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건축·디자인 호텔 5
2026 미쉐린 건축·디자인상 수상작과 최종 후보는?
미쉐린 2026 건축·디자인상의 최종 수상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데저트 록 리조트’가 선정됐다. 올해 미쉐린이 주목한 것은 건축물의 독특한 외형보다 자연과의 조화다. 암석과 계곡, 오래된 도시의 흔적부터 빙하 지형까지,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건축에 녹여낸 최종 후보 5곳을 살펴봤다.

최근 미쉐린은 2026 건축·디자인상 최종 수상작으로 ‘데저트 록 리조트’를 선정했다. 이를 비롯해 최종 후보에 오른 숙박 시설을 살펴보면 주목한 포인트는 하나다. 단순히 존재감이 드러나는 건축보다 자연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주변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공간에 담아냈는지를 중요하게 봤다. 올해 수상한 리조트부터 최종 후보에 오른 다섯 공간을 살펴봤다.
암석과 계곡을 건축으로 끌어들이다, 데저트 록 리조트
기획 레드 시 글로벌(Red Sea Global)
건축 디자인 오펜하임 아키텍처(Oppenheim Architecture)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파올로 페라리(Studio Paolo Ferrari)
조경 디자인 멜크(!melk)
조명 디자인 델타 라이팅 디자인(Delta Lighting Design)

지난 9월 18일, 미쉐린은 건축·디자인상의 최종 수상작으로 데저트 록 리조트(DESERT ROCK RESORT)을 선정했다. 미쉐린은 데저트 록 리조트가 고대 나바테아 문명처럼 주변의 암석을 건축의 토대로 삼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으며 자연 지형과 건축의 조화를 이 리조트의 특징으로 설명했다. 즉, 건축물의 독특한 외형보다 기존 지형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구조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숙박 경험에 주목해 올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데저트 록 리조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홍해 연안에서 추진한 관광 개발 프로젝트 ‘더 레드(The Red Sea)’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이곳은 히자즈 산맥의 화강암 지형과 깊게 팬 계곡이 이어지는 지역으로 험한 자연환경에 리조트가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건축은 오펜하임 아키텍처(Oppenheim Architecture)가 맡았다. 이들은 자연적 특성을 건축의 장애물로 바라보지 않고 기존 환경에서 건축의 형태와 구조를 끌어내는 하나의 요소로 접근했다.



주목할 점은 건축 형태가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울림뿐 아니라 기후에 대응하는 역할을 고려했다. 강한 일사와 고온에 대비해 객실과 공용 공간을 바위틈과 동굴, 그늘진 경사면에 배치한 것. 서늘한 미기후를 활용해 직사광선과 태양열 유입을 줄이는 의도다. 이러한 이유로 낮에는 건축 자체가 자연에 스며들었다면 밤에는 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밤에는 객실과 주요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산 곳곳에 작은 등불처럼 보이도록 계획했다.

인테리어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 파올로 페라리가 맡았는데 핵심은 공간을 이루는 재료에 있다. 외부 암석의 거친 질감과 광물성 색채를 실내까지 이어왔다. 콘크리트, 플라스터, 석회암, 브론즈, 목재 등을 활용해 서로 다른 질감의 조화를 만들어냈으며 여기에 지역 공예와 문화에서 가져온 요소들을 더해 분위기를 배가했다. 모래를 주형으로 사용하는 샌드 캐스트 브론즈(Sand-cast Bronze),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 직물a인 알 사두(Al Sadu)에서 영감받은 러그, 하나의 석재 덩어리처럼 보이는 석회암 표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와 감각을 공간 안에서 경험하도록 한 장치다. 결국 데저트 록은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호텔이 아니라 자연 지형 자체를 건축의 구조와 공간 경험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600년 후통을 되살리다,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 베이징
기획 베이징 톈제 그룹(Beijing Tianjie Group)
인테리어⋅가구 디자인 CCD(Cheng Chung Design)


미쉐린 2026 건축·디자인상 최종 후보에 오른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Mandarin Oriental Qianmen)은 베이징의 600년 된 차오창 후통(Caochang Hutong)을 호텔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포인트는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기보다 기존 후통 골목과 사합원(四合院) 구조를 보존하는 데 있었다. 공간 디자인은 중국 디자인 스튜디오 CCD(Cheng Chung Design)가 맡았다.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중정의 계절 변화를 실내 경험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호텔의 중심이 되는 로비는 들어서는 순간 현대적인 베이징에서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로 전환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위해 중정에는 100년 세월을 간직한 나무 두 그루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객실에는 통유리창을 적용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중정의 풍경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서 세심한 접근도 돋보인다. 전통적인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대적인 가구와 예술 작품을 배치했다.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의 시그니처 부채가 이러한 의도를 잘 보여준다. 중국 현대미술가 쉬빙(Xu Bing)이 디자인한 부채로 영문 알파벳을 한자처럼 보이도록 구성한 그의 스퀘어 워드 캘리그래피(Square Word Calligraphy)를 적용했다. 전통을 상징하는 부채라는 오브제에 현대 중국의 미술 언어를 결합한 것이다. 과거 베이징의 유산과 현대 문화를 연결하려는 호텔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절벽과 풍경의 프레이밍, 더 메이본 리비에라
건축 디자인 빌모트 앤 어소시에이츠(Wilmotte & Associés)
디자인 총괄 미셸 우(Michelle Wu)
조경 디자인 장 뮈스(Jean Mus)


더 메이본 리비에라(The Maybourne Riviera)는 프랑스 로크브륀카프마르탱의 절벽 위에 있던 비스타 팰리스(Vista Palace)를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건축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이끄는 빌모트 앤 어소시에이츠(Wilmotte & Associés)가 담당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가파른 대지에 자리한 건축물을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재구성하는 데 있었다. 이에 건축사무소는 기존 삼각형 건물의 일부만 남기고 사이트 전체를 재편했다. 절벽에는 7개의 유리 볼륨을 암벽에 고정해 바위 사이에서 돌출된 듯한 스위트룸을 구성했다. 빌모트는 설계의 중심을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다. 지중해의 풍경을 하나의 프레임처럼 끌어들이고 실내외의 경계를 흐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내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간다. 머무는 동안 숙박객의 몰입감을 위해 실내에는 손으로 마감한 벽, 곡선형 복도, 맞춤 제작한 가구와 자연 소재의 질감이 살아있는 소재로 마무리했다.

호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조경이다. 장 뮈스(Jean Mus)가 맡은 정원은 지중해 지역의 식생과 향,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오감으로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처럼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이 각각 독립적으로 돋보이기보다 프렌치 리비에라라는 장소와 풍경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한 점이 돋보인다.
빙하가 만든 지형을 건축으로 잇다, 더 린디스
건축 디자인 아키텍처 워크숍(Architecture Workshop)
프로젝트 관리 RCP

더 린디스(The Lindis)는 뉴질랜드 남섬 오마라마 인근 아후리리 밸리(Ahuriri Valley)의 빙하 지형 안에 자리한 로지다. 건축은 크리스토퍼 켈리(Christopher Kelly)가 이끄는 아키텍처 워크숍(Architecture Workshop)이 맡았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약 1만 년 전 빙하가 후퇴하며 만들어진 모레인1이었다. 건축가는 광활한 계곡과 지형에 또 하나의 주름을 더한다는 개념으로 건축을 설계했다. 실제로 메인 로지는 지면에 낮게 자리 잡고 곡선형 지붕을 적용해 산맥과 계곡의 굴곡을 따라 길게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멀리서 보면 건축물 자체가 두드러지기보다 계곡의 지형이 한 번 접혀 올라온 듯 보인다.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은 실내 천장까지 이어진다. 이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사람을 감싸는 보호막처럼 작용한다. 크리스토퍼 켈리는 이 공간이 광활한 알파인 풍경 안에서 난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를 의도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주변 지형과의 연결을 중심에 둔다. 스포티드 검(Spotted Gum) 목재 패널과 블루스톤(Bluestone) 석재를 사용해 계곡의 흙빛과 암석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대형 창은 실내외의 경계를 흐리고 어디서든 아후리리 밸리의 풍경이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로지와 별도로 배치된 미러 글라스 포드(Mirrored Glass Pods) 역시 주변 풍경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세 면을 감싼 반사 유리가 산과 초지의 풍경을 그대로 비추고 내부에서는 넓은 유리면을 통해 계곡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건축의 존재감을 강조하기보다 주변 풍경을 표면에 받아들이며 자연 속에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붉은 암석과 자연을 살린 공간, 어 랜드스케이프 호텔
기획⋅개발 투 시스터 보시스(Two Sister Bosses)
건축 디자인 아술 아키텍츠(ASUL Architects)
로비 건축 디자인 스티븐 톰슨 아키텍트(Stephen Thompson Architect)
조경 디자인 크리잔 어소시에이츠(Krizan Associates)

앰비엔테, 어 랜드스케이프 호텔(Ambiente, A Landscape Hotel)은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위치한 호텔이다. 이 프로젝트는 붉은 암석 지형과 기존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숙박 공간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했다. 객실 설계는 아술 아키텍츠(ASUL Architects)가 주도했다. 이들은 세도나의 기존 지형을 크게 손대지 않기 위해 객실을 지면 위에 띄우는 방식을 택했다. 건물 아래를 기둥으로 받쳐 원래의 경사와 식생, 물길을 최대한 유지한 것. 덕분에 붉은 암석은 물론 국유림을 바라보는 시야도 확보했다.


객실은 단순한 유리 큐브 형태지만 주변 풍경이 잘 보이도록 위치와 방향을 세밀하게 조정해 약 180도의 파노라마 전망을 제공한다. 브론즈 톤 유리는 바깥의 산과 하늘을 반사해 건물이 자연 속에서 덜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실내 역시 컬러와 소재를 절제해 시선이 장식보다 바깥 풍경에 머물도록 했다. 조경에서도 기존 자연환경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이어진다. 부지에는 원래 오래된 자연 수로가 있었는데 호텔은 이를 없애거나 새로 덮는 대신 복원해 리조트 안을 흐르는 수경 요소로 되살렸다. 앰비엔테는 건물 자체가 돋보이기보다 실내외 어느 곳에서든 세도나의 풍경이 주인공이 되도록 한 점이 이곳의 디자인 포인트다.
- 빙하가 이동하거나 녹는 과정에서 운반한 암석과 토사가 쌓여 형성된 지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