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과 장르 파괴, 아틀리에 비아게티 (Atelier Biagetti)
디자인계가 젊은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관점, 현실에 대한 날 선 감각, 어떤 분야의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독창성이 아닐까.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팀이다. 이들의 작품은 “기능이나 기술적 부분을 강조하는 실용적 유토피아와 감성과 인본주의가 중심이 되는 시적 유토피아를 오간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특히 현대사회에서 강박관념을 가진 인간의...
디자인계가 젊은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관점, 현실에 대한 날 선 감각, 어떤 분야의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독창성이 아닐까.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팀이다. 이들의 작품은 “기능이나 기술적 부분을 강조하는 실용적 유토피아와 감성과 인본주의가 중심이 되는 시적 유토피아를 오간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특히 현대사회에서 강박관념을 가진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이들은 ‘사회가 우리에게 원하는 경험과 성취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야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을 거쳐 사물을 이용해 특정 메시지를 만드는데 이런 방식을 ‘행위 디자인performing design’이라 정의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전시 〈돈, 섹스 앤드 보디 빌딩Money, Sex and Body Building〉 3부작은 행위 디자인이라는 영역을 예술로 바꿔놓은 그들의 독창성이 드러난 시리즈다.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품은 예술 작품이자,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제품의 속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2015년에 선보인 전시 〈보디 빌딩Body Building〉은 각종 운동기구를 비치한 체육관처럼 구성했다. 네온 링, 메탈 컬러 가죽, 차가운 스틸 소재나 크리스털로 만든 운동기구, 황금빛 가죽과 화려한 자수로 만든 샌드백은 이탈리아 장인의 공예품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예술품을 감상함과 동시에 몸에 대한 현대인의 왜곡된 시선을 읽는다.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마치 무대 공연을 만들 듯 하나의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오브제를 장면의 하나로 인식하는 방식은 루이 비통,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와 협업할 때도 유효하다.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대에 정형화된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지금의 디자인은 더 이상 아름다움을 찬양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저항할 수도 있다. 공감하고 싶지 않은 문제를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를 끌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디자인을 테이블, 가구, 조명 등과 같이 형태적인 카테고리로 묶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예술적이면서도 상업적이고, 기능적이면서 미학적인 분위기가 전해지는 적절한 지점을 잘 안다. 아틀리에 비아게티에게는 메시지가 바로 디자인으로, 편안함이나 아름다움이 아닌 호기심과 기이함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일종의 감정 자극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래서 알아야 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치, 사회, 의료, 과학까지 포함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과 장르 파괴, 이를 위한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아틀리아 비아게티는 예술, 디자인, 건축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 그룹이 되기를 원한다
그곳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천천히 일상을 되찾고 있다. 피해가 컸던 도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고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얼마 전 일본 도쿄 이세탄 백화점의 발렉스트라 팝업 매장 설치 작업을 마쳤다. 순수한 느낌의 컬러와 기하학적 기호를 잘 조합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다른 디자인 그룹과 비건 가죽을 이용한 제품 협업을 준비 중이다.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리는 원래부터 가상현실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기술은 미래적이지만 내용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대면 기술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현실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첨단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자이너는 오늘의 이야기를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신이 쿨하다고 느끼는 것은?
1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것.
주목해야 할 디자인 해시태그는?
3D하이퍼리얼리스틱아트.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그림이다.
글 계안나 통신원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점으로 2003년 디자이너 알베르토 비아게티Alberto Biagetti(1971년생)가 설립한 디자인 그룹. 2013년 부인이자 가수, 아티스트인 라우라 발다사리Laura Baldassari(1985년생)가 합류했다. 이들은 ‘아틀리에 비아게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는 동시에 각자 독립적으로도 활동한다. 행위 디자인의 개념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며, 특히 현대사회에서 강박관념을 가진 인간의 행동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2019년 루이 비통 노매드 컬렉션에 참여하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졌으며 루이 비통 외에 아디다스, 구프람, 발렉스트라 등과 협업했다. atelierbiagetti.com
디스코 구프람Disco Gufram, 2018
2018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구프람과 협업한 작 품. 구프람은 각 디자이너들에게 1960~1970년대 에 소개된 구프람 컬렉션을 활용할 것을 요청했는데, 아틀리에 비아케티는 1970년대 리네아 디스코테카 컬렉션Linea Discoteca Collection의 다섯 가지 체어를 재해석했다. 벳시, 토니, 스탠리, 지미, 찰리 등 원래 의자 명칭에 붙은 사람 이름을 응용해 이름과 어울리는 성격과 개성을 입혔고, 의자에 앉는 주인공 을 떠올리며 새로운 컬러와 디자인을 선보였다. 여기 에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댄스 플로어에 작품을 전시 해 극적인 효과를 끌어냈다.
〈보디 빌딩, 갓, 노 섹스Body Building, God, No Sex〉, 2015
‘보디 빌딩, 갓, 노 섹스’ 3부작 프로젝트는 현대사회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자 실험이다. 아틀리에 비아게티는 강박관념을 가진 우리의 행동을 직설적으로 보 여주기 위해 이 세 가지 주제를 택했다. 그 시작은 2015년 멋진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관념을 비튼 전시 〈보디 빌딩〉으로, 체육관과 운동기구를 장난스럽게 해석했다. 두 번째 시리즈 〈노 섹스〉는 섹스가 상품화되고 폄 하되는 사회를 무결점의 순수한 공간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2017년에 선보인 〈갓〉은 종교적 논쟁이 아닌, 종교처럼 열망하는 돈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와 생각을 조롱한 전시다. 큐레이터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데로Maria Cristina Didero가 전 시리즈에 함께했다.
봉주르 밀란Bonjour Milàn, 2014
갤러리 이탈리에네 파리/밀라노 Galerie Italienne Paris/Milano와 함께한 컬렉션이다. 파리와 밀라노 두 도시의 연결 고리를 만들자는 뜻으로 ‘봉주르 밀란’이라 이름 지었다. 고대와 현대, 고고학과 우주학등 재료, 방식, 해석 모두 반어법과 은유법이 넘쳐난다. 불투명한 구리, 백색 유리, 플라스틱 라미네이트 등 현대적인 소재는 물론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각종 건축자재를 재활용하는 식으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디자이너 암브라 메다Ambra Medda는 이 컬렉션을 보고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작업은 새로움을 넘어 다른 차원의 세계에 온 듯한 경험을 준다”라고 평했다. 모든 작품은 소규모 공방을 운영하는 제작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아네모나 테이블Anemona Table, 2019
2019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매드 컬렉션. 두 사람의 고향 이탈리아 라벤나Ravenna를 감싸는 아드리아해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틀리아 비아게티는 물리적 형태보다 심리적 감성을 건드리고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가구를 만들기를 원했다.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서로의 이야기에 따라 여행을 떠나는 출발지다.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 가죽으로 감싼 물결 패턴은 빛과 조명에 따라 다른 모양과 컬러로 보인다. 전시장의 어두운 조명과 함께 놓인 아네모나 테이블은 바닷속의 신비로운 생명체처럼 보이는데, 이는 자유의 상징인 바다, 노매드 삶, 평화로운 집 등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