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와 웹사이트를 저글링하다 빠른손

‘빠른손’이라는 직관적인 스튜디오 이름부터 그의 행보 곳곳에서 영리한 유머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스터와 웹사이트를 저글링하다 빠른손

“아직까지 백신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 백신님이 나의 피로 들어와 내 온몸의 항체를 만들어줄 때까지, 우리는 세 개의 방어막, 즉 기도와 같은 행위를 해야만 한다.” 1인 스튜디오 빠른손을 운영하는 김도현 디자이너의 프로젝트 ‘하이지니언Hygenian’의 서문이다. 위생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의 종교 단체를 콘셉트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다량으로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재치 있는 일침을 가했다. 청결과 마스크 끼기, 거리 두기로 안전을 지키자는 이야기를 패션과 결합해 흥미롭게 풀어내 그만의 유머 감각을 한껏 발휘한 것. 이렇게 하나의 현상을 포착해 전에 본 적 없는 콘셉트를 매치하는 것은 디자이너 김도현의 특기다. ‘빠른손’이라는 직관적인 스튜디오 이름부터 그의 행보 곳곳에서 영리한 유머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타입페이스로 구성한 가상의 아이돌 프로젝트 ‘디-아이돌D-Idol’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멤버가 된 서체’라는 독특한 가정 아래 기획한 이 작업은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가상의 인플루언서, 매드 몬스터와도 관련이 있다. ‘싫은데 계속 보게 된다’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매드 몬스터는 사실 얼굴의 구성 요소인 눈, 코, 입은 있지만 과도한 보정 필터를 통한 극도의 이상화로 오히려 기괴함이 느껴진다. 이런 이상화는 1800년대에 나온 ‘디도Didot’라는 서체에서도 발견된다. 신고전주의 시대의 진리와 이상을 좇듯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며, 세리프를 가미해 수학 기법으로 조형한 손글씨체가 완성된 것이다. 빠른손은 이 둘을 결합해 서체 아이돌을 만들어냈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돌 프로모션 방식도 사용했다. 앨범 재킷처럼 서체 견본집을 만들고, 포토 카드처럼 타입페이스를 보여줄 수 있는 카드와 세계관을 담은 듯한 포스터도 제작했다. 이처럼 그는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디자인이 주로 서포트하던 산업을 역으로 디자인 작업에 차용해 처음 보는 스토리텔링을 풀어낸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기획력을 겸비한 이 디자이너는 심지어 웹 언어도 자유자재로 다룬다. 브랜딩 아이덴티티의 온 · 오프라인 통합에 대한 수요가 많은 지금, 웹 퍼블리셔 역할까지 해내는 빠른손은 ‘코딩하는 디자이너’의 전형을 보여주며 디자인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유유히 활보하고 있다. 동시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갤러리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의 웹사이트는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혼자 해냈고, 전주국제영화제 〈100 Films 100 Posters 2020〉 전시 웹사이트에서는 기존의 그래픽을 웹 언어로 구현하는 개발자 역할을 했다. 시대의 현상을 읽는 눈과 재치 넘치는 기획력, 그래픽을 매체마다 적용시킬 수 있는 다중 언어 능력까지 갖춘 디자인 엔터테이너로 2022년을 빛내리라 예상한다. 글 박슬기 기자

빠른손(김도현)은 그래픽 디자인부터 웹 개발까지 가능한 시각 언어의 능통자다. 갤러리 디스위켄드룸의 감각적인 웹사이트, 복합 문화 공간 기룬의 리브랜딩, 2021 파주 북소리 키 비주얼 디자인 작업을 하며 경계 없는 전방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bbareunson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미술 선생님이자 심리 상담가였으며 요식업까지 섭렵한 어머니. 초등학생인 내게 흑인 음악을 들려주고, 학부 전공을 선택할 때도 시각 디자인을 선택하도록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AI 디자이너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커뮤니케이션 능력, 상황 대처 능력.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

제주도의 위미. 대학원 졸업 학기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휴식이 절실한데, 위미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라 요즘 무척 그립다.

2022년 활약이 기대되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민윤정 디자이너, 전지우 디자이너(프레스룸).

최근 거슬리기 시작했거나 지긋지긋한 단어가 있다면?

메타버스, 개발,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됐지만 미루고 있는) 3D.

올해 새로운 다짐

대학원도 졸업하고 스튜디오도 이사하게 되었다. 뒤집어지게 해보자.

디자인업계에서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프로젝트 예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디자이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잡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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