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만큼 빛나는 삶의 혜안, 뮤지엄 산 10주년 기념 〈안도 타다오-청춘〉전
뮤지엄 산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안도 타다오- 청춘〉전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세계를 망라한 자리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 기자 간담회 중 한 기자가 노출 콘크리트를 주요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묻자 안도 타다오는 이렇게 답했다. 81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힘이 있었다. 특유의 위트도 여전했다. 뮤지엄 산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안도 타다오- 청춘〉전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세계를 망라한 자리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인스털레이션을 포함해 원본 드로잉, 스케치, 영상과 모형 등 250점을 전시했다. 국제 순회전으로 이미 도쿄, 파리, 밀라노 등지에서 선보이긴 했지만,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뮤지엄 산의 의뢰를 받은 순간을 회상하며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으로부터 ‘이전에 없던 세계 최고의 뮤지엄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외진 곳까지 사람이 올까 의심했지만 클라이언트의 신뢰에 힘입어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결국 매년 20만 명이 찾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타이틀이다. ‘청춘’. 반세기 넘게 활약해온 노장 건축가가 내건 전시 제목이라고 하기에는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이러한 우문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모두 청춘”이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높이 3m의 파란 사과 조형물은 청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은유적으로 응축한 작품이다. 뮤지엄 산은 일명 ‘청춘의 사과’를 영구 설치할 예정이다. 5월 중에는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파빌리온 ‘빛의 공간’도 공개한다. 작품만큼 빛을 발한 건 삶을 관통하는 안도 타다오의 통찰력이었다. 서두에 소개한 노출 콘크리트에 관한 견해는 이렇게 치환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아무나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청춘이라고 말이다.
기간 4월 1일~7월 30일
장소 뮤지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