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업에서 탐내는 디자이너 파트리샤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는 우르퀴올라는 이번 행사를 통해 그 디자인 노하우와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수많은 기업에서 탐내는 디자이너 파트리샤 우르퀴올라 (Patricia Urquiola)
©Marco Craig
1961년 스페인 오비에도 출생. 마드리드 건축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밀라노 폴리테크닉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다. 2001년 자신의 스튜디오 ‘파트리샤 우르퀴올라’를 시작한 이래 B&B 이탈리아와 모로소(Morosso), 알레시(Alessi), 아가페(Agape), 카르텔(Kartell), 바카라(Baccarat) 등과 일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BMW, 산토니, 미쏘니 등의 브랜드 쇼룸을 비롯해 바르셀로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베를린 다스 스튜 호텔, 밀라노 포시즌스 호텔 스파의 건축과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과감한 건축 라인과 공간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 생활문화관과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갤러리아 명품관 매장을 디자인했다. <월페이퍼>의 올해의 디자이너(2006), <타임>지 세기의 디자이너(2007) 등으로 선정되었다. www.patriciaurquiola.com

파트리샤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2017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글로벌 세미나에 참여한다. 그녀는 매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언급되는 스타 디자이너이자 유럽 유수의 가구 브랜드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는 셀러브리티다. 특히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와 오랜 인연을 맺으며 ‘모로소’ 하면 그녀를 떠올릴만큼 브랜드의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전통적인 패턴을 세련되게 해석하는 감각, 섬세하고 풍부한 디테일, 심미적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 실용성을 더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예와 산업을 풍부한 미감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물은 마치 하나하나가 장인이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들어낸 솜씨 좋은 작품 같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는 우르퀴올라는 이번 행사를 통해 그 디자인 노하우와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글: 오상희 기자

2017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 카시나 전시 공간. 공간 안의 또 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과거,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지를 드러냈다.
당신은 유럽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브랜드들이 수십 년간 당신을 찾는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소파 등 제품을 만들건 호텔을 짓건 간에 나의 아이디어는 모두 클라이언트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경계를 함께 손잡고 넘어가야 한다. 클라이언트를 포함해 소비자까지도 생각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할 때 변치 않는 나의 생각은 열린 마음으로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다.

“디자인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로맨틱한 사람이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비트라(Vitra) CEO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 당신이 떠올랐다. 당신의 작품은 유럽의 장식적인 양식이 눈에 띄며, 특히 섬세하고 디테일한 완성도가 인상적이다. 무척 여성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스타일을 좇거나 믿지 않는다. 그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나의 정체성을 담으려 하기보다 클라이언트와의 공감대나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집중한다. 많은 경우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열린 눈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유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건 리메이크나 재편집과는 다르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의 디자인 양식, 새로운 기술과 연결시킬 수 있다. 나 스스로도 공예와 산업을 연결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 프로젝트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이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이너 혹은 건축가가 본래 꿈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미적 감각이나 재능이 남달랐는지도 궁금하다. 어린 시절부터 디자이너를 꿈꿨다. 어릴 때 엄마와 런던에 갔을 때 영국 디자이너 데이비드 힉스(David Hicks)가 디자인한 키즈 룸을 방문한 기억이 있다. 오렌지빛 카펫에 화이트 컬러의 가구 그리고 큰 글씨가 들어간 브라운과 화이트가 섞인 벽지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리고 화가였던 숙모에게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덕분에 하얀 캔버스에 무언가를 그리거나 어떤 물건을 이리저리 변형시키거나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내 어린 딸아이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을 전공한 후 산업 디자인을 배웠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 또한 가구나 소품 등을 통해서였다.

서로 다른 두 분야를 공부하고 또 일할 기회를 얻은 건 행운이었다. 사실 건축과 디자인 양쪽에서 일하는 건 기능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에서 상호작용을 한다. 사용자의 일상을 좀 더 깊숙이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 나는 사물을 볼 때 그것이 우리 집에서 혹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일지를 상상하기도 한다.

당신의 패브릭 작품을 보면 전혀 생각지 못한 다양한 형태로 질감이 변형되기도 한다.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하고 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그건 일종의 감각이다. 서로 다른 컬러의 소재가 주는 느낌을 자유롭게 배합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때 클라이언트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한마디로 정의해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명확하고 단순한 기준이 있어야 새로운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룸 메이트 줄리아(Room Mate Giulia) 호텔. 레트로 풍의 룸에 파스텔 톤의 공간, 이탈리아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가구를 배치했다. 오른쪽의 벽에 사용한 옅은 핑크색 대리석은 두오모 성당에 사용한 것과 같은 소재다.
원목 마루 비스킷이나 유선형의 러그 등은 디자인이나 소재의 짜임이 독창적이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는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어떤 제품을 보고 그 본래의 쓰임이나 콘셉트를 일단 생각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글라스 이탈리아(Glas Italia)의 유리 가구 라인 시머(Shimmer) 시리즈 중 유리 커피 테이블을 만들 때도 그랬다. 유리, 테이블 등의 기존 개념을 일부러 배제했다. 무엇보다 스케치 단계부터 3D 프린팅, 컴퓨터 드로잉이나 렌더링을 거쳐 시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군더더기를 없애고 목적에 딱 맞는 완성품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끈기, 강박 관념, 완고함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세상과 공감하는 디자인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국내에서는 최근 문을 연 파네라이(Panerai) 갤러리아 명품관 매장 디자인도 맡았다. 파네라이에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이어 국내에 세 번째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파네라이와는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여러 매장을 디자인했는데, 중요한 건 ‘시계와 항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잘 버무리는 것이다. 동시에 매장이 들어서는 지역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제품과는 달리 공간이나 건축 프로젝트는 접근법이 좀 다를 것 같다. 특히 제품 디자이너로서 공간이나 건축을 대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구체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공간이 하루 동안 어떻게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지 생각한다. 의자나 테이블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시간은 건축이나 공간에 무척 중요한 요소이고 가장 필요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제는 디자이너나 건축가에게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시대다. 특별한 정의는 없다. 어떤 제품이 다른 제품과 연결되는 방식, 변화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2017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 카시나 전시 공간. 공간 안의 또 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과거,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정말 디자이너의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는 느낌이다. 건축, 제품, 가구, 전시 공간 등 당신 역시 이 모두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제품, 가구, 건축을 따로 생각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매일 우리가 하는 행위를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멀티태스킹, 인공지능을 통한 사물 간의 연결이 중요한 이슈다. 이런 요소들이 집이나 회사라는 공간에 대한 개념도 바꾸고 있다. 특히 우리 세대의 역할은 기계와 인간 사이의 균형이다. 나는 디지털로 인해 생기는 격차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나타날 다양성에 주목하고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 진행한, 혹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작년 여름에 코모 지역의 일 세레노(Il Sereno) 호텔을 완성했다. 코모 호수의 색깔, 반짝이는 물, 그리고 주변의 산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는 호텔이라기보다 멋진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 주변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는데, 주변의 자연환경 자체가 호텔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호텔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의 주택 카사 델 파시오(Casa del Fascio)의 합리주의적인 면모를 차용했다. 호텔의 모듈화에 대한 아이디어, 각각의 룸이 호텔 자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등이다. 완성된 건축물은 파사드에 빛과 바람, 그림자를 끌어들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과 같다. 최근에는 카시나(Cassina) 90주년을 맞아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연구하고 있다. 카시나의 아트 디렉터로서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에 카시나의 슈퍼 빔(Super Beam) 소파와 함께 살롱 9.0이라고 불리는 전시를 한 바 있다. 카시나의 90년에 걸친 유산을 새로운 진화를 위한 요소로 활용했고, 가상현실을 통한 체험형 전시로 기획했다. 90세를 맞은 카시나가 다시 젊어진다는 것이 주제였다. 90이 아니라 9.0이라는 게 포인트다.

일 세레노(Il Sereno) 호텔. 바람과 빛,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모던한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30개의 스위트룸은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으며 테라스는 모두 호수 쪽을 바라보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이너로서 재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이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데,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당연히 노력이다. 물론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디자이너로서 사회와 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과 창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재능과는 다른 영역이다. 디자인은 당신을 포함한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나는 디자인이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과 현상을 분석하고 조합하기 위한 생각 도구이자 문제 해결 도구라고 생각한다.

최근 디자인에 관한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

나올 만한 건 다 나왔고 웬만한 건 다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 이는 지속 가능성과 진화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건 가족이나 사회 구성 단위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먹고 읽고 공부하고 여가를 즐긴다. 각각의 기능에 대한 기술도 발달한다. 어제 우리가 충전 케이블이 필요했다면 오늘은 충전 기능이 있는 책상을 가질 수도 있고, 내일은 아예 충전 케이블이 필요 없는 세상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성향이 다른 사용자들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할 줄 아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디자인 이슈는?

우리가 사는 환경에 좀 더 눈을 돌리게 된다. 제품 혹은 건축이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생태학은 우리가 좀 더 주의 깊게 분석하고 들여다보아야 할 복잡한 세계다. 무조건 빈티지를 외치기 전에 제품의 순환, 예를 들면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기업은 장인이나 기술자의 역할, 에너지와 인적 자원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 모두가 내가 지금 가장 관심을 갖는 환경이다.

ADAD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