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외식 경험을 만드는 감각적 공간, 코발트 스튜디오 김세미 · 이수정
김세미ㆍ이수정 대표가 이끄는 코발트 스튜디오는 다수의 식음 공간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화면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방문해 오감으로 느낄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속 인기 많은 그 가게, 사진으로나 보기 좋은 속 빈 강정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세미ㆍ이수정 대표가 이끄는 코발트 스튜디오는 다수의 식음 공간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화면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방문해 오감으로 느낄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고 있다. 다운타우너, 노티드, 클랩 피자, 호족반 등 개성 넘치는 F&B 매장이 코발트 스튜디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매장의 가구와 집기는 물론 손잡이 하나까지도 신경 써 디자인하는 이들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식사 경험을 만들어낸다. kovaltstudio.com
다수의 F&B 매장 공간을 디자인했다. 식음 공간에 주력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세미 창립 초기에 진행한 다운타우너 1호점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다수의 식음 공간 프로젝트로 연결됐다. 특히 다운타우너를 개발한 외식 전문 기업 GFFG의 다른 F&B 공간을 많이 맡았다. GFFG와는 호흡과 취향이 잘 맞아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 스튜디오가 F&B 공간에 국한해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바버숍,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코발트 스튜디오로 독립한 지 올해로 6년 차다. 그 전에는 인테리어 전문 회사를 다녔다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김세미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았지만 규모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디자이너로서 발휘할 수 있는 자유도가 크지 않더라. 예전부터 F&B를 포함한 리테일 공간에 관심이 많았고, 독자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독립했다.
F&B 공간 프로젝트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인가?
이수정 F&B 공간과 다른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의 결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조리하고 먹는 행위에 관련된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아무래도 위생이나 기능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노후하고 더러운 곳에서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가게를 오픈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사용에 따른 불편함은 없는지 살피며 유지·관리에 힘써야 한다.
김세미 F&B 프로젝트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재밌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우리가 디자인한 공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호응하는지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다. 또 F&B 영역에서 디자이너가 발휘할 수 있는 자유도가 크다고 느낀다.
코발트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매장은 아이코닉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김세미 처음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하거나 트렌디한 디자인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F&B 매장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해달라거나 SNS상에서 주목받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보니 테스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평범하지 않은 컬러와 소재를 활용해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이수정 포토제닉한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매장을 인지하고 발길을 이끌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변 건물이 어떤 색과 재료로 마감되었는지 파악하고 차별화된 파사드를 만들고자 고민한다. 공간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이다. 다운타우너 안국점도 한옥이 많은 동네의 지역성을 공간 디자인에 녹인 프로젝트다.
최근 오픈한 웍셔너리도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이수정 아메리칸 차이니스 퀴진이라는 콘셉트가 흥미로웠다. 시각적으로도 미국과 홍콩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녹색과 적색을 대비시키고 한쪽 벽을 아치로 처리해 시각적 강렬함을 줬다. 남은 벽면은 이국적 패턴의 벽지로 채웠다. 테이블 상판에 마작을 넣어 위트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테이블을 만드느라 고생 좀 했다.(웃음)
김세미 어떤 콘셉트의 공간인지 단번에 느껴지는 파사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외식 소비 경험을 SNS를 통해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오늘날의 문화가 공간 디자인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치나?
이수정 물론이다. 식탁 상판을 디자인할 때 음식 종류와 플레이팅 모습, 식기 디자인 등 사진 프레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다. 매장의 조도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사진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해도 비주얼만 고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세미 그렇다. 디자인만 보고 바닥재를 적용했다가 패티를 구울 때 생기는 기름때를 미처 고려하지 못해 추후에 미끄럼 방지 도장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시각적으로 좋은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면 그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공간 안에 실제로 있을 때 느끼는 분위기와 감정이 진짜인데, 요즘은 자꾸 정사각형 안의 사진으로만 공간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
각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꼽아달라.
김세미 노티드 삼성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수정 대표와 둘이서만 일을 하다가 처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다. 현장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재밌는 시도를 많이 했고, 결과물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이수정 다운타우너와 노티드 제주점. 제주도라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방문하는 고객들의 심리적 상태가 여느 매장과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출발점이 됐다. 예를 들면 커피를 한잔 마시더라도 실내보다 야외에서 마시고 싶을 것이라 생각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할애하고자 했다.
코발트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색깔이나 방향성은 무엇인가?
김세미 아직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를 만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단순히 예쁜 매장을 넘어 디테일까지 신경 써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하는 노력이 있다면?
김세미 되도록 새로 오픈하는 공간을 직접 둘러보려고 한다. F&B 매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패션 매장 등 리테일 공간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된다.
최근 F&B 공간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세미 젠틀몬스터의 여파가 여전히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젠틀몬스터의 공간 프로젝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후로 파격적이고 특이한 공간이 많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너도나도 특이한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조금 피로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조건 화제가 되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오래가고 실속 있는 디자인은 단순히 주목성에서 비롯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