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패션계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 쓰는 법

이들이 히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히잡은 ‘선택’과 ‘힘’에 관한 것이라며, 자기만의 히잡을 표현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듣는다.

20대 패션계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 쓰는 법
이미지|Kazna Asker 페이스북

히잡을 벗을 자유? 쓸 자유!

패션쇼 무대에서 히잡을 쓴 모델을 보는 일은 이제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매거진 화보나 인스타그램에도 컬러풀한 히잡이나 터번을 두른 모델들이 종종 등장한다. 여성의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릴 목적으로 만들어진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인지 아니면 종교와 표현의 자유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지만 그러는 동안 히잡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패션에 수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바로, 무슬림 이민 가정에서 자란 젊은 디자이너와 모델들이다. 1990~2000년대에 태어난 이 여성들은 자기가 성장한 나라의 문화, 그리고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이들이다. 히잡을 쓸 때마다 불편한 시선을 받는 경험을 하며 십대를 보낸 이들은 히잡을 미적이고 실용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자기가 속한 두 세계를 모두 받아들이고 표현한다.

예멘계 영국인 디자이너 카즈나 아스커Kazna Asker는 지난해 런던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 석사과정 졸업 패션쇼에서 아랍 전통 의상이 포함된 스포츠웨어 컬렉션인 ‘워터드 바이 원 워터Watered by One Water’를 공개했다. 아스커의 컬렉션에는 영국과 예멘 양쪽이 모두 담겨 있었다. 모델들은 중동 지역 전통 의상인 아바야와 토브의 디자인을 참고한 아우터 안에 익숙한 형태의 트랙 수트 혹은 스웨트 팬츠를 입는다. 소재 역시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기능성 원단과 중동 전통 직조 방식으로 짜낸 패턴 원단이 한 데 사용됐다. 디자이너의 친구들이기도 한 모델들은 화보에서 아랍 지역의 전통 스카프처럼 프린지가 달린 다운 재킷을 입고, 잔머리를 드러내며 자유롭게 히잡을 썼다.

아스커는 ‘무슬림 청소년들에 대한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며, ‘히잡과 같은 전통 의상에는 이슬람교의 종교적이고 문화적인 유산을 계승하는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그의 컬렉션에는 여성복과 남성복이 모두 있다. 영국 셰필드의 예멘인 커뮤니티 안에서 성장하며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아스커는 ‘자신의 옷이 무슬림 청소년들에게 커뮤니티로서 기능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소말리아계 호주인 모델 하난 이브라힘Hanan Ibrahim은 모델로서 이따금씩 히잡을 쓰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결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브라힘은 〈보그 오스트레일리아〉 1월호 화보에서 히잡과 터번, 느슨하게 연출한 헤드스카프 등을 둘렀다. 스카프 아래로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절반 이상 드러나 있기도 하고,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사진도 있다. 평소 뷰티 모델로도 활동하는 그는 소재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콘셉트에 따른 히잡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폭넓은 스타일 만큼이나 히잡 착용에 대한 이브라힘의 생각도 고정관념과 거리가 멀다. 그는 ‘히잡을 항상 쓰거나, 항상 쓰지 않아야 한다는 시선은 강압적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에 대해 위선자로 치부하는 비난이나, 히잡이 여성을 억압한 역사의 상징이기에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 역시 당사자가 아닌 외부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이브라힘에 따르면, 선택은 무슬림 여성들 본인의 것이다. 이브라함은 자신 역시 종교적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히잡을 쓰기로 선택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여성들이 옷을 입는 감각과 관계 없이 존중 받고 인정 받는 세상을 바란다”고 쓰기도 했다.

스페인 드라마 ‘스캄 에스파냐Skam España’ 배우 하자르 브라운Hajar Brown은 모로코 출신 무슬림이다. ‘스캄’에서 무슬림 ‘아미라’ 역으로 히잡을 쓰고 등장하는 그는 드라마 밖에서도 언제나 히잡을 착용한다. 머리카락을 모두 가리는 그의 스타일에는 단순한 세련미가 있다. 드레스에는 우아한 실루엣을 더해줄 소재의 히잡을 쓴다. 봄버 자켓에는 캡모자 형태의 히잡을 쓰고, 오버사이즈 수트에는 맥시한 히잡을 ‘무심하게 툭’ 걸친다.

대학생 때부터 히잡을 착용했다는 브라운은 〈갈리시아 콘피덴시알〉과의 인터뷰에서 “십대 시절 계속해서 모로코인과 스페인인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았지만,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패션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었고,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히잡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옷차림과, 모로코의 히잡을 함께 착용하는 것이 두 곳의 정체성을 가진 자신을 잘 드러내는 완벽한 조합이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히잡이 유연하게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할리마 아덴Halima Aden은 유명한 소말리아 출신 미국 모델이다. 그는 2019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에서 잡지 역사상 최초로 히잡과 부르키니를 입고 등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러나 할리마 아덴은 쇼 무대에서 히잡을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2021년 모델 활동을 중단했다. 그에게는 데뷔할 때부터 런웨이 위나 공식 석상에서 히잡을 항상 착용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이 있었다. 그렇지만 점점 히잡이 아닌 짧은 두건을 쓰게 하거나, 아무 천을 머리에 두르는 형태로 대체해서 무대에 오르게 한 적이 많았다고 그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랍 문화권에서도 서구 세계의 이런 새로운 히잡 패션이 검소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종교를 조롱하고 히잡의 이미지만 전유한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지구 한편에서는 히잡을 ‘벗을 자유’를 외치지만 한편에서는 ‘쓸 자유’를 원한다. 자기만의 히잡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 젊은 여성들은 히잡이 무엇보다 ‘선택’과 ‘힘’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카즈나 아스커가 중동 전통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웨어 컬렉션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만든 옷들이 과거의 그처럼 고민과 혼란을 겪고 있을 무슬림 소녀들에게 기운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히잡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라고 말하는 모델 하난 이브라힘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갖기를 원한다. 매일 히잡을 쓰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드러내는 배우 하자르 브라운은 이란에서 ‘히잡을 똑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당한 일이 다시는 여성들에게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자기만의 히잡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는 한 히잡은 계속 런웨이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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