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패션, 건축계가 주목하는 푸드 스튜디오, 아나나스아나나스

어색함마저 색다른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푸드 디자인

LA와 멕시코시티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아나나스아나나스AnanasAnanas의 케이터링을 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버섯으로 만든 스탠드 조명, 천장에 실로 매달린 빵과 채소, 산처럼 쌓인 소금 위에 놓인 채소 등. 음식보다는 예술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술, 패션, 건축계가 주목하는 푸드 스튜디오, 아나나스아나나스


“이거 먹어도 되나요?”

스튜디오 설립자, 아르메니아* 출신의 엘레나 페트로시안Elena Petrossian와 멕시코 출신의 디자이너 베로니카 곤잘레스Verónica González는 친구 소개로 만났다. 둘은 음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찾았고, 처음 만난 날부터 음식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나눈 이야기는 현재 아나나스아나나스가 선보이는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었다. 스튜디오의 대표 작품인 빵, 채소, 과일을 천장에 매달아 손으로 음식을 떼어서 먹어야 하는 ‘프루타시 베르두라스Frutasy Verduras’가 대표적인 예다.

*아르메니아 : 코카서스 3국 중 하나. 유럽과 서아시아 사이에 위치하여 동서양의 문화 교류가 활발했었다.

아나나스아나나스의 시작은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한 저녁 식사였다. 빵과 채소, 과일을 낚싯줄로 천장에 매달고 커트러리를 제공하지 않았다. 획기적인 저녁 식사는 예상보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몇 번의 경험을 거쳐 자기들의 실험에 확신을 가진 아나나스아나나스는 멕시코시티에서 전시를 열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의 식품 생산 시스템을 비판하고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한 전시는 이 스튜디오를 주목하게 했다. 이후, 아나나스아나나스는 패션, 디자인, 출판 등 다양한 브랜드의 오프닝 파티의 케이터링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나나스아나나스의 작품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먹을 수 있는 설치 작품’이다. 핑거푸드가 테이블을 따라 진열된 일반적인 케이터링과 달리, 이 스튜디오의 케이터링은 예술 작품처럼 놓여 있다.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초콜릿 접시 위에 과일이 올려져 있거나, 밀가루나 소금을 쌓아 만든 산 위에 쿠키나 야채들이 심겨 있다. 테이블 위에 커다란 치즈 덩어리만 덩그러니 올려 있거나, 바닥보다 살짝 높은 설치물 위에 음식이 놓여 있기도 한다. 지금 이 자리가 오프닝 파티가 아니라면, 아마 손대면 안 되는 작품으로 생각될 정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나나스아나나스가 만든 음식 작품 앞에서 멈칫하고 주저한다. 용기 있는 누군가가 나서서 음식에 손을 대고 맛보는 순간, 하나둘씩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ananas____ananas(www.instagram.com/ananas____ana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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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영감을 얻은 주방에서의 추억

아나나스아나나스의 독특한 음식 형태와 플레이팅은 건축, 회화,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은 결과다. 때로는 자연적인 질감에서 영감을 얻는데, 앞서 소개한 산처럼 쌓인 밀가루와 결정이 큰 소금, 거칠게 발라진 크림과 치즈 등에서 그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아나나스아나나스에게 영감을 주는 또 다른 요소는 주방에 얽힌 추억이다. 아르메니아와 멕시코 출신인 엘레나와 베로니카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주방에서 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주방이라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이해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 그들이 먹었던 음식의 맛을 기억하고 작품에 담는다. 베로니카는 멕시코 북서부의 문화를 반영하여 컨셉을 잡기도 하고, 엘레나는 장미수, 샤프란, 피스타치오 등 아르메니아 음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재료들을 사용한다. 두 가지 이상의 문화를 결합한 아나나스아나나스의 음식은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제공한다.

맛을 포함, 아나나스아나나스는 자기의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순간이지만 행복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담고, 그들이 먹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즐겁다고 전한다. 아나나스아나나스의 작업이 펼쳐진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모습이다. 아나나스아나나스는 접시나 커트러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자와 테이블도 없어서 서서 먹어야 할 때도 있고, 음식을 둔 설치물 높이가 낮아서 쭈그리고 앉아서 음식을 집어야 할 때도 있다.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사람들은 곧 익숙해져 아나나사아나나스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의 식습관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엘레나와 베로니카는 사람들이 자기의 작품을 먹는 모습을 관찰하는 걸 즐기며, 그것에서 여러 정보를 얻는다고 말한다. 식기 없이 독특한 형태의 음식을 마주한 사람들은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자기가 익숙하고 편한 방법으로 음식을 먹는다. 어떤 사람은 손으로 음식을 집는데 거침이 없고, 어떤 사람은 냅킨을 사용해서 음식을 꼭 집는다. 아나나스아나나스의 푸드 디자인은 음식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의 식문화와 개인의 식습관까지 알아보는 실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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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반 노튼, 까르띠에, 프라다, 헤이와 허먼 밀러 등 아나나나스아나나스의 새로운 시도에 매력을 느낀 패션 브랜드와 갤러리는 발 빠르게 이 스튜디오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아나나스아나나스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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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먹을 때의 경험이 중요하다

한편, 아나나스아나나스는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도 출시했다. 이는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베로니타의 영향이 묻어 있다. “우리는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사물과 음식을 디자인합니다. 사물과 공간이 사람 주변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사람은 그 사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고려해요.” 인간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고민한 결과인 <Dos Puntos> 시리즈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테이블웨어 시리즈다. 식판처럼 생긴 접시, 선을 이리저리 구부려 만든 볼, 조각 작품처럼 보이는 꼬치 접시 등 개성 넘치는 테이블웨어는 아나나스아나나스가 추구하는 미학을 보여준다. 동시에 <Dos Puntos>는 아나나스아나나스에게 새로운 영역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 시리즈를 본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 Saie Beauty’의 제안으로 화장품 트레이를 디자인했다.

예술, 디자인, 건축과 식문화를 결합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맛보다 먹을 때의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트렌드는 아나나스아나나스 같은 실험적인 푸드 스튜디오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예술, 디자인과 식문화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될 것이다. 아나나스아나나스가 앞으로 어떤 실험과 작업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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