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올림픽 대표팀 의상 디자인

2024 파리올림픽 프랑스 대표팀 단복과 유니폼 디자인 스토리, 'Chic' 'Elegant' 'Bright'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올림픽 대표팀 의상 디자인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4월 17일, 개최국인 파리올림픽 및 패럴림픽 선수들이 개막식에서 착용할 의상이 공개됐다. 역대 올림픽 의상 디자인 중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수석 매니저 브리스 구아트(Brice Guyart)가 “뛰어난 성능만큼이나 궁극적으로 우아한 의상이 필요했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 선수의 체형에 맞게 의상을 구성함과 동시에 우아함을 겸비한 컬렉션이 완성된 것. 예부터 패션을 통해 무미건조한 현실에 특별함을 더하고, 우아함에 높은 가치를 두던 프랑스인들 다운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행보다. 무엇보다 의복의 최종 목적이 ‘아름다움’이라는 프랑스 사람들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든 프랑스 대표팀 의상을 살펴보자.

프랑스 대표팀이 개막식에서 입게 단복 의상 디자인은 누가?

이번 2024 파리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에게 프랑스의 미적인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선사하기 위해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는데, 여기에 프랑스 명품 그룹 LVMH가 힘을 합쳤다. 2024 파리올림픽에 전방위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프랑스 최대 후원사로 나선 것이다. LVMH 그룹 산하에 있는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이 각각 2023년 프랑스 럭비 월드컵, 파리 생제르맹 축구단 단복을 후원한 적은 있지만 LVMH 그룹 차원에서 올림픽을 후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쇼메가 디자인한 2024 파리 올림픽 메달과 루이비통이 디자인한 메달&성화봉 트렁크 ⓒLVMH

LVMH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는 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메달과 성화봉 트렁크를 제작했다. 이에 뒤이어 2024 파리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프랑스 선수들과 코치들이 착용할 의상 디자인은 1895년 파리에 설립되어 4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온 프랑스 남성 명품 브랜드 벨루티(Berluti)가 맡았다. 벨루티는 1993년 LVMH 그룹이 인수하면서 국제적으로 명품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이어가는 중으로, 높은 수준의 장인 정신과 스포츠의 완벽한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1,500벌의 프랑스 대표팀 의상 제작을 위해 장인 180명이 총동원되었고 턱시도, 셔츠, 벨트, 스카프, 포켓 스퀘어, 신발 등이 모든 선수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LVMH

2023년 7월 처음 대표님의 단복 제작 요청을 받은 벨루티 이사 필리유는 최종 진행이 결정되자마자 패션 디자이너이자 보그(Vogue) 편집장인 카린 로이펠트(Carine Roitfeld)에게 연락했다. 벨루티는 남성복을 만드는 패션 하우스인 만큼 남녀 선수들의 단복 제작에 앞서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카린 로이펠트의 지휘 아래 수개월 동안 파리 2024 조직 위원회, 프랑스 올림픽 및 스포츠 위원회, 프랑스 패럴림픽 및 스포츠 위원회와 함께 선수들의 경험을 수집하고 유니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스타일·우아함·유연성·편안함 이 네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의상이 탄생했는데, 프랑스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선수들의 야망에 걸맞은 진취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LVMH

모든 의상은 프랑스 본사에서 디자인하고, 유럽 내에만 공급되는 원단을 사용해 이탈리아 아틀리에에서 제작했다. 의상 품질과 마감은 벨루티 자사의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며, 또한 선수들의 다양한 체형을 고려해 모든 선수가 자신만의 완벽한 핏을 가질 수 있도록 3XS부터 6XL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한다. 남자 선수들은 턱시도 재킷과 팬츠, 여자 선수들은 슬리브리스 턱시도 재킷과 하의는 트임이 있는 바지 또는 우아한 실크 랩 어라운드 스커트 중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1,500벌을 제작하기 위해 7 킬로미터 이상 길이의 원단과 96 킬로미터 이상의 스티치가 사용되었다고.

“이번 단복 깃에 들어간 광택의 색상은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고,
가죽보다 섬유 작업에서는 훨씬 더 복잡해집니다.
조화롭고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 균일성을 찾아야 했고,
색상이 번지지 않으면서도 돋보여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어요.
정말 복잡한 기술적인 도전이었지만 결과물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벨루티 필리유 이사

2024 파리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위해 디자인된 이 턱시도는 우아한 미드나잇 블루 울 소재로 제작되어 의전적 느낌이 물씬 풍겨진다. 재킷에는 프랑스 국기 파티나에서 영감을 받아 모티브가 돋보이는 숄 칼라 블루와 레드가 사용되었다. 유니폼 중에서도 메인인 턱시도 재킷은 슬리브리스 버전으로도 제작되었다. 또한 남자 선수들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네이비블루 컬러의 벨루티 섀도우 트레이닝화를, 여자 선수들과 코치진은 로렌조 가죽 로퍼를 착용한다. 디자인 팀은 최종 디자인을 위해 300개 이상의 3D 모델 중 최종 2개 모델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벨루티답게 스니커즈 한 켤레에 384,000번의 바느질이 들어간다고.


프랑스 대표팀 경기 유니폼 디자인은 누가?

ⓒLE COQ SPORTIF

프랑스 대표단이 실제 경기에서 입게 될 유니폼 디자인은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맡았다. 르꼬끄 역시 프랑스에서 1882년 시작된 유서 깊은 패션 브랜드로 스포츠에 특화된 의상과 신발, 용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다. 최고의 품질과 뛰어난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 유니폼을 완벽한 걸작으로 탄생시켰다. 199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유니폼이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지니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프랑스 선수단 유니폼 수석 디자이너 스테판 애쉬풀 ⓒLE COQ SPORTIF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프랑스 선수단의 유니폼을 제작하기 위해 스트리트 브랜드 피갈(Pigalle)의 창립자 스테판 애쉬풀(Sthephan Ashpool)을 예술 감독 겸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했다. 애쉬풀은 훈련 및 경기 유니폼은 물론 메달 시상식, 미디어 인터뷰 등 공식 행사용 의상을 포함해 4,000명의 프랑스 선수단이 입게 될 모든 의류의 디자인을 감독했다. 그는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국가를 반영하기 위해 색상과 언어를 혼합하고 삼색기를 재해석한 선수들의 다문화주의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약 2년의 개발 끝에 프랑스 선수단 유니폼을 공개했다. 560명의 올림픽 선수들과 280여 명의 패럴림픽 선수들, 그리고 약 2,400명의 코치와 선수단 지원 스태프들이 착용할 의류, 신발, 액세서리가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40개 올림픽 종목과 24개 패럴림픽 종목을 위한 맞춤형 디자인을 개발했으며 총 15만 벌의 의류가 제공될 예정.

애쉬풀이 이 일을 맡은 후 가장 처음 한 일은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을 만나 이상적인 올림픽 디자인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일이었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멋있고, 신선하게 보이길 바랐”다며 “프랑스인처럼 보이되, 걸어 다니는 국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가 멋져 보인다면 자신감이 높아질 테고 이는 우리의 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프랑스 삼색기를 다양성을 반영하는 부분의 합으로 해석하고 기존의 선명한 흰색을 크림색의 미색으로 변형했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프랑스 대표단의 유니폼 디자인 키워드는 ‘Chic’ ‘Elegant’ ‘Bright’ 그 자체로 완성되었다.

ⓒLE COQ SPORTIF

특히, 애쉬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모든 제품을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모로코와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품은 로밀리 쉬르 센(Romilly-sur-Seine)에 위치한 르꼬끄 스포르티브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특히 프랑스 유도 대표팀이 착용하는 유도복은 역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직조한 원단으로 제작돼 프랑스에서 완성될 예정으로 이는 일본 스포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종목의 유니폼을 제작하는 탓에 제작이 완료된 유니폼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제작이 한창인 유니폼도 있다고.

뿐만 아니라 애쉬풀은 모든 스포츠의 각기 다른 기술적 부분과 문화 특성을 존중하기 위해 사례별로 접근한 다음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그중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크댄스(2024 파리올림픽 신규 종목)의 경우 선수의 수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종목은 반맞춤형으로 제작을 진행되었고, 반면 리듬체조나 피겨 스케이팅처럼 표현이 많은 스포츠는 장식과 외형 디자인에 중점을 둘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다가오는 7월 26일부터 개최되는 제33회 파리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나라의 대표단 유니폼이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는 현재, 개최국답게 프랑스인의 디자인 헤리티지와 정신을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 결과물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매번 스포츠 시즌이 돌아오면 사람들의 시선은 선수의 유니폼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디자이너의 가치관과 디자인이 지향하는 지점이 분명할 때 결과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각국의 유니폼 제작 관계자들에게 이번 프랑스 대표단 의상 디자인이 좋은 자극이 되어 보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유니폼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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