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 신간과 함께 귀환한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UE100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플랫폼엘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여러 개의 작은 화이트 큐브 공간으로 이루어진 장소의 특성에 맞게 네 가지 방식으로 100권의 책을 선보였다.

100권의 신간과 함께 귀환한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UE100
행사 공식 포스터. 포춘 쿠키에서 빠져나온 메시지 난을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해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언리미티드 에디션(UE)이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개최된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많은 디자이너들이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완성도 높은 기획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창작자와 소비자가 교류하는 시끌벅적한 장터로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위치를 공고히 다져온 연례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수많은 UE 마니아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흥미롭게도 행사 주최 측인 유어마인드는 100팀의 신간 100권만 선별해 판매하겠다고 미리부터 못을 박았다. 올해의 행사명도 ‘UE100’으로 정해 숫자 100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턴테이블처럼 돌아가는 회전판 위에 책이 놓여 있다. 사진 ©손미현 3 100권의 책을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플랫폼엘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여러 개의 작은 화이트 큐브 공간으로 이루어진 장소의 특성에 맞게 네 가지 방식으로 100권의 책을 선보였다. 특히 번잡스러운 마켓 느낌보다 정제된 전시로서 예상을 깬 파격적인 형식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Measure(측정)’를 테마로 한 첫 번째 공간에서는 100개의 저울 위에 책을 나열했다. 책이라는 물성을 저울의 눈금이 가르치는 숫자, 즉 무게로 표현한 것. 다음 테마는 ‘Turn(턴)’으로 ‘페이지를 넘기다’라는 영어 동사에서 가져왔다. 이를 ‘턴’테이블 형식으로 재해석해 중식당의 테이블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을 장착한 테이블 위에 책을 올려놓았다. ‘Move(무브)’ 테마에서는 크고 작은 상자 100개가 쌓여 있는 장면이 펼쳐졌는데 전시 기간 동안 창작자들이 아무 상자나 골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했다. 창작자들이 직거래 부스 형태로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관람객과 간접적으로나마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기획이라고. 창작자들은 즉석에서 퍼포머가 되어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자유롭게 박스를 꾸몄다. 그동안 관람객은 박스들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면서 변신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마지막 테마 공간인 ‘Select(셀렉트)’에서는 ‘숫자, 음식, 사물, 장소, 이야기, 기록’ 등 20가지 키워드 중 하나를 골라 스태프에게 말하면 해당 키워드로 분류된 책을 열람하게끔 구성했다. 4개의 테마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지하에 마련한 판매 공간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은행 창구를 연상시켰다. 웹사이트 장바구니에 담긴 책을 이곳에서 결제하고 잠시 대기하면 포장된 책을 수령하게 된다. 입장부터 전시 관람, 구매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보아온 북 페어의 기본 공식을 깬 기이한 경험이었다.

100권의 책을 각각 저울 위에 올려두는 방식으로 책의 물성을 강조했다. 사진 ©손미현

온라인에서의 경험도 세심하게 디자인해 눈길을 끌었다. 사용자가 마우스 커서를 이용해 공중에 흩뿌려진 듯 무작위로 흩어진 3D 시뮬레이션 표지 이미지를 이리저리 바꿔보거나 화면 안에 보이는 권수를 스케일 버튼을 활용해 조정해볼 수 있도록 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또 웹사이트와 행사 현장에서 무료 배포한 뉴스레터는 행사 포인트를 소개한 첫째 날 발행본을 제외하고 매일 다른 방식으로 100권의 신권을 소개하는 콘셉트가 돋보였다. 예컨데 3일 차 뉴스레터에서는 통계 자료를 제시하는데, 가장 큰 판형과 가장 작은 판형, 최대 및 최소 페이지 수, 최고가와 최저가 책을 공개하는 식이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장 방문객은 2693명, 온라인 방문객은 3만 4216명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단순한 북 페어가 아닌, 책을 경험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글 서민경 기자

언리미티드 에디션 100에서 주목할 만한 신간 5

  1. 〈A to Z〉, 스튜디오 마감 월간 〈디자인〉의 임프린트 브랜드 ‘스튜디오 마감’에서 펴낸 첫 책. 바늘부터 우주까지 담은 디자인 상식 사전으로 이광무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볼거리다. 2만 원.
  1. 〈지난해 2020: 디자인 현상과 이슈〉, 메타디자인연구실 모두가 미래를 예견할 때 1년 전 일어난 사건을 아카이브하는 디자인 연례 보고서. 에이치비 프레스에서 펴냈다. 1만 5000원. metadesignlab.kr
  1. 〈새시각 #01: 대전엑스포 ‘93〉, 아키타입 88서울올림픽 호돌이보다 93대전엑스포 꿈돌이가 더 익숙한 MZ세대 디자인 연구자, 기획자, 생산자들의 고고考古 디자인학 연구. 1만 6000원. new_time_new_view
  1. 〈푸딩 004: 한국 음악과 디자인씬〉, 푸딩 레이블 2021년 론칭한 음악 레이블 푸딩에서 펴낸 책. 음악 언저리를 맴도는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등을 실었다. 1만 8000원. pudding.label
  1. 〈Typozimmer〉, 오큐파이 더 시티 2014년부터 발행한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비정기 간행물 〈티포찜머〉를 1호부터 6호까지 엮었다. 3만 2000원. occupy_the_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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