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환상적인 디저트, 누데이크 하예진
매장에 처음 방문하는 것은 비주얼 때문일지 몰라도 재방문하는 이유는 맛’이라고 말하는 하예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누데이크의 환상적 디저트에 대해 들어봤다.
젠틀몬스터는 공간, 문화, 기술을 아우르는 영역에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왔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해왔기에 F&B 영역으로의 확장도 거침이 없었다. 누데이크는 퓨처 리테일 숍에 대한 젠틀몬스터의 구상에서 탄생했다. 공간, 시각 예술, 제과·제빵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한 디저트와 디저트 숍의 모습은 역시 새로웠다. 디저트의 생김새부터 디스플레이 형식,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통해 메뉴를 소개하는 방식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이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2월 하우스 도산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매장에 처음 방문하는 것은 비주얼 때문일지 몰라도 재방문하는 이유는 맛’이라고 말하는 하예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누데이크의 환상적 디저트에 대해 들어봤다. nudake.com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F&B 영역으로 진출한 계기가 궁금하다.
누데이크는 퓨처 리테일 공간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젠틀몬스터의 사내 프로젝트팀으로 시작했다. 젠틀몬스터에서 비주얼 아트 디렉터로 공간 총괄 디렉팅을 맡고 있던 나는 워낙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을 좋아해 디저트나 요식업 관련 경험이 없었음에도 팀을 꾸리는 데 흔쾌히 참여했다. 처음부터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F&B 영역을 연구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비공식 프로젝트였다. 문래동의 작은 창고에서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팝업 숍을 열기도 하고 ‘버닝플래닛’, ‘젠틀펜디’ 등 여러 가지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누데이크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렇게 성장한 팀이 누데이크의 모체가 됐다.
누데이크의 팀원 구성은 어떠한가?
제과·제빵은 물론이고 순수 미술, 공간, 패션, 그래픽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팀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디저트를 개발하는 데 영감을 주는 요소도 다양하다. 같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다 보면 서로 다른 관점이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고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첫 매장은 국내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이었다.
2019년 베이징에 문을 연 럭셔리 백화점 SKP-S의 공간 총괄 디렉팅을 젠틀몬스터가 맡게 되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이르게 F&B 리테일 숍이 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누데이크 베이징점을 ‘화성’이라는 SKP-S의 전체 콘셉트에 맞춰 연출했다면, 하우스 도산에 문을 연 누데이크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하우스 도산은 누데이크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 매장이 함께 입점해 젠틀몬스터가 그려온 새로운 리테일 숍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누데이크 매장의 테마는 ‘테이스트 오브 메디테이션Taste of Meditation(명상의 맛)’이다. 오롯이 디저트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작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디저트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제품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케이크와 디저트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지금의 방식이더라. 공간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제품을 하나씩 배치했다. 제품을 겹쳐 쌓아두거나 카운터 옆 냉장 쇼케이스에 진열하는 일반적인 디저트 숍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제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이 디스플레이를 출발점 삼아 그 배경이 되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
미디어 인스털레이션은 이탈리아 비주얼 아티스트 안드레아 아르테미시오Andrea Artemisio와의 협업으로 완성했다고 들었다.
맛에 관한 사람들의 감정과 반복적인 움직임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을 기용해 패셔너블한 영상이 아닌, 오래 봐도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로 완성하고자 했다. 인스털레이션은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지도록 날것의 느낌을 강조하되 마감의 완성도를 위해 특별히 신경 썼다.
좌석마다 테이블과 의자 디자인이 달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절제와 여백의 균형을 고민하며 새 가구와 빈티지 가구를 적절히 섞어 배치했다. 요즘은 사진 찍기엔 좋아도 계속 앉아 있기 불편한 공간이 많다. 사용감이 있는 가구와 나무 소재는 공간이 주는 위화감을 덜어준다. 처음 방문한 공간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매장 벽 한편에 설치한 김경태 작가의 사진 작품이 매장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특유의 관찰력으로 압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김경태 작가의 작품이 공간 전체의 결과 잘 어울려 선택했다. 임시로 벽에 붙여보기 위해 사용했던 테이프의 미감과 디테일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연출했다.
디저트를 개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맛과 새로움. 신선한 비주얼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지만 사실 누데이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저트의 ‘맛’이다. 재료를 가지고 최상의 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시도, 수정을 거쳤다. 생크림만 100가지 다른 제형을 만들어놓고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 비율인지 실험하는 등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시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디저트를 테스트해보고 그 이상의 것을 만들 수 없거나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지 못하면 개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생토노레 누아르. 정통 프랑스 페이스트리 디저트를 누데이크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말차 크림을 먹물 페이스트리로 감싼 피크 케이크는 SNS상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케이크를 싫어해도 빵은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아이템이다. 부피에 비해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페이스트리의 특징을 이용해 말차 크림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빵 케이크를 구상한 것이다. 피크 케이크는 손으로 빵을 떼어 먹을 때 흘러나오는 크림 모양 때문에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선사한다. 이러한 디자인이 신선했는지 정식 론칭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피크 케이크를 홍보하는 영상 콘텐츠 또한 독특한 콘셉트와 영상미가 돋보인다.
누데이크의 영상과 이미지는 온ㆍ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팀을 포함해 여러 팀원들의 긴밀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제작한다. ‘피크 뉴스’의 경우 피크 케이크의 생김새와 자연 현상을 연결시켜 피크 화산이 폭발한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작업이다. 누데이크 디저트의 미학을 위트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한편 피크 케이크를 맛보고 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콘셉트 영상도 제작했는데, F&B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장경진, 정희정 디렉터, 래퍼 릴체리, 피크 뉴스에도 등장한 염소를 인터뷰해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디저트를 홍보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모두 다양한 팀원들이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다. 사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 올해는 F&B 브랜드로 뿌리를 내리고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