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HOME, 켈리 웨어스틀러와 선보인 첫 가구 컬렉션

럭셔리 디자인을 일상으로 옮긴 새로운 시도

지난 9월, H&M HOME이 미국 디자이너 켈리 웨어스틀러와 손잡고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한 첫 가구 협업을 선보였다. 총 29개의 인테리어 제품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모듈형 가구부터 조각적인 장식 오브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H&M HOME, 켈리 웨어스틀러와 선보인 첫 가구 컬렉션

하나의 형태에 머물지 않는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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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HOME은 켈리 웨어스틀러와 협업한 컬렉션을 출시했다. ⓒH&M HOME, Sean Thomas

H&M HOME이 브랜드 최초로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신규 컬렉션을 출시했다. 그동안 패션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자주 선보였지만 리빙 분야의 컬렉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한 켈리 웨어스틀러(Kelly Wearstler)는 미국에서 30여 년간 럭셔리 호텔과 주거 공간, 컬렉터블 디자인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대중적인 디자인보다 특정 공간과 작품 위주로 활동해 왔던 디자이너이기에 이번 컬렉션이 흥미롭다. 컬렉션의 출발점은 ‘일상 속 디자인’이다. 아름다움과 형태, 기능을 중시하는 켈리 웨어스틀러 특유의 대담한 디자인 언어를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풀어낸 것이 포인트.

무엇보다 H&M의 글로벌 배송과 패키징 규격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고 이것이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데 핵심이 되었다. 오히려 창의적으로 접근하면서 컬렉션 콘셉트의 큰 축을 만들었는데, 작은 개별 유닛을 연결해 큰 가구를 만드는 모듈러 시스템이 그 답이 되었다. 하나의 제품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서로 연결하거나 떼어내며 새로운 가구를 만들어낸다. 즉, 가구가 공간의 사용 방식을 미리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여백을 두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습관이나 관계, 생활에 리듬에 따라 배치와 쓰임이 달라지도록 의도한 것. 켈리 웨어스틀러 역시 이번 컬렉션을 ‘어떤 것도 하나의 위치와 형태에 머물지 않는다(Nothing has only one position.)’이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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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가능한 Soluna 라운지 체어와 Ortra 소파 테이블. 사진 출처 Kelly Wearstler 홈페이지

이번 컬렉션은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 소재는 우드, 금속, 대리석, 세라믹, 텍스타일이 중심이 되는데 H&M HOME은 이를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서로 다른 물성의 대비를 통해 하나의 통일된 세트가 아닌, 각 오브제가 개별적인 존재감을 느끼도록 만든 것이 또 다른 디자인의 핵심. 켈리 웨어스틀러는 다양한 지역의 소재와 로컬 워크숍을 활용해 한 공간에서 믹스되었을 때 생기는 질감의 차이와 긴장감에 주목했다. 이러한 대비를 바탕으로 각각의 오브제는 더욱 과감하고 조형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우리는 방 하나 전체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완성도 있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감을 주고 중요한 존재감을 가진 제품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적인 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죠.”

Kelly Wearstler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한 디자인

사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4월 열린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일부 먼저 선보였다. 17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궁전 팔라초 아체르비(Palazzo Acerbi)에서 29개의 컬렉션 제품 중 9개의 대표 오브제를 소개했던 것. H&M HOME과 켈리 웨어스틀러와 모두 밀라노 디자인위크에 처음 참여한 자리라 의미도 남달랐다. 당시에는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기보다 궁전의 각 공간과 가구, 오브제를 함께 연출해 컬렉션이 지닌 분위기와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컬렉션의 메시지가 바로 ‘일상의 의식’, 리추얼이다. 무심코 반복하는 일상의 행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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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해 촬영했다. 사진 출처 Kelly Wearstler 홈페이지

이러한 메시지는 이번 캠페인 촬영에서도 이어진다. 컬렉션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 할리우드 힐스의 한 주택에서 촬영했는데, 29개 아이템이 단독으로 놓였을 때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할 때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므로 실제 주거 공간을 선택했다. 사람이 하루 동안 공간을 어떻게 이동하고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배치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아침에 옷을 고르고 밤에 다시 걸어두는 옷걸이, 잠시 음료를 내려놓는 테이블처럼 하루 동안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중심에 두며 보다 자연스러운 생활의 장면을 담아내고자 했다.

웨어스틀러의 디자인 언어를 풀어낸 오브제들

켈리 웨어스틀러는 이번 컬렉션에서 1970년대 미국의 하이테크 인테리어 디자인 흐름을 대표하는 건축가 앨런 북스바움(Alan Buchsbaum)에게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산업용 소재와 노출된 구조, 팝아트적인 색감과 오브제를 주거 공간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던 디자이너로 그가 공간을 개별 가구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구성으로 바라봤다는 점, 특히 스케일과 색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했다. EMERA 테이블 램프에서 이러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조명의 내부 구조를 감추는 대신 케이지 형태의 프레임을 외부로 드러내 기능적인 구조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컬렉션의 특징을 보여주는 제품이 ORTRA 소파 테이블이다. 곡선형 대리석 상판을 목재 다리가 받치는 구조로 하나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거나 여러 개를 조합해 큰 원형 테이블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대리석과 목재라는 상반된 소재를 사용하고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을 대비시켜 보다 건축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Cyma 베이스는 켈리 웨어스틀러가 이번 컬렉션에서 시도한 착시와 형태의 변형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검은 소나무로 만든 납작한 실루엣으로 정면에서는 평면 그림처럼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입체적인 구조가 드러나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이번 컬렉션은 8개의 레디투웨어 캡슐(Ready-to-Wear capsule) 제품이 포함된다. 총 여섯 가지 실루엣으로 구성했으며 편안함과 정제된 스타일을 오가면서도 켈리 웨어스틀러의 스타일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 구조적이면서도 편안하고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이는 형태는 분명하지만 쓰임과 표현은 유연하게 열어둔 이번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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