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티브란 무엇인가
이들에게 콜렉티브로 결속시키는 동기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느슨한 결의문이 돌아왔다. 이들의 솔직하고 의아한 답변에서 보여지는 점은 콜렉티브란 구성원의 형태보다는 일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낯선 질감의 디자인이 자주 눈에 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대한 종말론에 수긍이 간다. 디지털, 융복합, 4차 산업혁명 같은 키워드가 관련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노즈스튜디오, 입자필드, 티슈오피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모종의 질감,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내는 시너지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돈다. 이들에게 콜렉티브로 결속시키는 동기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느슨한 결의문이 돌아왔다. 이들의 솔직하고 의아한 답변에서 보여지는 점은 콜렉티브란 구성원의 형태보다는 일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입자필드
“우리는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 VFX, VJing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 작업을 한다. 디지털 매체의 모든 감각적인 형태와 찰나의 유머러스함이 좋다. 졸업 동기 둘이 취직 전까지 들어오는 일을 나누기로 한 것이 시작이다 (입자필드라는 이름은 애프터 이펙트의 효과 리스트에서 가장 멋진 것으로 골랐다). 둘 만으로는 손이 모자라 친구들을 영입해 네 명이 되었다. 4:44. 누군가에겐 징크스일 수 있는 이 별난 시간대가 우리의 ‘점저’ 시간이다. 작업 특성상 9 to 6로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기가 힘들다. 그렇게 정해진 점심과 저녁의 사이, 4시 44분에 우리의 식사 게임이 시작된다. 식사게임이란 각자 가고 싶은 식당 메뉴를 3가지씩 정해 총 12개가 완성되면 하나씩 지워나가며 최종 메뉴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이 룰은 아주 평화롭고 합리적이다. 이처럼 콜렉티브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각자의 최악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식사 게임처럼 우리는 모두의 최선은 아닐지라도 가장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낸다.” @particle.fieldr
노즈스튜디오 조아형
“디지털 이미지와 사운드 작업을 하던 우리가 모인 계기는 ‘인간의 오감이 온전히 디지털로 변환된다면?’ 이라는 상상에서다(물론 영화 매트릭스처럼 신경계로 디지털 연결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해결되는 문제지만). 노즈스튜디오라는 이름도 ‘후각’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지은 이름이다(미각은 아직 상상도 못하겠다). 오늘날의 너무 많은 기술들을 모두 배우기란 불가능하다. 각자의 전문성이 공동의 비전으로 뭉칠 때, 혼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이점에서 콜렉티브의 장점은 배가된다. 특히 우리가 구현하려는 VR(뒤집어쓰는 VR기계 말고, 조금 더 개념적인 진짜Virtual Reality…)을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 하기 때문에 공동 작업은 필수다. 또, 너무 너무 게으른 내가 팀원의 눈치를 봐서라도 매일 무언가를 하게된다는 점도 나에겐 큰 장점이다. 참고로 ‘집단’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 집단이 영원할거라고, 모두 본인처럼 의욕적으로 참여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 나같은 사람을 만나면 열받아서 다 때려치고 싶을것이니.” @nosestudiokr
티슈 오피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이상익과 조영,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하던 이창훈, 산업 디자인을 공부한 이승아로 구성된 콜렉티브다. ‘티슈Tissue’는 생물학에서 ‘조직’을 뜻하는 용어다. 조직이란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깊어진다. 즉 우리는 단일의 사원, 단일의 사업, 단일의 조직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한다. “뭐야? 나도 이제 티슈 오피스야?” 티슈 오피스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게임 〈Mission! Office〉를 플레이해본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다. 이는 티슈 오피스를 상징하는 아이템을 탐사하는 내용이다. 게임 속 공간은 실제로 우리 사무실과 같은 모습이며 이곳에서는 플레이어의 이름이 적힌, 당신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보내는 환영 인사와 함께 끝이 난다. 마치 당신 또한 티슈 오피스의 사원이라 말하는 듯이. 이러한 티슈 오피스의 비전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다면, 그 누구든 티슈 오피스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마저도.” tissueof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