 좌판과 밑판으로 활용하고 그 사이를 목봉틀로 고정한 후 폐장판을 엮었다. 비닐의 물성이 노출되도록 장판의 인장력을 구조에 반영했고 나무 무늬의 장식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패턴을 구상했다. 이 장판 스툴의 작은 제스처가 ‘게릴라즈’ 공간 이용자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한다.”
철제 공고상
탐킨×스튜디오 고정호
철제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탐킨과 디자인 회사인 스튜디오 고정호가 만나 1인 가구를 위한 조립 가구를 제작했다. ‘철제 공고상’은 소반을 금속으로 변환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품이다. 용접이 아닌 폴딩 방식과 나사를 이용해 제작해 조립과 분해가 손쉽다.
고정호
스튜디오 고정호 대표
“철제 조립형 가구는 탐킨의 제품 라인이 이미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쉬웠다. ‘철제 조립’이라는 기본 구조에 기존 제품과 다른 ‘이야기’가 중요했다. 선반은 한강 교각의 구조를 통해 한강이 지닌 역동성까지 표현해 소비자 타깃인 20~30대의 젊음을 녹여내고자 했다. 나무가 아닌 금속으로 소반을 제작한 것은 형태와 소재의 만남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은 시도다. 추후 탐킨의 온라인 판매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특히 각 부분이 맞닿는 지점의 각도와 접합 방식에 신경 썼다. 새로운 소통의 경험을 제공해준 DDP디자인페어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양준
탐킨 실장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생산 설비로 국내 스틸 퍼니처업계를 이끌어왔다. 대형 기업이 가진 기술력으로 예전에는 생산이 불가능했던 형태를 만들 수 있고, 대량생산으로 합리적인 가격도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가구를 생산해보고자 매칭에 참여했다. ‘1인 가구’라는 키워드로 기존 철제 조립 가구 라인을 풍성하게 해줄 새로운 스타일의 가구를 제작하게 되어 기쁘다.”
웨이트 라이트Weight Light
황덕기술단×신봉건
조명 제조 기업 황덕기술단과 디자이너 신봉건은 경쾌한 디자인과 기능의 테이블 조명을 선보였다. 막대형 조명은 그 위에 놓인 묵직한 구를 이리절리 굴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소재는 플라스틱, 메탈, 나무 등 다양하게 사용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전선은 조명과 동일한 색으로 통일했는데 다른 색과의 조합도 가능하다.
신봉건
디자이너
“황덕기술단의 높은 양산 의지와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디자인을 조화시키는 것이 이번 협업의 주안점이었다. 미적, 구조적, 현실적, 경제적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데 대한 고민이 컸다. 특히 조명은 단순히 빛을 켜고 끄는 장치라는 것을 감안, 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모두 상상하며 빛이 없을 때도 오브제가 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이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결과물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지만 협업으로 기술적인 합을 맞추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작업이었다.”
권태훈
황덕기술단 대표
“2016년부터 리테일 조명 브랜드 ‘라잇나우’를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의 조명 상품을 판매하면서 리빙 조명 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는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보다 제품의 질과 브랜드, 디자인 스토리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정 제품 안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기존 사고의 틀에 갇혀 생각을 넓히지 못하는데 신봉건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무 경험을 얻었다.”
토목土木
온빚도예공방×에이오트
온빚도예공방과 목재 가구 제조 기업 에이오트는 각각 도자와 나무를 이용해 화병, 캔들 홀더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4 in 1’ 다기능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했다. 흙으로 빚은 아치 위로 나무 조각이 탑처럼 쌓이며 꽃, 티라이트, 테이퍼 캔들, 인센스를 거치할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고요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의식 하나를 더해볼 수 있다.
강혜련
온빚도예공방 대표
“평소 기능적인 도자에 감각적 디자인을 더해 일상생활에서 오래 사용하고 싶은 도자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제품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간 익숙한 방식으로 도자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표준화와 양산을 염두에 둔 슬립 캐스팅 기법을 사용했다. 디자인 시안에서 실물로 접근하며 발생하는 변수와 문제점을 해결하며 더욱 향상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
장현진
에이오트 대표
“기본적으로 끌이나 톱 등의 공구를 이용하는 목공과 달리 특별한 공구 없이 손의 감각으로 자유로운 곡선을 만들 수 있는 도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페어에서 협업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제품은 ‘나무는 흙에서 자라고 흙은 나무를 세운다’를 콘셉트로 서로 어우러지며 존재하는 흙과 나무의 관계를 제품에 담고자 했다. 각각의 홀더를 적층해 나무가 흙에서 자라는 형상을 만들기 위해 도자와 나무, 나무와 나무의 조립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했다. 새로 관심을 가지게 된 옻칠이나 단청을 참고해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홀더를 만들 계획이다.”
글 배우리 객원 기자
담당 오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