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나스 엑스가 선택한 유튜브 뮤직 아트 디렉터, 김민관
'음악'과 '문자', 그리고 '디자인'. 세 가지 요소의 접점을 찾는 사람. 디자인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민관 디자이너.
유튜브 뮤직에서 아티스트가 더욱더 빛나고, 사용자가 음악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 비주얼 시스템을 구축하는 아트 디렉터 김민관. 공간 디자이너를 꿈꾸던 아이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성별, 국가, 나이, 인종의 구분 없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하겠다는 굳은 다짐에도 ‘좋은 디자인’을 쫓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인간은 수없이 많은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다음 성장한다고 했던가.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나이키, 2×4, Something Special Studio 등 글로벌 기업과 크고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연습과 실수, 시행착오를 마주해야만 했던 시간. 그 속에서 김민관은 다음 챕터를 펼칠 힌트를 얻어왔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 유튜브 뮤직 유저들은 매일 그의 디자인 속에서 아티스트 그리고 음악과 조우한다.
Interview with
김민관 Minkwan Kim 구글 유튜브 뮤직 아트 디렉터
유튜브 뮤직 아트 디렉터의 일
현재 민관님이 소속된 팀과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 브랜드팀에서 풀타임 프리랜스 아트 디렉터로 재직 중입니다. 브랜드팀은 UX 디자인 부서에 소속되어 있고 UI/UX 디자이너, 엔지니어, 리서처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브랜드팀은 저 포함 두 명뿐이라 제가 비주얼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애니메이션, 아트 디렉션까지 다양한 작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 아트 디렉터는 플랫폼 내에서 전반적으로 어떠한 영역을 책임지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시스템 구축과 비주얼 디자인, UI/UX 디자인 등 유튜브 뮤직의 전반적인 아트 디렉션을 맡고 있습니다. 모든 작업을 할 때는 유튜브 뮤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중 한 예로, 유튜브 뮤직을 처음 실행할 때 로그인 전 나타나는 유튜브 뮤직 광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유튜브 뮤직의 장점인 방대한 뮤직 소스를 강조하기 위해 몰입감 있는 디자인부터 애니메이션을 총괄했던 프로젝트였죠.
유튜브 뮤직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예요.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유튜브 뮤직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어떤 디자인 방향을 추구하나요?
유튜브 뮤직의 최대 장점은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방대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하고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서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아티스트가 최대한 빛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예요. 아티스트가 빛나지 못하면 음악 플랫폼은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디자인 자체가 화려하게 빛나는 것보다 아티스트에게 집중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이용자가 음악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 관련 비주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디자인의 목표입니다.
지난해 민관님이 설계한 ‘YouTube Music Recap 2022’ 서비스 디자인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브랜드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을 했어요.
보통 저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콘셉트 회의부터 시작하는데요. 회의 중 한 팀원이 MBTI를 이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MBTI가 한창 뜨거운 주제였거든요. 모든 이용자가 마지막 Recap 경험에서 자신의 ‘음악적 MBTI’를 알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던 거죠. 이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정교한 디테일을 살리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려 했고, 베를린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베네딕트 러프트(Benedikt Luft)와 협업했어요.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컬러와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마케팅을 위한 빌보드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또한, 구글 포토팀과 협업해 Recap 경험의 일환으로 포토카드를 만들어 유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어요.
프라이드의 달,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 등 다양한 순간을 위한 브랜드 시각언어를 만들 때는 각 문화에서 디자인 소스를 찾으실 텐데 주로 어떠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영감의 소스는 다양하지만 주로 그 문화의 역사 속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해요. 시각 언어를 디자인할 때는 타이포그래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그게 안 되면 아트 디렉션 측면에서 접근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언제 처음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나요?
어린 시절의 꿈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어요. TV에서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집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을 꾸곤 했죠. 그러다 중고등학교 시절 난생처음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면서 그래픽 디자인 관련 뮤지엄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건축, 가구 등 다양한 방면의 뮤지엄을 방문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영감을 받으려 했어요. 그 과정에서 시각적인 감각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약 10년 전쯤 뉴욕으로 여행을 갔었어요. 사실 그전에는 유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여행하는 동안 많은 영감을 받아 뉴욕에서 공부하고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터라 뉴욕 시각 예술 학교로 편입을 했고 한국에서의 대학 전공이 그래픽 디자인과 거리가 멀지 않았던 터라 2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었어요.
뉴욕 시각 예술 학교(School of Visual Arts, SVA)에서 그래픽 아트(BFA in Graphic/Interaction Design)를 전공했습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정말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매 수업마다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이 큰 자양분이 되어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또 저희 학교 특성상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현업에서 활약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테크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부터 펜타그램(Pentagram), 세그마이스터&월시(Sagmeister & Walsh), 콜린스(Collins)와 같은 유명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 현재 필드에서 요구하는 스킬이나 지식을 배울 수 있어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방학 기간에는 쉬지 않고 인턴십도 했고, 뉴욕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 워크숍, 세미나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영감도 많이 받을 수 있었고요.
졸업 전 논문 프로젝트로 진행한 브랜딩 작업도 꽤나 흥미롭더라고요.
‘Bolt’의 경우 미국에서 전자기기가 고장 나면 수리하는 일이 한국에 비해 번거롭다는 점을 살려 이를 해결해 주는 스타트업 브랜딩 프로젝트였어요. 기본적으로 고치고 수리하는 서비스에 집중한 앱이라 볼트와 나사를 응용한 폰트를 디자인하면 고객들과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를 바탕으로 브랜딩, 앱 디자인, 웹사이트 제작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Sukiyabashi Jiro Newyork’은 펜타그램에서 진행된 브랜딩 수업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주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의 꿈(Jiro Dreams of Sushi)>를 보고 ‘지로 뉴욕’이라는 일식당을 브랜딩 하는 것이었어요. 본인의 스시 스킬이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 지로 스시 장인이 매일 자신의 기술을 수련하며 점차 기술을 발전시키는 다큐멘터리 장면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고, 브랜딩의 관점에서 그가 운영하는 일식당은 대중들의 시선에 장인이 완벽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게슈탈트(Gestalt)의 폐쇄성 법칙(Law of Closure)을 적용해 닫혀있지 않은 모형도 완벽한 도형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응용하여 콘셉트를 구체화했고 장인의 무드를 전달하기 위해 섬세하고 뮤트 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하여 브랜딩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나이키 인턴십을 시작해 정규직까지 근무를 했죠.
나이키는 꿈의 회사 중 한 곳이었어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디지털 디자인 부서의 ‘SNKRS브랜드 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었는데 이곳에서는 나이키의 스니커즈에 관련 콘텐츠와 브랜드를 디자인했어요. 일하는 환경이나 작업 콘텐츠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좋아하는 스튜디오와 협업할 기회가 많았고, 스니커즈의 발매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 여러모로 좋았었고요.(웃음) 스니커헤드였던 저에겐 꿈만 같은 직장이었죠. 나이키에 다니는 동안에는 SNKRS 앱에 들어가는 짧은 애니메이션이나 작은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었어요. 그러다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디자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보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나이키를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나이키를 퇴사한 후 구글에 오기 전까지 2×4, Something Special Studio 등 여러 회사를 거쳤습니다.
나이키 퇴사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큰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 시간 동안 전통적인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스킬, 작업을 보는 눈을 훈련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 시간 속에서 저에게 중요했던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디자이너를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분이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포스팅을 보게 됐어요. 그 기회를 잡은 덕분에 현재 구글에 있게 되었네요.(웃음)
릴 나스 엑스가 선택한 디자이너
지난해에는 민관 님에게 굉장히 뜻깊은 프로젝트가 있었죠. 2021년에 진행한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뮤직비디오 작업에 이어 다시 한번 그의 콘서트 디자인까지 진행했어요.
2021년 발매된 릴 나스의 ‘Tales of Dominica’의 뮤직비디오 타이틀 카드 디자인을 맡았던 게 계기가 되어 그의 콘서트 디자인까지 작업하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당시 앨범의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했었어요. 뮤직비디오가 성공적인 반응을 얻은 뒤, 아티스트 팀 측으로부터 릴 나스 엑스의 첫 번째 콘서트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도 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진행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에요.
이날 콘서트장은 김민관 디자이너의 디자인으로 물들었다. ⓒMinkwan Kim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저에게 주는 의미가 컸던 이유는 빌보드에서 역사상 가장 1위를 오래한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디자인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콘서트 투어 일정이 북미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까지 진행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에게 제 디자인이 노출된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죠. 콘서트 아이덴티티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했어요. ‘Tales of Dominica’의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에 릴 나스 엑스의 고유한 브랜드 요소와 종교적인 신념을 담은 파란 하늘과 황금을 조합해서 콘서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완성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요?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제가 배웠던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다른 부분도 있고 몰랐던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다 보니 지금은 프로젝트를 다양한 관점과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그러한 면에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게 저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아 만족스럽게 생각해요.
‘음악’과 ‘문자’ 그리고 ‘디자인’ 세 요소의 접점을 어떻게 잇는 편인가요?
기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다음 그 노래에 관련된 문화를 조사합니다. 예를 들어, ‘Life After Salem’이라는 곡은 EMO 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EMO 음악이 유행했던 시대의 앨범 커버 이미지나 콘서트 포스터를 참고하여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려고 하죠.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하나의 작업물이 완성됐을 때 대중들은 해당 작업과 음악을 연결지어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오) <Woodkid – Reactor> 타이틀 카드 (2022) ⓒMinkwan Kim
최근 작업 중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가 있었을까요?
최근에 제가 참여한 작업 중 하나는 ‘Reactor’ 뮤직비디오 타이틀 카드와 포스터 디자인이에요. 이 곡은 아티스트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 제작자이자 제 친구인 사드 무사지(Saad Moosajee)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AKIRA>에 등장하는 어두운 미래 느낌을 구현해보기로 한거죠. <AKIRA>의 강렬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곡의 분위기에 맞는 세련된 타이포그래피를 구현하는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타이틀 카드나 포스터를 보면 <AKIRA>와 유사하게 폰트가 엄청 굵고 좁은 형태를 띄고 있어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과 디자인이 곧 감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고요. 애니메이션부터 시작해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포스터까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재밌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음악과 맞닿은 현재의 직업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유튜브 뮤직 아트 디렉터로서 음악과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작업은 제게 큰 보람을 주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분야가 아무래도 문화와 밀접한 부분이 많다 보니 다른 분야보다 창의성에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성장을 위해선 실수도 포용하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훈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라고요.
사실 구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아서 실수를 많이 했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실수를 하면서 배운 것들은 쉽게 잊히지 않고 저의 자산이 되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좋은 디자인 예시들을 보고 눈을 훈련하는 거예요. 이게 좋은 디자인이라면 왜 좋은지, 왜 디자이너가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추측하고 생각해보면 나중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운동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듯이, 디자이너도 좋은 것들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시행착오를 겪고 또 고민하는 절대적 시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타입 디렉터스 클럽(TDC)’에서 어센더스로 선정되어 수상했어요. ‘TDC 어센더스*’는 세계 최고의 포트폴리오 기반 공모전인만큼 수상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뿐만 아니라 릴 나스 엑스 프로젝트로 ‘아트 디렉터스 클럽(ADC)’에서도 수상했죠.
상을 받았을 때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맨 처음 뉴욕 여행에서 유학 결심을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잠시나마 그간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던 좋은 기회였고, 가족 포함 주변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고요. 또 제가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요.
*TDC 어센더스 어워드 : 세계 최고의 포트폴리오 기반 공모전으로, 35세 이하 개인 또는 듀오로 구성된 영감 주는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어워드.
민관 님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이에요. 많은 디자이너가 선호하는 예술적이고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스위스 스타일 디자인도 멋있고 좋지만, 대중이 정말 원하는 것은 명확한 정보를 얻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비주얼과 함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요.
디자인 작업에 영감을 주는 롤모델 혹은 디자이너가 있는지 궁금해요.
때론 가까운 곳에 있는 인물이 많은 영감을 줄 때가 있잖아요. 제 상사 가브리엘라 나미에(Gabriella Namie)의 이야긴데요. 원래도 디자이너이자 동료로서 좋아했지만 그와 함께 작업하다보면 그의 디자인 스킬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통찰력까지 배울 부분이 많다고 느껴요. 제가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죠. 그외에 요즘 눈여겨 보는 스튜디오는 예전부터 정말 좋아하던 ‘Bureau Borsche‘라는 뮌헨 베이스의 스튜디오가 떠오르는데요. 이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거나 언젠간 그런 작업을 해보고싶다 그런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 스튜디오는 제가 하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패션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하거든요. 다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항상 더 새롭고 재밌게 보이는 것 같아요.
요즘 민관 님을 설레고 흥분하게 하는 것은 뭐예요?
최근 새롭게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흥미로워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형식의 프로젝트라 큰 기대를 하는 중이에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공유하고 싶어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해요.
패션 브랜드의 아트 디렉션과 브랜딩을 맡아 진행해보고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패션 브랜드와 제 디자인 스타일이 접목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로서 민관 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목표보다는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작업물을 남기고 싶어요. 제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