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받는 조명 디자이너, 폴 콕세지 (Paul Cocksedge)

1978년생. 2004년 영국왕립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후 조애나 핀호Joana Pinho와 함께 해크니 지역에 폴 콕세지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핀호는 스튜디오의 비즈니스 측면에, 콕세지는 창작에 좀 더 집중한다. 런던의 랜드마크가 된 ‘리빙 스테어케이스The Living Staircase’ ‘앉아주세요Please Be Seated’ 등의 공공 시설 작품과 한국의 퍼시스 본사에 설치한 ‘돌풍’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Friedman Benda Gallery 개인전을...

지금 가장 주목받는 조명 디자이너, 폴 콕세지 (Paul Cocksedge)

1978년생. 2004년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후 조애나 핀호Joana Pinho와 함께 해크니 지역에 폴 콕세지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핀호는 스튜디오의 비즈니스 측면에, 콕세지는 창작에 좀 더 집중한다. 런던의 랜드마크가 된 ‘리빙 스테어케이스The Living Staircase’ ‘앉아주세요Please Be Seated’ 등의 공공 시설 작품과 한국의 퍼시스 본사에 설치한 ‘돌풍’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Friedman Benda Gallery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시와 페어에 참여하며 독창적인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paulcocksedgestudio.com

폴 콕세지는 데뷔 때부터 차세대 영국 디자인계를 이끌 무서운 신예로 불린 디자이너다. 특히 합성고무 소재 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조명등 ‘스티렌’, 자외선 조명등 ‘새피어 라이트’, 조명 브랜드 플로스 등과 협업한 ‘라이프 01’ 등을 통해 조명 디자인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했으며, 이는 잉고 마우러 이후 가장 주목받는 조명 디자이너로 불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 시절 론 아라드에게 배운 그는 런던 디자인 페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등 유명 디자인 페어의 단골손님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후 스와로브스키, 에르메스, BMW 등 유명 브랜드와 다양하게 협업했다. 그는 흔한 소재지만 길들여진 방식과 시선에 딴지를 거는 데 능숙하다. 또 사회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세상의 관습을 비튼다. 어떤 장소나 사물이 내가 알던 것과 달리 보일 때 새삼 다시 그 장소나 사물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일종의 ‘환기’가 콕세지의 주된 관심사다. 2009년 이탈리아 밀라노 시청사 내 거대한 돔을 LED 캐노피로 뒤덮은 작품 ‘키스’를 필두로 그의 조명 프로젝트는 ‘빛’이라는 주제로 확장되면서 건축, 아트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고정관념을 무장해제시키는 그의 장기를 발견한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는 그에게 개인전을 제안했다. 작업이든 예술이든, 건축이든 제품이든, 스튜디오 작업이든 개인 작업이든, 콕세지가 내놓은 결과물에는 진지한 시선이 담겨 있지만 제스처는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하다. 이 제스처는 작품을 만드는 영감에서 비롯된다. 자전거 조명을 계속 도난당하자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LED 조명 ‘더블오’를 떠올렸고, 주변에 버려진 스피커를 보고 낡거나 버려진 스피커에도 연결해 다시 쓸 수 있는 블루투스 오디오 장치 ‘뱀프Vamp’를 만들었다. 대학 기숙사에서 오븐을 이용해 폴리스티렌 컵을 실험하면서 스티렌 라이트를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화재 경보가 울리고 학생들이 모두 대피한 소동도 있었다(범인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콕세지는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은 사회 활동가나 발명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특히 그의 관심은 점차 민주주의적인 디자인으로 향한다. 이는 누구나 능동적으로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고 사용자가 주도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19 시대를 위한 블랭킷 ‘히어 컴스 더 선Here Comes The Sun’을 선보였다. 2m 지름의 원을 둘러싸고 4개의 공간을 만든 제품으로, 4명이 안정적으로 2m의 거리를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누구나 쉽게 도면을 다운받을 수 있다. 앞으로 2D 또는 3D를 이용한 가구 도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비대면 시대에 이런 수평적 관계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콕세지의 예상이다. 이 위기에도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임을 결코 잊지 않는 콕세지의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곳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런던은 무척 조용하다. 정적이 어떤 이에게는 우울로, 어떤 이에게는 평화로움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어색한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뉴욕과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쇼를 준비
중이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영상 통화 줌을 이용해 협력 기업과 만난다. 오만의 무스카트에 짓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태닉 가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33m 길이의 캐노피 설치로, 태양의 궤도 경사각과 균시차를 나타내는 8자형의 눈금자를 응용했다. 과학과 공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유기적 조각품처럼 보인다.

비 대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디자이너는 사회 활동가이자 발명가가 될 수 있다. 블랭킷 제품 ‘히어 컴스 더 선’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하는 콘셉트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작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실제적인 의료 장비의 부품을 만들 수도 있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기록하는 일이다.
글 계안나 통신원

11.12, White & White, Production Images from the ‘Please be Seated’ project by Paul Cocksedge Studio

앉아주세요(Please Be Seated, 2019)
영국 런던 브로드게이트 핀스버리 애버뉴 광장Broadgate Finsbury Avenue Square에 놓인 공공 설치물.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과 부동산 개발 회사 브리시티 랜드의 커미션으로 제작했다. 혁신과 금융을 연결하는 장소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여러 에너지가 뒤섞이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나무 패널이 파도처럼 물결을 만들며 동심원으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굽은 나무 라인을 따라 앉거나 눕거나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1152개의 나무판을 연결하고 나무를 구부려 곡선을 구현하는 일은 에섹스 지역 인테리어 회사 화이트 & 화이트와 협력했다. 공간을 역동적이고 예술적인 분위기로 바꾼다.

COS / PCS Window Display Installation at the new COS Store in Kings Cross.

궤도 조명(Orbits Light, 2020)
런던의 쇼핑센터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 내 코스 매장의 조명 설치 작품. 지구의 자전과 중력의 힘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로 ‘궤도 조명Orbits Light’이라 이름 붙였다. 둥근 형태의 LED 조명 아래 자연에서 채집한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의 암석들이 매달려 있다. 총 6개 세트 작품이 매장 내 배치되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낸다. 콕세지는 빛의 정밀도와 암석의 황폐성 등 섬세한 요소가 조합된 독창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둥근 조명이 모빌처럼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매장 앞 호수에 비치는 풍경도 그가 의도한 또 하나의 예술적 풍경이다.

언바운드, 노먼 공공 도서관 (Unbound, Norman Public Library Central, 2019)
2019년 7월 말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먼 공공 도서관 앞마당에 설치된 야외 작품. 약 14m 높이로, 종잇조각이 바람에 날려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도서관에 소장된 수만 권의 책에 경의를 보내며 디지털 시대를 추구하는 미래를 함께 담고자 한 작품이다. 재료는 산화 알루미늄과 EL 시트로, EL 시트는 빛을 내뿜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구부리고 비틀 수 있어 종이 형태를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하늘로 올라가는 시각적 효과는 도서관 주변 환경과 맞물리면서 더욱 큰 감동을 전한다. 해가 저물고 바닥의 조명이 켜지면 작품은 더욱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스펙트럼(Spectrum, 2019)
아트 바젤을 주관하는 스와이어 프로퍼티Swire Properties를 위한 설치 작품. 2019년 홍콩 아트 바젤 VIP 라운지 앞에 등장했다. 컬러 직물 밴드를 이용해 가림막과 설치 작품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직물 밴드로 감싼 독립 공간에서는 작가, 큐레이터 등의 다양한 대화 프로그램이 열렸다. 콕세지는 공간을 규정하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창의성을 대변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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