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속 ‘테이스티 서울’을 만든 주역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회사 계선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 공간을 디자인한 계선은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호텔, 럭셔리 부티크, 고급 레지던스 등 하이엔드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특색 있는 공간과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참여 디자인 회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설계 사무소와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계선도 그중 하나다.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 공간을 디자인한 계선은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호텔, 럭셔리 부티크, 고급 레지던스 등 하이엔드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주로 고급 상업 시설을 설계했던 계선이 현대백화점 식품관 설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것은 2015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새로운 공간의 콘셉트는 이탈리아어로 광장을 뜻하는 ‘피아자Piazza’였다. 공간을 채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광장처럼 비워냄으로써 다양한 팝업 이벤트를 열 수 있는 동적인 공간을 유도한 것이다. 덕분에 셰프들의 각종 시연이 벌어지거나 시즌별로 테마에 맞게 공간을 연출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핑거 푸드를 판매하는 등 365일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플렉서블한 공간이 생겨났다. 탁 트인 공간이 만들어지자 자연스럽게 가시성이 확보되면서 맞은편 매장이 더 잘 보이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피아자 모델의 대성공 이후 계선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미아점, 킨텍스점, 동대구점, 디큐브점, 송도 아울렛 식품관 설계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현대백화점 식품관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갔다.
더현대 서울 식품관인 ‘테이스티 서울’은 MZ세대를 겨냥해 경쾌하고 캐주얼한 광장을 연출한 ‘22 푸드트럭 피아자’를 비롯해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 델리’, 식당가가 밀집한 ‘테넌트 스트리트’, 프리미엄 슈퍼마켓 ‘테이스티 서울 마켓’ 등 크게 네 가지 존으로 나뉜다. 프로젝트를 이끈 계선 서재휘 PM은 “더현대 서울의 전 층 콘셉트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다. 그중 지하 1층 테이스티 서울에서는 여의도만의 색깔을 내부 공간에 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주변 아일랜드 매장의 디자인을 전부 다르게 해서 마치 공원에서 산책하듯이 동선을 다양하게 연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장 간의 직선적인 배치를 피함으로써 걷다가 의외의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게끔 유도했다. 베이커리 & 델리 존 주변으로 마치 포켓 공원처럼 곳곳에 그리너리 스폿이 나타나는데 이는 사운즈 포레스트, 워터풀 가든과 같이 자연을 실내로 적극 끌어들인 더현대 서울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조경 시설 주변에는 우드 데크로 휴게 공간을 만들어 편안하게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베이커리 & 델리 존이 자연 속에서 잠시 힐링하며 쉬어 가는 콘셉트인 반면,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이 연상되는 22 푸드트럭 피아자는 흥겨운 분위기다. 8대의 푸드트럭 주변으로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네온사인 조명과 자유롭게 배치된 좌석이 활기를 더한다. 이처럼 미식과 함께 다양한 즐길 거리로 세심하게 공간을 디자인한 테이스티 서울에서는 55년 역사를 가진 국내 대표 인테리어 회사 계선의 숨은 저력이 엿보인다. 앞으로 50년 뒤를 바라보는 계선이 만들 새로운 공간의 역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계선 설계본부
(왼쪽부터) 서재휘 PM, 임효진 실장, 김희경 상무
“개인의 취향을 공유하고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을 기획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기대했다고 볼 수 있다.”
더현대 서울 식품관 ‘테이스티 마켓’의 기본 설계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 시대의 식품관이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원론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히 음식을 사 먹는 공간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공유하고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을 기획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기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너리 공간 주변으로 데크를 깔아 아늑한 휴게 공간을 만든 부분이 눈에 띈다.
곳곳에 조성한 휴게 공간은 경험에서 우러난 디자인이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방문객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보면 각자 취향에 따라 여러 매장을 돌며 먹거리를 구매하기 때문에 동선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구획된 매장 밖에서 동행인들과 편히 앉아 각자 사 온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바닥에 단차를 둔 ‘스킵 플로어skip floor’ 개념을 적용하고, 데크 소재와 난간을 활용해 산책로 분위기를 내는 동시에 매장과 분리되는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
타 백화점 대비 통로 폭이 약 1.5배 넓어졌다고.
보통 통로 폭이 2~3m인 타 백화점에 비해 더현대 서울은 공간 면적이 더 넓다 보니 약 5m까지 통로 폭이 늘어났다. 통로가 넓으면 가시성이 확보되어 멀리 있는 매장이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고객이 몰려도 통로가 붐비지 않아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다.
더현대 서울의 조명은 다른 식품관과 어떻게 차별화했나?
일반적으로 식품관은 조명을 환하게 설치해 모든 것이 눈에 잘 들어오도록 하는데, 호텔 설계를 많이 맡아온 계선은 간접조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식품관에 디스플레이된 매대에 국부 조명을 사용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중요한 스폿에는 펜던트 조명을 이용해 공간에 강약을 주는 반면, 통로는 조명이 은은하도록 조명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디자인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는지?
핫 푸드를 취급하는 델리 존의 경우 현장에서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후드 설치가 필수다. 육중한 후드를 여러 개 달았을 때 심미적으로 좋지 않고 시선이 많이 차단되어 답답함을 주는데 이를 아일랜드 매장 디자인과 연계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후드 마감 면에 반사 소재를 사용하거나 색다른 소재를 활용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본 결과 색다른 매장 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프리미엄 슈퍼마켓 ‘테이스티 마켓 서울’은 어떤 공간으로 기획했나?
상품군별 조닝과 이동의 편리성이 중요한 슈퍼마켓의 경우, 매대가 병렬 구조로 배치되어 있으면 상품을 찾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테이스티 마켓 서울은 MD별 숍 형태의 매장을 구성해 상품군에 따라 천장과 바닥 소재를 달리해 넓은 공간 안에서도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 소재를 선택할 때 주안점으로 둔 것은?
현대백화점 슈퍼마켓의 경우, 최상의 식자재와 지역 명장, 특산물을 발굴해 건강한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인테리어 소재도 벽돌이나 우드 같은 천연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재료 본연의 결이나 질감이 드러나는 디자인 위주로 적용했다.
클라이언트인 현대백화점과 2015년부터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해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백화점이 식품관을 설계할 파트너로 계선을 선택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보통 시공 단계에서 예산이나 일정 등을 이유로 초기 디자인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백화점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최대한 구현될 수 있도록 늘 배려해준다.
계선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려진다.
하이엔드 공간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온 계선은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부티크, 고급 레지던스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테리어 산업이 점차 통합 디자인 개념으로 나아가므로 이에 맞춰 젊은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접목하는 등 이종 교배적 공간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계획이다.
글 서민경 기자 사진 제공 계선 ©이철희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